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회 폐막 전 시진핑 관저에 차량 돌진… "공산당이 사람 죽여" 고함
- 국무원 조직법 42년 만에 개정, 총리 책임제 무력화 내용 담겨
- 중앙은행도 黨 통제 국무원 산하로
- 양회, 시 주석 1인 독무대로 끝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관저를 향해 차량이 돌진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기간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어떻게 된 일일지 오늘의 첫 번째 소식으로 전합니다.
지난 11일, 대만 산리신문 등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10일 새벽 시진핑 주석 관저 중난하이의 남쪽 화문으로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돌진했습니다. 차는 건물 내부로 진입하지는 못하고 문턱에 걸려 멈춰 섰는데요, 차량이 돌진하는 영상은 전세계적인 인터넷 공유 서비스 X(트위터)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습니다.
영상에는 차량 돌진 직후 검정 옷을 입은 보안요원과 경호 인력 10여 명이 운전자를 차량에서 끌어내 사지를 붙잡고 거칠게 어디론가 끌고 가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또 현장에서 누군가가 “공산당이 사람을 죽인다”라고 외치는 소리도 담겨 있습니다.
INS- 현장 사운드
중난하이 부근은 중국 최고지도부가 거주하는 곳으로 차량이 돌진하는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일입니다.
연행된 운전자가 누군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영상에 나오는 외침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기간에 발생해 주목받았는데요, 시진핑 주석의 1인 독재가 강화되는 시점에 일어난 저항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이를 계기로 지난 2022년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대회를 앞두고 베이징의 고가도로에 내 걸렸던 ‘시진핑 독재 타도’ 구호 사건이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당시 20차 당대회를 사흘 앞둔 시점에서 베이징대, 칭화대, 인민대 등 중국 유명 대학들이 밀집해 있는 베이징 하이뎬구(海淀區) 사거리 고가도로 위에 시진핑 주석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2장의 현수막이 나붙었습니다. 빨간색으로 크게 글씨를 쓴 현수막에는 ‘PCR 검사 대신 밥을, 봉쇄 대신 자유를’, ‘거짓말 대신 존엄을, ‘문화대혁명 대신 개혁을’, ‘영수 대신 투표를, 노예 대신 공민을’이라는 비판이 적혀 있었습니다. 또 한 장의 현수막엔 ‘독재자 시진핑을 파면하라’는 글도 적혀 있었습니다.
또 현수막이 붙은 고가도로 위에선 “나는 자유를 원한다, 투표를 원한다, 독재자 시진핑을 타도하자”는 녹음된 음성까지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기도 했는데요, 이 장면을 찍은 영상과 사진들은 웨이보(微博) 등 중국 인터넷에는 전혀 노출되지 않았지만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해외 인터넷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퍼졌습니다.
시진핑 독재 타도 현수막을 내건 인물은 현장에서 체포됐지만 천안문 사태 이후 처음 나타난 강력한 저항에 중국 당국도 놀란 바 있습니다.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시위의 주역 중 한 명인 왕단(王丹ㆍ52)은 당시 “누가 중국에 용기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는가”라며 “이 무명 중국인의 용기는 충격적이며 그는 현 중국의 새로운 ‘탱크맨’”이라고 말했습니다. 천안문 사태 당시 탱크를 막아섰던 중국 시민에 빗대 그의 시위를 높이 평가한 것입니다.
