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잠잠했던 북한 도발, 이제부터 본격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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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북한이 지난 18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한 달만의 미사일 도발인데요. 이번에 북한이 겨냥한 건 무엇이었을까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북한이 지난 18일 황해북도 상원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여러 발을 발사했습니다. 지난달 14일 신형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지 33일 만의 도발 재개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제재 대상인 탄도미사일 도발로 보면 지난 1월 14일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에 이어 64일 만이며, 올해 들어 두 번째 탄도미사일 발사입니다. 한국 군 관계자는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KN-23, KN-24, KN-25 등 신형 유도미사일 3종 중 하나로 추정된다"며 "3발 이상이 알섬을 향해 날아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예진: 지난해 말부터 올해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북한의 도발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예상 외로 잠잠하던 북한이 다시 도발을 재개한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김금혁: 아무래도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한에 맞춰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아 미국과 한국을 향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그동안 도발을 자제해 온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의 양회와 러시아의 대선이 치러지는 동안 도발을 자제함으로써 이슈를 분산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러시아와 중국 배려 차원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러시아 대선이 끝나자마자 다시 도발에 나서고 있는 것을 보면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뒷배를 확실하게 두고,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죠.

또한 이번에 한미가 역대급 규모의 연합 훈련을 진행하면서 한층 강화된 공조를 과시했고, 특히 참수작전과 같은 북한이 가장 민감해 하는 훈련까지도 서슴지 않고 진행하면서 그걸 대놓고 공개했거든요. 이것 역시 일종의 기싸움이고 북한의 무력 도발에 강하게 응징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셈입니다. 북한은 아마도 이런 한미의 훈련이 상당히 부담이 되었을 테지만, 똑같은 규모로 맞대응 하기는 힘들죠. 돈도 없고 기름도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가만히 지켜만 볼 수도 없을 것이고요. 결국 북한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재래식 전력보다는 미사일 시험 발사와 같은 비대칭 전력을 이용한 대응인 것입니다.

이예진: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북한이 당분간 빈번하게 도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김금혁: 일단 저희가 여러 차례 말씀 드렸듯이, 올해에는 전 세계적으로 굵직굵직한 정치적 행사들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일단 한국에서 당장 20일 후면 제22대 총선이 치러지고 만약 그 총선에서 대북 강경노선을 채택하고 있는 여당이 승리하게 될 경우 남북관계는 북한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진 않겠죠. 또한 11월엔 미국 대선이 있습니다. 북한은 모름지기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을 누구보다 강하게 원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원칙주의자인 바이든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이미 여러 번 만난 적 있고,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서로 통하는 구석이 많은 트럼프가 집권을 하게 된다면 다시금 북미 관계에 훈풍이 불 수도 있겠다는 관측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할 시 그가 항상 말하는 주한미군 철수나 방위비 인상과 같은 논제들은 모두 북한에게 이롭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제적 환경이 올 수 있도록 도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속적인 도발과 아슬아슬한 선 넘기를 통해 국제사회를 자극하고, 윤석열 정부나 바이든 정부가 결국 대북 압박 정책에 실패했다는 점을 강조하게 된다면 그 여론이 선거에도 영향을 미쳐 북한이 원하는 그림이 나오게끔 하는 것이 북한의 목표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더해 만약 러시아나 중국, 특히 러시아가 북한을 옹호하며 북핵 용인과 같은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고 가정한다면 러시아와 북한을 막지 못했다는 실패론이 부각될 것이고, 이건 한국, 미국 모두에게 큰 부담입니다. 시기적으로 본다면 당장 4월 15일 김일성 생일, 4월 25일 조선인민군 창건절과 같은 날에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죠. 또한 7.27 정전협정 기념일도 도발에 나설 수 있는 적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예진: 다음 소식입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는 남한을 '괴뢰'로 표현하더니, 이번에는 남북 축구 경기에서 '한국'이란 표기가 등장해 화제입니다.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조선중앙TV는 지난 13일 열린 20세 이하(U-20) 여자축구 아시안컵 준결승 남북 대결 경기 영상을 17일 중계하면서 '한국' 대 '조선'으로 표기했습니다. 자막을 제외하면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경기 내용을 설명해주는 해설자의 발언에서도 한국 팀은 거론하지 않은 채 북한을 "우리 팀" 이라고 지칭했습니다. 조선중앙TV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중계 당시 태극기를 안 보이게 모자이크 처리한 바 있지만, 이번 경기 영상에서 카메라에 잡힌 태극기는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앞서 지난 14일, 조선중앙통신은 이 경기 결과를 보도하면서 한국을 '괴뢰 한국'이라고 표기했습니다.

