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중국] 오물 풍선에 ‘대남 전단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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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물 풍선에 국경지역 北 주민들 엇갈린 반응
  • "괴뢰들 까부니 오물 보내는 게 당연" vs "나라가 돼 가지고 보낼 게 오물밖에 없나"
  • 중국, 벼랑 끝 몰린 러시아 가스 가격 후려치기
  • 중국의 강경한 자세,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 상징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입니다.

북한 당국이 최근 한국을 향해 오물이 담긴 풍선 수천 개를 살포했는데요, 이 소식을 들은 북중 국경 주민들은 ‘당연하다’와 ‘창피하다’는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북중 국경 동향, 오늘의 첫 소식으로 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8∼29일 북한에서 날아온 대남 오물 풍선은 약 260개이며 수도권과 충청권, 경북에서도 발견됐습니다. 또 이달 1일~ 2일에는 서울·경기·인천·충청·경북 등에서 720여 개의 대남 오물 풍선이 발견됐습니다. 발견되지 않은 풍선을 포함하면 오물 풍선은 1,000여 개가 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이는 북한이 살포했다고 주장하는 오물 풍선의 3분의 1에 달하는 수량입니다.

북한이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난 2일 밝힌 양은 3,500여 개. 김강일 국방성 부상은 “쓰레기 15t을 각종 기구에 실어 한국 국경 부근과 수도권 지역에 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무차별 오물 풍선 살포로 인한 각종 피해도 잇따랐는데요, 인천국제공항 안팎에서 오물 풍선이 발견돼 항공기 이착륙이 1시간 30분가량 차질을 빚었습니다. 또 경기도 안산과 서울 양천구에는 주차된 차량 위로 풍선이 추락해 앞 유리가 깨지는 등 이달 2일까지 오물 풍선 관련해 신고된 피해는 860건에 달합니다.

한국 정부는 2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감내하기 힘든 조치에는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재개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가 대북 확성기 재개 카드를 꺼내자 북한은 이날 저녁 김강일 국방성 부상 명의 담화를 통해 오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이런 사실을 내부의 인민들에게는 전혀 알리지 않습니다.

북한은 지난 2020년 6월, 탈북민 단체의 대북 풍선에 대응한다며 대남 전단 1,200만 장을 3천여개의 각이한 풍선을 활용해 한국 중심 깊이 보내겠다며 주민들과 청년들이 대남 전단을 준비하는 모습을 노동신문 등 매체에 공개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대남 전단을 살포하진 않았지만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전단 묶음 사이로 담배 꽁초 등 쓰레기가 일부 보였으나 대남 비난 전단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 떨어진 북한의 대남 풍선에는 전단은 한 장도 없고, 각종 생활 쓰레기만 들어 있었는데요, 일각에서는 대남 전단을 인쇄할 종이와 잉크가 없어 쓰레기로 대체한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특히 북한은 이번 쓰레기 대남 전단 살포에는 주민들 대신 군인과 군인 가족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강도의 간부급 대북 소식통은 “이번에 전연(휴전선) 부대 적공국 인원들과 가족들이 동원돼 쓰레기를 모으고 풍선을 날렸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 소식을 여러 경로로 전해 들은 국경지역 인민들의 반응은 ‘당연하다’는 반응과 ‘창피스럽다’는 반응으로 엇갈렸습니다.

