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사일에 연료 대신 맹물 채워… 시진핑 로켓군 수뇌부 숙청
- 북중국경 봉쇄에 쪽박 찬 북한 경비대
- '가슴엔 빛난 훈장, 등에는 돈 배낭을 멘 멋진 제대 병사'에서 '가슴엔 껍데기, 등에는 쌀 배낭을 멘 초라한 병사'로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입니다. 미사일에 연료 대신 물이 채워지고, 규격이 맞지 않는 뚜껑으로 쓰이지 못하고 창고에 가득 쌓인 미사일들. 이는 최근 중국군에서 벌어진 방산 비리 사건의 일각인데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최근 대대적인 군부 숙청에 나선 배경은 중국군 전반에 퍼진 부정부패라는 미국 정보당국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첫 번째 소식으로 전합니다.
지난 6일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정보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인민해방군, 특히 2016년 창설한 로켓군의 내부 부정부패가 매우 심각하고, 중국 군대의 전투 수행능력 전반에 신뢰가 떨어진 상태라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로켓군은 핵탄두를 포함한 각종 탄도 미사일과 전술 미사일을 운용하는 핵심 전략 부대입니다. 제2포병 부대로 불리다 2016년, 시진핑 주석에 의해 로켓군으로 승격됐습니다. 지휘관은 인민해방군 해군이지만 인민해방군 공군과 마찬가지로 사령원으로 불립니다. 부대의 규모가 커지면서 해군이 관리하던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SLBM도 관리합니다. SLBM의 경우도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이 관리했지만 로켓군 창설 이후 SLBM을 포함한 모든 핵무기가 로켓군 산하로 편입됐습니다.
또 최근 로켓군은 우주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며 축적한 다양한 기술도 핵무기 운용에 투입하고 있는데요, 그만큼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된 것이죠.
특히 시 주석은 중국군의 전술, 전략무기를 총괄하는 로켓군의 현대화를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각종 부정부패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부패 사건으로 기존의 로켓군 사령원과 정치위원을 포함한 수뇌부가 모두 교체되기도 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로켓군의 비리는 놀랄 만 한대요, 연료 대신 물이 채워져 있거나 규격이 맞지 않은 뚜껑으로 인해 쓰이지 못하고 창고에 쌓인 미사일이 대거 적발된다는 겁니다.
또 통신은 중국 로켓군의 탄도 미사일 보유 수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방산 비리로 품질이 하락하면서 실전 성능은 형편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이 때문에 시 주석은 가까운 시기에 중요한 군사 작전 수행을 재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전했습니다.
사실 중국군의 방산 비리는 전통이 깊습니다. 100여 년 전 청일전쟁 당시 청나라의 북양함대는 일본 해군 못지않은 서구의 신식 군함으로 무장하고 있었으나 일본 해군에 괴멸당했습니다. 당시 북양함대가 교전 중 함포를 쏘려고 하면 포탄 발사가 안 되는 일이 자주 일어났는데 이는 포탄 구매 대금을 착복해 개수만 맞춘 불량 포탄을 싣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중국은 최근 로켓군과 방위산업 관계자들에 대한 숙청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중국 당국은 최근 6개월 새 로켓군과 방산 국유기업 수뇌부 15명을 숙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기에는 리샹푸(李尙福) 전 국방부장을 비롯해 핵심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으나 군 당국은 이들의 해임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리샹푸 국방부장은 부패 혐의로 당국에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습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INS – 리샹푸 부장의 부패 연루 조사설과 관련한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미국 당국은 이번 숙청이 시 주석의 입지에 불리하게 작용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가 공산당 내부에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본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습니다. 또 이번 숙청으로 시 주석이 부패 척결이라는 목표를 확고하게 추진하고 있음을 내외적으로 드러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로켓군을 중심으로 한 광범위한 부정부패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 추가 숙청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지난 1일 사설에서 “올해에는 부정행위와의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히며 향후 추가 숙청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중국군에서 벌어지는 비리 사건, 어딘가 익숙한 내용들인데요, 모든 것이 부족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부정부패와 도적질로 연명하는 북한군의 모습이 연상돼 씁쓸함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김정은과 지도부가 화려한 열병식과 ICBM 등 현대적인 무기를 동원해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하루 세 끼 밥도 배부르게 먹지 못할 정도로 쪼들리는 북한군은 뇌물과 식량 착복, 전투차량 휘발유를 빼내 팔아먹고 물을 채워 넣는 등 각종 비리가 만연합니다. 북한군 스스로 자신들을 ‘도적떼’로 부르는데요, 열악한 환경과 가혹 행위로 20대 군인들의 충성심도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프로모 ###
오늘의 두 번째 소식은 북·중 국경 소식입니다. ‘가슴엔 빛난 훈장, 등에는 돈 배낭을 멘 멋진 제대 병사’. 과거 북·중 국경을 지키다 제대하는 국경경비대 병사를 부르던 말인데요, 최근에는 ‘가슴엔 껍데기, 등에는 쌀 배낭을 멘 초라한 병사’라는 말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과거 돈을 잘 벌어 제대할 때 최소 북한돈 백만 원(미화 117달러)이 든 돈 배낭을 챙길 수 있어 부러움의 대상이던 국경 경비대 병사들이 코로나 봉쇄 이후 밀수가 막히고 감시가 심해지면서 돈을 벌지 못해 제대할 때 돈이 아니라 부대에서 주는 쌀 배낭을 메고 제대하는 걸 비유하는 말입니다.
