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인 '죽음의 정글' 넘어 미국행 급증
● 작년 미국 불법 밀입국 체포된 중국인 3만 7,000여명
● 부유층도 탈중 행렬, 중국 사람들 왜 떠나나?
● 지난 10월 강제 북송된 탈북민 사법처리 마무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이 시간 진행에 김명성입니다.
최근 중국에서 유행하는 한자가 있는데요, 바로 젖을 윤(潤)자입니다. 중국어 발음으로 ‘룬’으로 부르는데요, 병음 표기가 영어로 ‘run’ 즉 도망친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중국에서 탈출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인데 사람들은 어디로, 왜 탈출하는 걸까요?
오늘의 첫 소식으로 전합니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로 불립니다. 유럽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세계 각지에서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이민자들이 국가를 세우고 발전시키기 때문입니다. 모두에게 기회와 성공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나라라는 의미에서 ‘기회의 땅’, 그곳에서 꿈을 이루려는 희망을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부릅니다.
미국에 정착하는 방법으로는 합법적 이민과 불법 밀입국을 통한 길도 있는데요, 바이든 정부의 포용적 이민 정책에 힘입어 중남미에서 미국 국경을 넘어 불법 입국하려는 이민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남미에서 미국을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중앙아프리카 국가인 파나마와 남미의 콜롬비아 사이에 있는 ‘다리엔 갭(Darien Gap)’이라는 지역입니다. 이곳은 가파른 산과 빽빽한 숲, 늪지대 등으로 악명 높은 약 100㎞의 정글인데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밀림으로 불립니다. 남미에서 북미로 가는 사실상 유일한 육상 통로로 야생동물과 범죄조직이 살판 치는 곳으로 목숨을 걸고 지나야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다리엔 갭을 통과하는 사람들 가운데 중국인이 급증하고 있는데요, 이 길을 통해 미국 불법 이민을 시도하다 체포된 중국인 숫자가 작년 한 해만 3만7,439명입니다. 지난 2월 13일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밝힌 내용으로 이 같은 숫자는 지난 2021년(689명)의 54배, 2022년(3,813명)의 10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이렇게 중국인들이 위험한 다리엔 갭-멕시코 여정에 몰리는 이유는 뭘까요. 이 지역을 통해 미국으로 밀입국할 경우 중국인에 대한 망명 신청 허가율이 높은 데다 허가가 나오지 않더라도 중국으로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 등 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곳으로 오는 중국인들은 대부분은 중국의 중산층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직업은 부동산 임대업자와 판매원, 교사, 의사, 요리사까지 다양한데요, 연령은 30~40대가 가장 많고, 어린 자녀들을 동반하는 경우도 다수라고 합니다. 또 중국 당국의 박해를 피해 종교의 자유를 찾아 탈출한 중국 지하 교회 출신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리엔 갭-멕시코 루트 외에도 미국령 괌과 사이판도 중국인들의 미국 입국 루트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특히 망명 신청이 가능한 괌은 최근 중국인의 밀입국이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미국령 괌을 대표하는 제임스 모일란 연방 하원의원이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괌 해안으로 밀려드는 중국인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에 대한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불법 이민 대책 마련을 촉구했을 정도입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방어 거점인 괌의 군사시설에 중국인 불법 이민자들이 많이 몰려올 경우 이들이 비밀을 빼가는 첩보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산층만 중국을 떠나는 게 아닙니다. 부유층들도 합법적인 투자 이민 등을 통해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으로 떠난다고 합니다. 영국 투자이민 자문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는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2023년 한해 자산 규모가 100만 달러가 넘는 중국 고액 자산가 1만3,500명이 이민을 떠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런데 왜 경제적으로는 과거보다 많이 안정됐는데 고향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걸까요? 그것도 목숨을 잃을 만큼 힘든 이민 길까지 선택해 떠나는 이유가 뭘까요?
