- 중국 인구 9억 6,400만명, 월 소득 2천 위안 미만 저소득층
- 관련 통계 인용글 하루 만에 인터넷에서 삭제
- 중국 정부, 경제 침체 상황에서 여론전 강화하겠다
- 미중 정상 새해 맞아 축전 교환, 북한은 반갑지 않다?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진행을 맡은 김명성입니다. 중국 인구의 70%에 육박하는 9억 6천만여 명의 주민이 월 소득 2천 위안(미화 약 280달러) 미만의 빈곤층이라는 내용의 글이 최근 중국의 경제 매체에 실렸다가 하루 만에 삭제됐습니다. 해당 글은 중국 인터넷에서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큰 관심을 받았지만 중국 정부에 의해 사라졌는데요, 중국 정부는 왜 이런 조치를 취했을까요, 오늘의 첫 소식으로 전합니다.
지난달 25일 중국의 경제 전문지 ‘제일경제’에는 중타이 증권의 수석 분석가 리쉰레이가 쓴 ‘산을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어렵다 - 수요 측면에서 본 경제’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습니다.
리쉰레이는 인구가 1억 명이 넘는 국가일 경우 불평등 지수는 높으며 인구가 많을수록 경제의 분산도 커져 소득 분배가 어렵다고 베이징 사범대 중국소득분배연구소가 2021년 발표한 통계를 인용했습니다. ‘중국 내 월 소득 2천 위안 미만인 인구가 9억 6,40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였는데 바로 이 내용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월 소득 2천 위안 미만인 저소득층이 10억 명 즉 중국 전체 인구의 70%에 달한다는 내용은 중국의 다양한 인터넷 매체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26일에는 중국 웨이보 검색어 1위로 오르는 등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일부 인터넷 사용자들은 해당 내용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상당수 사용자는 중국의 심각한 빈부 격차에 공감하며 현실을 개탄하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화제가 됐던 리쉰레이의 글은 게재된 지 하루 만에 갑자기 삭제됩니다. 매체는 정확한 삭제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언론 검열이 일상화돼 있고, 당국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기사를 삭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의 일방적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중국 정부가 빈부 격차와 관련한 내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실제로 큰 빈부 격차가 사회적 문제로 확산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 계수의 중국 수치는 2020년 기준 세계 최고 수준인 0.468에 이릅니다. 중국의 2023년 1인당 국내총생산은 1만 3천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주민 소득은 리쉰레이가 인용한 통계가 잘 보여줍니다.
앞서 지난 2020년 4월, 지난해 사망한 리커창 전 총리도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 “중국의 1인당 연간 평균소득은 3만 위안(미화 약 4,229달러)에 달하지만 6억 명의 월수입은 1천 위안(미화 약 140달러)밖에 안 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이 해결해야 할 경제 과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 발언이지만, 시 주석에 대한 견제이자 쓴소리로 해석되기도 했습니다.
INS - 리커창 / 전 중국 총리 (지난 2020년) : 6억 명의 월수입이 겨우 1천 위안입니다. 그 돈으론 작은 도시에서 방 하나도 구할 수 없습니다.
최근 중국 당국은 심각한 경기 침체 상황을 맞아 여론전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달 중순 중국 최고 지도부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의 경제 회복과 장기적·긍정적 전망의 근본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며 “경제 선전과 여론 지도를 강화하고 중국 경제 ‘광명론’을 노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방침이 나온 직후 중국 최고 방첩 기관인 국가안전부는 “경제안보 분야에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를 법에 따라 단호히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경제 문제에서 정부의 목소리와 다른 주장하는 사람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로 다루겠다는 의미입니다.
RFA 중국어 방송의 기사에 인용된 장쑤성 이싱(Yixing)의 시사평론가 장젠핑(Zhang Jianping)은 “개혁개방 40년, 특히 WTO 가입 이후 중국 경제는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지만 일반 국민 소득은 국가 발전에 미치지 못한다며 재난 사태를 통해 중국의 개발과 분배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당국이 리쉰레이 기사 등 인터넷 게시글을 삭제하는 것은 개혁에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빈곤 문제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1일 홍콩의 중국 노동감시매체 중궈라오궁텅쉰(中國勞工通訊)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선 총 1,919건의 시위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이는 코로나 기간이었던 지난 3년을 더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인데요, 상반기에 741건의 시위가 벌어진 반면, 하반기에는 1,178건의 시위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연말로 갈수록 더 많은 시위가 발생한 것인데요. 지난달 27일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의 한 시립 건설회사 노동자들은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측에 항의를 하며 시위를 벌였고 24∼25일엔 상하이(上海) 비욘드 마트의 직원 800여 명이 보상금 지급에 항의하며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지난달 19일 중국 광둥(廣東)성 둥관(童寬)의 한 공장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회사측의 임금 체불에 항의하며 건물 옥상에서 투신 시위를 벌였습니다. 앞으로 절대 빈곤에 직면한 많은 중국인들이 생존권을 요구하며 일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북한의 경제 상황과 빈부격차는 중국보다 심각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도 지난 연말 열린 북한 노동당 제8기 9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이에 대한 반성 없이 부풀린 경제 성과만 강조했습니다. 명품으로 치장한 김정은의 가족과 측근들이 행사장에서 이를 과시하고, 정권 보위용 핵,미사일 개발에 자금을 탕진하는 가운데 주민들은 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북한 열병식에 시위 압용 부대가 등장한 것도 생존권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시위에 대비한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두 번째 소식입니다.
미중 정상이 새해를 맞아 축전 교환하고 양국 관계 발전에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중국과 미국이 실제 행동으로 안정을 추동해야 한다’고 밝혔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의 연계가 세계의 번영을 촉진’할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정상은 2024년 새해와 양국 수교 45주년을 맞아 축전을 교환하고, 양국 관계를 지속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지난 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이날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나는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노력해 계속해서 중미 관계 항로의 키를 잡고, 중미 양국과 양국 인민에 행복을 가져다주며, 세계 평화와 발전을 촉진하기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시 주석은 “중미 수교는 양국 관계사와 국제 관계사의 대사건”이라며 “지난 45년 동안 중미 관계는 비바람을 겪으면서도 총체적으로는 앞을 향해 발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상호 존중과 평화 공존, 협력 호혜는 중미 두 강대국의 정확한 공존의 길”이라며 “신시대 중미 양국 공동 노력의 방향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도 축전에서 “1979년 수교 이래 미중 간의 연계는 미국과 중국, 전 세계의 번영과 기회를 촉진했다”며 “이 중요한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나는 우리의 전임자들과 우리가 여러 차례 회담과 토론으로 얻은 진전의 기초 위에서 미중 관계를 계속해서 추진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습니다.
이는 올해 신년사 격인 당 전원회의 결론에서 남북 계의 완전한 단절을 선언하고, 미국과 강대강, 정면 승부의 투쟁 원칙을 제시한 북한 김정은에겐 별로 반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김정은은 반제자주적인 나라들과의 전략적 협조관계를 확대 발전시키고 국제적 규모에서 반제공동행동, 공동투쟁을 강조하며 북한판 신냉전의 강화를 예고했습니다.
북한이 구상하는 신냉전 전략의 핵심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로 이 두 국가는 2018년 이후 북한의 수많은 핵개발 행위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비난 결의안을 거부하고 대북 지원과 무기 거래로 북한을 돕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면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국제 공급망의 중심에 서 있는 중국은 북한의 국제질서 위반행위를 계속해서 지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세계의 구도가 김정은이 계산한 대로 흘러갈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오늘은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김명성이었습니다.
에디터:양성원
제작:이현주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