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평양을 방문한 가운데 중국 매체는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북·중·러 신냉전 구도를 만들려는 북한과 러시아. 거리두기를 하려는 중국의 속내를 오늘의 첫 소식으로 전합니다.
INS- 푸틴 평양 도착 / 정상회담 관련 현장음
중국의 경제매체 차이신은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게 됨으로써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관계가 과열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 신문은 “푸틴의 이번 방북으로 러시아와 북한이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수준의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까 걱정스럽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과 구소련은 1961년 7월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과 ‘핵우산’을 1·2조에 명시한 ‘우호·협조·호상 원조 조약’을 맺었습니다. 그해 5월, 대한민국에서 군사정권이 들어서자 이에 위기를 느낀 북한이 사회주의 우방국인 소련, 중국과 연이어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된 상호방위 조약을 맺은 바 있습니다. 북·중 간의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은 사문화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아직 파기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습니다. 반면 소련과 맺은 조약은 소련 해체 이후 변화가 생겼습니다. 구소련을 이어받은 러시아가 2000년 2월 19일 북한과 관련 조약을 다시 체결했는데 여기에는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및 ‘핵우산’ 제공 관련 조항이 모두 빠졌습니다.
소원하던 북·러 관계는 최근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차이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러시아 건국절에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작년 9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의 정상회담으로 양국이 전우 관계,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로 격상돼 더 높은 단계로 강화 발전되고 있다’고 명시했다”고 상기시키면서, 북·러 관계가 추가 급진전 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습니다.
이 신문은 또 “한국 측이 북한 무기 개발 작업에 대한 러시아의 기술 지원과 북한의 대러시아 탄약 제공이 거래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하고 있으나, 작년 9월 이후 북·러 양국의 군사 협력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외교부 린젠 대변인은 지난 13일 정례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설과 관련해 “러·조(러·북) 양자 교류의 일로 논평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원칙적으로 중국은 러시아와 관련 국가(북한)가 전통적 우호 관계를 공고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18일 브리핑에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INS - "이미 답했었습니다만, 이는 러시아와 북한 양국 간의 교류입니다."
중국은 표면적으론 환영의 입장을 밝혔지만 민영 매체를 동원해 북·러 간 외교 문제를 비판하는 기사를 낸 것은 북·러 군사적 밀착을 경계하는 중국 당국의 의도가 담긴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일각에선 중국은 북·러의 지나친 밀착이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고착화하고 신냉전을 초래할 수 있다는 데 우려하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앞서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지 않고 귀국한 것도 중국의 만류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 바 있습니다. 당시 중·러가 발표한 연합성명(공동성명) 중 경제협력을 기술한 부분에 “양국은 중국 선박이 두만강 하류를 통해 바다로 항행하는 사안에 대한 북한과 건설적 대화를 전개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중국에는 동북 지역의 경제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러 양국의 동의가 필요해 그 동안 실현하지 못했던 사안입니다.
연합성명에 따르면 중국이 러시아에 이 문제를 다시 제기했고, 러시아는 일단 북한과 함께 논의해 보자는 데 동의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북한과 사전 협의 없이 중·러 연합 성명에 이 내용이 포함되었다면, 북한은 이를 중·러 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성명의 열 번째 부분에서는 동북아 지역에서 안보 위기의 원인으로 미국을 겨냥하면서도 북한에 대해 ‘기타 유관국과 상호 존중과 서로의 안보 이익을 존중하는 원칙 위에 담판을 재개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러의 입장은 최근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오물 테러까지 감행한 북한의 대남 적대 정책과는 결을 달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평양을 방문한 날 서울에서는 한중 외교안보 대화가 개최됐습니다.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북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에는 소극적인 중국, 결국 동상이몽의 북중러 관계를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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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초의 현대식 군사 학교로 수많은 장군, 군사 지도자들을 배출한 황푸군관학교 개교 100주년을 맞아 중국과 대만이 각각 기념행사를 열며 정통성 경쟁을 벌였습니다. 오늘의 두 번째 소식으로 전합니다.
환구시보 등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17일 베이징에서는 황푸군관학교 개교 100주년 및 황푸군관학교 동창회 창립 40주년 기념 학술행사가 열렸는데요, 중국은 국공 합작 정신과 통일을 강조했고, 대만은 중국의 위협으로부터의 국토 수호와 국방력 강화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축하 편지에서 “황푸군관학교는 제1차 국공합작의 산물이며, 혁명군 간부를 양성한 최초의 학교”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황푸군관학교 동창회는 “대만 독립의 분열을 반대하고 조국의 통일을 촉진하는데 적극적으로 기여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앞으로 ‘반독촉통(反獨促統)’ 즉 독립에 반대하고 대만과의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황푸군관학교는 1924년 6월 16일 소련의 도움으로 광둥성 광저우시 황푸구에 처음 설립됐습니다. 장제스 전 대만 총통이 초대 교장을 맡았고, 저우언라이 전 중국 총리가 정치부 주임을 맡았습니다. 이곳에서 양성된 인재들 중에는 국민당군 뿐 아니라 공산당에서도 주요 핵심을 차지했습니다. 항일 전쟁과 국공 내전 과정에서 우한, 난징, 청두 등으로 옮겨 다니다 1949년 국민당이 내전에서 패한 뒤 대만으로 옮겨갔습니다. 장제스는 1950년 가오슝 펑산에 황푸군관학교를 계승한 대만 육군사관학교를 세웠습니다.
대만에서도 황푸군관학교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는데요, 대륙과는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16일 대만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모든 교관과 생도들은 새로운 시대의 도전과 사명을 깨달아야 한다”며 “중국 본토가 ‘대만 병합’을 위대한 부흥으로 간주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에 맞서 대만을 수호하는 중책을 용감히 감당하는 것이 최고의 사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똑같은 황푸군관학교의 100주년 기념식이지만 중국과 대만은 각각 다른 임무를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군 수십 명이 지난 9일에 이어 18일 오전에도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한 뒤 남한 군의 경고 사격을 받고 북쪽으로 복귀했다고 합니다. 북한군은 또 지난 4월 이후 MDL 북쪽 비무장지대(DMZ)에 최대 수백m에 달하는 대전차 방벽 4개소를 최근까지 건설했고, 지뢰매설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나 사상자도 다수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북한군은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남북 연계 조건 분리 조치를 지시한 이후 최근에는 동해선 가로등과 철도 레일 등도 제거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군과 북한 주민의 월남 및 귀순 차단 등 내부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명성이었습니다.
제작:이현주
에디터:양성원
웹팀: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