전문가들은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강화된 사회 통제에 대한 불만도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습니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 집권 10년간 중국인 해외 망명 신청자는 100만 명에 육박합니다. 멕시코 국경을 넘어온 한 중국 여성은 미국 방송 기자가 이민 이유를 묻자 “자유를 위해서”라고 답했고, 중국의 경제학자 마오위스도 캐나다로 이주한 뒤 “남은 평생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의 중국 전문가인 이안 존슨 선임연구원은 닛케이 인터뷰에서 “중국 이민 붐이 앞으로 수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로 골머리를 앓는 중국 당국이 자국을 떠나려는 이민자의 증가로 큰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이 이런 상황인데 북한은 더하겠죠. 김정은 정권의 폭정을 피해 북한에서 탈출해 한국과 해외로 망명한 탈북민들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의 수는 올해로 약 3만 6천 명, 중국에 은신해 있는 수만 명으로 추정되는 탈북민과 소수이지만 미국과 캐나다, 유럽에도 망명한 탈북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로 북한에서의 탈북이 몇 년간 주춤하고 있지만 해외 체류 북한 주민들의 탈출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경 봉쇄가 완화되고 밀무역이 재개된다면 자유를 향한 북한 주민들의 탈북도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북한 당국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각종 법으로 주민들을 단속하고 코로나 대유행이 끝나고도 세관의 문을 완전히 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북중 국경 소식입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9일, 항저우 아시안 게임 폐막 직후 북중 국경 지역인 지린성 훈춘, 도문, 난핑, 장백과 랴오닝성 단둥 변방대 감옥에 수감돼 있던 탈북민 500~600명을 기습 북송한 바 있습니다.
INS- 시위 현장 “강제 북송을 금지하라”
함경북도 회령의 대북소식통은 강제 북송된 탈북민들은 북송된 함경북도 회령과 온성, 양강도 혜산, 평안북도 신의주 보위부 등에 나눠 수감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코로나 봉쇄 이후 첫 대규모 북송인 만큼 평양 국가보위성에서 탈북민들이 수감된 각 국경 지역 보위부로 조사 요원을 파견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보위부가 한국행 기도자와 일반 중국 체류 탈북민을 분류해 조사를 진행했고 중국 체류 탈북민의 경우 약 1개월 정도 보위부 조사를 받고, 안전부(경찰)로 넘겨졌다고 전했습니다. 안전부로 넘겨진 탈북민들은 중국 체류 기간에 따라 교화형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이들에게는 ‘조국반역죄’가 적용됐다고 합니다.
북한 형법 제 63 조는 ‘조국반역죄’에 대해 ‘공민이 조국을 배반하고 다른 나라로 도망쳤거나 투항 변질했거나 비밀을 넘겨준 조국반역 행위를 한 경우에는 5 년 이상의 노동교화형 또는 사형 및 재산 몰수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탈북민들은 최소 5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을 받게 되는데 소식통은 “탈북민들의 처벌은 중국 체류 기간에 따라 정해졌으면 최대 20년형까지 처벌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한국행 시도에 나섰다 체포된 탈북민들은 2달 간 보위부에서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중국에서의 행적은 물론 한국행을 주선한 브로커와 배후 세력까지 알아내기 위해 고문 등 강압적인 수단이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연락된 양강도 혜산의 소식통은 “혜산 보위부에 이송된 탈북민들은 도착하자마자 나체 신체검사를 받았고, 가져온 물건을 모두 압수당했다”며 “보위부는 같은 내용의 진술서를 10번 이상 반복해 쓰게 하고, 토씨 하나라도 다를 경우 거짓말이라며 폭행과 고문을 가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행을 시도하다 체포된 탈북민은 보위부 조사가 끝난 뒤엔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진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신의주의 소식통은 “신의주 보위부에서 조사받던 탈북민 200여 명 중 중국 체류자는 안전부로 압송돼 교화소에 갔고 나머지는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졌다”고 밝혔습니다. 또 “추가로 북송된 인원들도 모두 조사를 마치고 사법처리됐다”고 덧붙였습니다.
2023년 항저우 올림픽의 화려한 폐막 직후 600여 명이라는 전례 없이 많은 인원이 북송됐다는 소식에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는데요, 현재 중국에 숨어 있는 탈북민들은 ‘북송되면 죽는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밖에서 사이렌 소리만 들어도 놀라고, 언제든지 중국 공안을 피해 도망갈 수 있도록 창문 옆에 신발을 두고 산다고 합니다.
유엔과 북한 인권 단체들은 코로나 기간 체포돼 중국 전역의 감옥에 수감된 탈북민의 수를 2,000여 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탈북민의 강제북송 등 중국과 북한의 인권유린 행위를 강력 규탄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줄리 터너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지난 16일 남북통합문화센터를 찾아 “중국 정부에 강제 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며 강제 북송 저지를 위한 미국 정부 차원의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지난 6일 중국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첫 통화를 통해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전달하고 탈북민들이 강제북송되지 않고 희망하는 국가로 갈 수 있도록 중국 정부의 각별한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세계 각국을 호소가 중국 정부를 움직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명성이었습니다.
제작:이현주 에디터: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