북한에서도 자유민주주의 이념의 정당을 조직하는 등 저항의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북한 당국이 2022년 내부 주민 교양 자료로 만든 영상에는 한국 드라마 등 외국의 선진문물을 접하고 의식이 변한 중학교 교사 등 10여 명이 반체제 정당을 조직해 활동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북한 당국이 만든 이 영상을 보면 북한 사회가 직면한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데요, 한국 드라마 등 불순 선전물의 유입과 유포, 종교와 미신을 퍼뜨리는 행위, 외부 영상물을 보고 북한 체제와 정책을 비난하는 행위, 청년들이 혈서를 쓰거나 의형제를 조직하는 행위, 마약 밀매 및 흡입 등 북한 체제에 균열을 내는 행위들이 다수 열거됐습니다. 독재 정권이 아무리 인간의 자유의지를 장악하려고 해도 부질없는 시도이며 결국엔 자유가 이긴다는 것은 역사가 보여주는 변하지 않는 법칙임을 알아야 합니다.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 즉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지난 11일 폐막했습니다. 4일 시작한 이번 양회에서는 지난해 취임한 권력 서열 2위인 리창(李强) 총리의 권한 및 위상이 대대적으로 약화된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인 통치 체제’가 완성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지난 시간에 전해드렸지만 30여 년간 연례적으로 진행해 오던 총리의 양회 폐막 내외신 기자회견이 중단됐는데요, 특히 주목되는 점은 개혁개방을 주도한 덩샤오핑이 1982년 “총리가 국무원(행정부) 업무를 지도한다”는 취지로 만든 국무원 조직법 또한 총리대신 중국 공산당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된 것입니다. 1982년 개혁개방 시대가 시작되며 제정된 이 법이 개정된 건 42년 만에 처음입니다.
개정안은 “국무원이 중국 공산당의 이념과 지시를 더 철저히 따라야 한다”며 시 주석의 국무원 장악을 명문화했습니다. 또 공산당 지도 이념으로 기존의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에 더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도 포함시켰습니다. 공산당과 국무원의 기능을 분리하고 총리에게 경제 전권을 부여했던 관행이 완전히 사라진 것입니다. 결국 중국식 집단지도체제에 종언을 고하고 시진핑 1인 독재 권력을 만천하에 공표한 회의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리훙중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의 발표 내용입니다.
INS -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은 국무원 각종 업무의 지도 사상이 돼야 합니다.
이런 가운데 독립적 통화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중앙은행 인민(人民)은행 또한 당 통제를 받는 국무원 산하로 포함됐습니다. 시 주석이 통화정책에도 깊숙하게 관여하며 부동산 시장 부실 등에 시달리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종 부양 정책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입니다.
리 총리 또한 5일 업무보고에서 “(우리는) 당 중앙의 결정과 배치를 관철하는 집행자, 실천자가 되어야 한다”며 스스로를 바짝 낮췄습니다. 이후 양회에서 그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요, 그 대신 모든 관심은 시 주석에게 집중됐습니다.
양회 기간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 또한 대폭 강화됐는데요, 프랑스 AFP통신은 행사가 열린 베이징 인민대회장 일대의 경계가 삼엄했고 인터넷 우회 접속을 위한 가상사설망(VPN) 서비스에 대한 검열이 심해져 해외 소셜미디어를 연결할 수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국산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서도 ‘리창 총리의 기자회견 취소’ 같은 민감한 주제의 검색어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오늘의 첫 번째 소식으로 전한 양회 폐막 전날 발생한 차량 돌진 사건 또한 중국 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집권 13년 차를 맞이하는 김정은 총비서도 ‘수령’ 호칭을 사용하며 자신의 위상을 선대 지도자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반열에 올렸는데요, 1인 권력 체제가 공고화되면서 권력 서열 이인자인 김덕훈 총리는 더욱 좌불안석이 됐습니다. 성과가 나기 어려운 일반 산업현장과 농촌사업 현장에 대한 현지 시찰은 총리의 몫이 됐습니다. 반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일부 성과라도 낼 수 있는 평양시 아파트 건설사업과 지방공장 건설 사업은 김정은 총비서의 그림자로 불리는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책임을 맡았습니다. 경제난 심화로 민심이 악화될 경우 언제든 정책 실패를 총리 등 내각에 전가해 불만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지난해 김정은 총비서의 공개 질책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김덕훈 총리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공손히 모아 90도 인사를 하며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는데요, 언제 숙청의 철퇴를 맞을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명성이었습니다.
에디터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