양강도의 한 대북 소식통(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노동당의 선전에 세뇌돼 충성하는 주민들은 ‘괴뢰들이 까부니 쓰레기를 보내는 게 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탈북민과 한국을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이번 오물 살포를 ‘잘했다’고 평가한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남한 사정을 잘 아는 주민들과 가족이 탈북해 남한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각은 이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 소식통은 “국제정세를 잘 아는 주민들은 이번 오물 살포에 대해 완전히 나라 망신이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조선의 자랑인 주체사상과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 선전은 한마디 없이 쓰레기만 보낸 것은 북한 지도부가 한국과의 체제 경쟁에서 패배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는 비판 여론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대남 오물 살포와 관련해 간부들 속에서도 이번 결정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경북도 회령의 간부 소식통은 “한국에 오물을 날리는데 대해 노련한 정치가들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누구도 감히 앞에서 반대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윗선의 결정에 찬성하는 모양새를 취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지도부의 저질스러운 행태를 비난하는 여론도 나왔습니다. 함경북도 온성의 소식통은 “(이번 쓰레기 전단 살포의 최종 결정권자인)김정은과 지도부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정세를 파악하고 있다는 중국 단둥의 한 북한 무역일꾼은 “탈북자 몇 명이 보내는 삐라에 북한 군인 수만 명과 대남 일꾼들이 총동원해 대응한다”며 “북한 지도부와 북한군 100만군대를 탈북자 몇 명이 쥐락펴락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민들이 보내는 대북 전단에 대해 알고 있다는 소식통은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보내는 전단에는 흥미로운 내용은 물론 생필품과 달러까지 담겨 북한 주민의 생활에 도움을 주지만 대남 쓰레기는 한국민들에게 고통만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시장을 통제해 물건 팔기도 어려워졌다”며 “달러가 가득 담긴 대북 전단이 집 앞마당에 가득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주민도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 속담에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일한 보람이나 결과는 반드시 나타나게 된다는 뜻을 의미합니다. 동족인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더러운 오물을 뿌린 김정은 정권과 북한 주민을 향한 마음을 담은 대북 전단이 주는 결과는 같지 않을 겁니다.

### 프로모 ###

홍콩 사태와 무역 부문에서 미국과 갈등이 심화되던 2019년, 중국은 러시아와 에네르기 부분에서 동맹을 강화했습니다. 시베리아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는 장장 4천 km의 가스관이 개통한 것인데요, 이 가스관의 이름은 ‘시베리아의 힘’. 이 가스관을 통해 들여오는 러시아 천연가스는 중국 연간 사용량의 14%, 가스 대금은 30년 동안 4천억 달러에 달합니다.

INS - 가스관 개통식

중러의 정상이 베이징에서 회동하며 양국 간 밀월을 과시했지만 가스 가격을 두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힘겨루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러시아와 중국 간 전용 가스관 ‘시베리아의 힘 2’ 개발 사업이 중국의 가격과 공급량 하향 요청으로 좌초 위기에 빠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중러 정상회담에서 계약체결에 합의하지 못한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신문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가스 공급량과 단가에서 러시아가 동의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낮춰달라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문제로 이번 푸틴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 경영진이 동행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계약이 성공할 경우 러시아는 북서부 가스전에서 유럽으로 향하던 물량을 중국으로 돌리면서 국영기업 가즈프롬의 기사회생을 꿈꿀 수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의 경제 제재로 가즈프롬의 유럽 수출이 막히며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고 지난해 69억 달러 손실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중국의 강경한 자세는 푸틴 대통령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은 이미 다른 국가 대비 낮은 가격에 러시아산 가스를 쓰고 있는데요, 콜롬비아대학교의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CGEP)에 따르면 중국은 가스 100만BTU당 미얀마에서는 10달러, 우즈베키스탄에서는 5달러를 지불하고 있지만 러시아에는 4.4달러를 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러시아는 유럽에 평균 10달러에 가스를 수출한 바 있는데요, 중국은 절반 이하의 헐값으로 가져가는 셈입니다.

알렉산더 가부예프 카네기-러시아 유라시아센터 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양국 관계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러시아 측이 가까운 시일 내에 ‘시베리아의힘 2’ 전용 가스관 개발 사업이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계약 성사까지는 요원해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이 신문이 확인한 러시아 금융기관의 미공개보고서에 따르면 가즈프롬은 사업 전망에서 ‘시베리아의힘 2’ 부분을 제외했습니다.

한편, 지난 4월 중국 권력 서열 3위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빈손으로 평양에 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통 중국 고위층이 방북하면 선물 보따리를 들고 가는 것이 관례이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첫 고위급 방문임에도 빈손으로 간 것입니다.

올해 초에 중국 당국은 2018년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롄에 설치한 시진핑-김정은의 ‘발자국 동판’을 제거했고, 기념사진 전시실을 폐쇄하기도 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와 밀착하는 김정은 총비서의 행태에 경종을 울린 것이란 관측입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막대한 인적, 경제적 피해를 입은 러시아와 목적을 갖고 불법 전쟁에 편승해 무기를 제공한 김정은 총비서에 대해 전쟁범죄 행위로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불을 좋아하는 부나비가 불에 타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명성이었습니다.

제작 이현주, 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