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청년실업 증가에 공무원 응시 몰리고 , 1인 방송, 복권 구매 열풍
- "그가 열심히 일할수록 나라는 망해갔다"… 중국 명나라 마지막 황제 숭정
- 역사서와 수천년 전 예언서로 시진핑 비판하나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이 시간 진행에 김명성입니다.
올해 중국에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청년들의 숫자가 사상 최대치를 이루고, 군사학교 입학생의 수가 2017년 이후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청년들 속엔 1인 방송 열풍이 불고, 복권 구매 행렬이 이어집니다. 올해 역대급 경제난과 청년 실업 속, 중국의 상황입니다. 오늘의 첫 소’식으로 전해드립니다.
중국의 공무원 시험 ‘궈카오(國考)’. 지난달 27일, 펑파이 등 중국 매체들은 2024년도 궈카오 응시자 수는 303만 3천 명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응시자 260만 명보다 16.7%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공무원은 3만 9천 명 선으로 평균 경쟁률이 무려 77대 1, 10개 인기 직종의 경우 경쟁률은 무려 1700 대 1로 나타났습니다. 석사학위 소지자 등의 학력 제한을 두고 단 1명만 뽑는 국가통계국 내 1급 주임 자리에도 3,572명이 몰렸습니다.
지원자가 가장 많은 직위는 5,772명이 몰린 외교부 지역업무사인데, 이 직위가 이렇게 인기 있는 이유는 중앙부처 공무원으로 베이징 근무 조건이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중국 청년들이 공무원 응시에 몰리는 이유는 우선 정년이 보장되고 다양한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진짜 원인은 바로 경제 침체입니다.
중국 경제는 한 때 세계 경제 엔진으로 불리며 한 해 7%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6%대로 하락하더니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이후에는 연평균 4%대 성장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코로나 종식 이후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설정했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여기에 중국에서 대학졸업자 이상 고학력자가 급증한 것도 청년실업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됩니다. 중국의 산업구조는 2021년 기준으로 1, 2차 산업 비중이 45.1%를 차지했는데요, 통상 1차 산업은 농업과 목축업, 수렵 등 과거부터 존재한 산업군이고 제조업, 건설업 등이 2차 산업으로 분류됩니다. 보통 경제가 발전하면 노동인구는 1차에서 2차, 다시 3차로 이동하는데 1, 2차 산업의 비중이 높은 중국은 늘어난 고학력자를 수용할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와중에서 올해 7월 대졸자는 1,158만 명으로 역대 최대. 청년실업률은 지난 6월 21.3%를 찍은 뒤, 더 이상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푸링후이,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의 말입니다.
INS - 푸링후이/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 "청년 등 연령별 실업률 자료 제공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관련 통계 방법과 제도가 개선되면 적시에 다시 공개하겠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청년실업난의 희망으로 떠오르는 직업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바로 왕훙입니다.
INS – 중국 유튜버, 틱톡커 등
중국말로 인터넷에서 인기를 누리는 개인 방송인을 왕훙이라로 부르는데요, 왕훙들은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을 통해 직접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물건을 판매하거나 광고를 통해 고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알리바바 등 중국 최고의 정보통신 기업들이 몰려있는 항저우에는 이런 왕훙을 육성하는 학원이 성업 중이고 밤이면 시내 중심가는 생방송을 하는 왕훙의 무대가 됩니다. 항저우 시민 12명 중 1명 꼴로 왕훙 관련 사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이렇게 인기 있는 이유는 성공만 하면 큰 돈을 벌기 때문입니다. 소득 기준 상위 5% 내의 왕훙은 매달 약 9만 8400위안, 달러로 1만 3천 달러를 번다고 하는데요, 중국 대졸자 평균 첫 로임의 무려 16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왕훙’이 되는 건 쉽지 않겠죠. 왕훙 10명 중 9명은 한 달에 채 600달러도 벌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왕훙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농촌 진출을 권장하고 있지만 1960년대나 통하던 이런 정책이 청년들에게 먹힐 리 없습니다. 오히려 중국 청년들은 인생역전을 꿈꾸며 복권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중국 신문망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복권 판매가 작년보다 53% 급증했는데 현지 매체에 따르면 복권 구매자 상당수가 젊은층이라고 합니다.
이런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는 시진핑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반시장, 독재 정책으로 경제 위기를 초래했다는 불만이 중화권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의 두번째 소식 역시 이런 중국의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 프로모 ###
지난 11월 초 중국 인터넷 사이트 웨이보는 중국 당국에 의해 회수된 역사 관련 저서 한 권 때문에 난리였습니다.
명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숭정제를 다룬 책인데 지난 9월 출간 이후 한 달 만에 서점의 책은 물론 전자책까지 모두 회수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명나라 역사 전문가인 중국 중앙민족대 천우퉁(陳梧桐·1935~2023) 전 교수가 집필했습니다. 2016년 첫 출간됐고 올해 5월, 천 교수가 사망한 것을 계기로 제목만 바꿔서 재출판했습니다. 원 제목은 ‘숭정제의 지난날 : 명나라의 마지막 장면’이었는데 바뀐 제목은 ’숭정 : 부지런히 정사를 돌본 망국 군주‘입니다.
그러나 이런 당국의 회수 덕분에 책 가격은 46위안(미화 6.43달러)에서 1,280위안(미화178.86달러)으로 거의 27배가 뛰었습니다.