함경북도 회령의 대북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 요청)은 요즘 경비대 군인들의 식탁이 말이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코로나 이전 경비대 군인들은 흰쌀밥만 먹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옥수수밥 위주로 먹다가 명절날에만 흰쌀과 옥수수를 섞은 밥을 먹는다고 합니다. 그마저도 배불리 먹을 수는 없다고 하는데요, 원래 군인 1인당 급식량은 한 끼 200g이지만 지휘관들이 빼돌려 식사량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으로 전해졌습니다.
소식통은 “경비대는 잘 먹고 돈을 잘 벌다가 갑자기 돈줄이 마르고 굶주리다 보니 일반 부대보다 더 힘들어한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국경경비대는 코로나 이전에는 탈북과 밀수를 돕는 대가로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경비대 지휘관들은 국가기관이나 돈주들의 밀거래를 돕는 대가로 거액을 챙기거나 많은 물건을 보상받았습니다. 일반 경비대 병사들은 밀수꾼이나 개별적 탈북을 돕고 돈을 받았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군 복무 10년간 최소 백만 원(미화 117달러)을 버는 것이 목표였고, 윗선에 잘 보이면 입당과 훈장까지 받고 제대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국경경비대는 북한군인 누구나 가고 싶은 꿈의 부대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봉쇄와 함께 경비대에도 시련이 찾아왔는데요, 경비대 차원의 감시 통제가 강화된 것은 물론, 특수부대까지 국경에 파견돼 경비대를 감시하면서 탈북과 밀수로 돈을 벌 길은 차단됐습니다. 여기에 북한 당국이 외부와의 전화 통화를 단속하면서 중국 핸드폰을 소지한 경비대원들이 적발돼 감옥에 갔습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 이후 국경 개방을 선언했지만 국경 봉쇄를 완전히 풀지 않으면서 탈북과 밀수는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탈북 비용이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강도 소식통은 “요즘 탈북 비용이 6만 달러에서 7만 달러(한국돈 8천만원 ~ 1억원)까지 올랐지만 경비대원들이 나설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북한에서 탈북에 성공해도 중국에서 잡힐 경우 도움을 준 경비대원까지 피해를 보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4년 넘게 이어진 봉쇄로 돈을 벌지 못하고 그동안 벌어 놓은 돈까지 모두 소비한 경비대원들이 제대할 때 돈이 없어 부대에서 쌀 한 배낭을 받아 가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습니다.
10년간 복무한 국경경비대 병사가 제대할 때 받는 돈은 여비는 5,000원(미화 0.6달러), 군관들의 경우 1만 원(미화 1.2달러)이 전부라고 합니다. 이는 북한 장마당에서 담배 1갑, 식량 1kg 정도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인데요, 고향까지 며칠씩 걸리는 열차에서 밥 한끼도 사 먹기 어려운 돈입니다.
반면 올해 한국군 병사의 봉급은 지난해 병장 기준 한 달에 약 750달러인데요, 올해에는 922달러, 2025년에는 1,100달러까지 인상될 예정입니다. 2년간 복무하는 한국군 병사의 급여가 10년 복무한 북한군 병사의 급여보다 몇백 배 이상 높은 셈입니다.
이렇게 돈과 물자가 부족해지면서 겨울 추위에 국경경비대 군인들의 고생은 말이 아니라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특히 양강도를 비롯해 북·중 국경지대는 다른 지역에 비해 기온이 많이 떨어지는데요, 이들은 방한 기능이 부실한 옷을 입고 하루에 몇 시간씩 언 땅에 배를 붙이고 근무를 서고 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경비대는 살아남기 위해 군사훈련 외에도 농사와 짐승 기르기, 각종 부업에 동원된다고 합니다. 신의주 소식통은 “겨울에 경비대 군인들이 배고픔과 영양실조를 면하려고 민가에 나와 도적질을 하다 잡히는 경우가 있다”며 “주민들이 이들이 불쌍해 먹을 것을 줘서 보내준다”고 전했습니다. 과거 돈을 물 쓰듯이 쓰면서 군복 입은 돈주 행세를 하던 경비대의 몰락을 지켜보는 현지 주민들은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또 이렇게 국경경비대 군인들의 열악한 생활과 낮은 처우가 북한 사회에 널리 알려지면서 경비대 입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하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경비대의 위상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로 숨통을 튼 김정은이 국경 봉쇄를 완전히 해제하지 않고 오히려 통제를 강화하면서 탈북과 밀수가 재개되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국경경비대가 돈을 잘 벌던 과거의 광영을 되찾을 날이 올까요?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전해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김명성이었습니다.
에디터:양성원 제작: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