숭정제는 명나라 16대 황제로 1627년, 16세의 나이로 즉위했습니다. 명나라는 숭정제의 할아버지 만력제 시기부터 쇠락의 길을 걸어 숭정제 전임 황제인 전계제 때는 환관 위충현의 국정농단으로 나라가 거덜날 지경이 됐습니다. 명나라 몰락의 시기에 즉위한 숭정제는 나름 검소한 생활로 국고 낭비를 줄였고, 국정을 농단한 위충현 일당을 숙청하는 등 열심히 정사를 돌봤다고 합니다.
반면에 숭정제는 의심이 많았고, 성격이 조급하고, 눈 앞의 성과에만 집착했습니다. 이 때문에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신하들을 내치거나 처단하고 일이 잘못되면 신하에게 책임을 미뤘습니다.
그는 재위 17년간 국방장관 격인 병부상서를 14번이나 교체했고, 형부상서도 17명을 바꿨습니다. 그러다 보니 누구도 적극적으로 일 하지 않고 숭정제의 입만 바라봤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후금군을 벌벌 떨게 한 명나라의 명장 원숭환 장군을 의심해 숙청한 것입니다. 원 장군 제거 이후 명나라 군대는 후금군과 제대로 된 싸움 한번 해보지 못하고 패전만 거듭했습니다. 결국 숭정제는 명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이에 대해 천우퉁은 “멀리 보는 치국의 방략 없이 당장의 성과와 이익에 집착하다보니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우왕좌왕하고 서두르다보니 목표로 했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고 숭정제를 평가했습니다. 올해 새로 펴낸 책은 숭정제에 대해 ‘패착을 반복했고 연거푸 실수했다’, ‘열심히 정사를 돌볼수록 나라는 망해갔다’는 광고 문구를 내세웠습니다.
평론가들은 책의 표지에 쓰인 이 문구가 중국 당국의 신경을 건드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봅니다. 중국은 정치적 표현이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역사를 빌어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은데 책은 숭정제를 비판했으나 결국 시진핑에 대한 비판으로 본 것입니다.
집권 3기를 맞은 시진핑 주석은 올해 국방장관과 외교부장 등 자신이 발탁한 측근 고위인사들을 줄줄이 숙청했습니다. 또 코로나 대유행 3년 간 과학적 근거보다 사회주의 체제의 우위를 강조하는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고집하며 중국 경제를 나락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미중 관계를 비롯한 대외관계 악화와 반시장 정책 등으로 외국 투자가 급감하고 외국 자본도 빠져 나가는 추세입니다.
또 청나라 시기 나온 철판도(鐵板圖)와 당나라 시기 나온 추배도(推背圖)라는 예언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먼저 청나라 시기에 나온 철판도는 그림과 해설로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 철판처럼 잘 들어 맞는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철판도에 등장하는 그림을 보면 산봉우리 2개가 있는데요, 두 봉우리 중간으로 검은 새 네 마리가 날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다섯 번째 새는 흰 깃털을 가진 새인데요, 이 새는 산허리에 부딪혀서 붉은 피를 흘리며 추락하고 있습니다.
그림의 아래에는 백우모조(白羽毛鳥) 즉 ‘흰색 깃털을 가진 새’라는 글이 써있는데 여기서 흰 백(白) 자와 깃털 우(羽)자를 합치면 한자로 익힐 습(習), 중국 발음으로는 ‘시’. 이 때문에 이 그림의 문구가 시진핑 주석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중화권 인터넷 사이트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또 앞에 4마리 검은 새는 1세대부터 4세대까지의 중국 지도자들이고, 다섯 번째 흰색 깃털을 가진 새가 5세대 지도자인 시진핑 주석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또 다른 예언서인 추배도는 7세기 당나라 시대에 나온 책입니다. 모두 60장의 그림과 ‘참왈(讖曰)’이라는 예언, ‘송왈(頌曰)’이라는 보조설명으로 구성되는데 그림 가운데 제46장이 논란입니다.
46장 참왈에서는 ‘어두침침한 흙먼지가 칼을 쓰지 않고도 사람을 죽이니, 모든 사람은 죽지 않고 한 사람도 도망치기 어렵다’(黯黯陰霾, 殺不用刀, 萬人不死, 一人難逃)라고 적혀 있습니다. 앞의 상황은 전염병 유행, 윤리의식 붕괴, 진실을 차단하는 언론 통제 등으로 병들어 가는 중국의 모습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수천, 수백년 전의 예언서를 믿는다기보다 왜 이 시점에 이런 예언서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지 그 배경을 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시진핑의 장기 집권과 경기 침체로 활력을 잃은 중국의 현 상황을 역사서를 빌어 비판하고,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중화권 사람들의 희망이 반영됐다는 것입니다.
예언서 논란은 미신 행위가 만연한 북한의 상황을 떠올리게 합니다. 주민뿐 아니라 당, 정, 군 간부들의 인사와 정책 집행 과정에도 미신 행위가 개입돼 북한 지도부가 미신 금지령을 내릴 정도라고 하지요. 중국에서 과거의 역사서와 예언서가 재소환되고, 북한에서 미신 행위가 성행하는 등 북중 양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의 공통점은 현실에 대한 불만과 암울한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김명성이었습니다.
에디터 : 양성원 제작 : 이현주 웹팀 :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