이예진: 한국을 통일의 대상이 아니라 교전국 관계로 보겠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방침이 중계에도 반영된 거라고 봐야겠죠?

김금혁: 네 당연하죠. 일단 최고지도자가 앞장서서 한국을 적국으로 칭하고 교전국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으니 북한의 모든 선전 기관들이 이를 이행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북한은 이미 올해 들어 남한과 북한을 더 이상 한민족 관계가 아닌 교전국 관계, 불구대천의 원수와도 같은 적국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를 헌법에도 반영했고, 자신들의 국가에도 반영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국가를 보면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이라는 원래의 표현을 이제는 '이 세상 아름다운 내 조국'으로 바꾸기도 했죠. 자신들의 영토가 더 이상 삼천리가 아니라는 것, 즉 군사분계선 이남의 지역은 본인들의 영토가 아니라고 규정 지은 것입니다.

이러한 한민족 거부 정책, 한반도 두 나라 정책의 결과물들이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한 건데요. 예전에는 ‘남조선’으로 표현하던 것들이 ‘한국’으로 바뀌었다가 ‘괴뢰 한국’으로 바뀌었다 하는 등 막 왔다 갔다 하고 있죠. 어쨌든 ‘남조선’은 안 된다 이겁니다. 자신들이 조선인데 ‘남조선’이라고 표현하면 결국 같은 민족, 같은 영토라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니 남조선은 절대 안 되고, 그렇다고 또 한국으로 표현하자니 자존심이 허락지 않고 그래서 생각해낸 단어가 바로 ‘괴뢰 한국’인 것입니다. 북한은 여전히 한국이 미국의 괴뢰라고 주장을 하고 싶겠죠. 전 세계 어느 누구도 그렇게 바라보지 않고, 또 그렇게 바라볼 이유 조차 없지만 북한은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괴뢰라는 말을 꼭 붙이고 싶은가 봅니다.

이예진: 탈북민 중에는 북한에서 한국, 대한민국이라는 말조차 들어본 적 없었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젠 적어도 북한 주민들이 제대로 된 남한의 국호는 알게 된 것 같은데요. 의외로 많은 한국 국민이 북한의 이런 표기를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기사를 읽은 인터넷 이용자들의 반응 알아볼까요?

김금혁: "지난 중계 때 괴뢰라고 써있는 거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아무리 무개념 북한이라도 설마 TV에다가 조선 대 괴뢰라고 적기야 하겠냐 했는데…진짜 하다니", "바라는 바다. 너희는 너희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너희는 너희식(?) 사회주의 체제로, 우리는 우리식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그냥 살면 된다", "조선이 한민족이 아니고 한국과 다른 국가라는 것에 동의한다", "국가라고 하기엔 너무 유치한 작태를 보이는 집단이다" 등등 북한의 행태를 비판하거나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냉소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많았습니다.

남한 내 많은 국민들, 특히 젊은 층은 사실 오래전부터 북한과의 어떤 연대성이나 동질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같은 민족이라고 하면서 계속 군사 도발하고, 우리 국민을 해치고, 못된 짓만 하니 누가 그걸 이쁘게 보겠습니까. 오히려 북한이 저렇게 나와 주는 것에 대해 잘된 일이라고 환영하시는 분들도 있죠. 이젠 ‘아예 남남으로 살고 더 이상 우릴 건드리지 말아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통일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러한 시각이 확대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이롭지 못합니다. 북한이 저렇게 몽니를 부리고 억지를 쓴다고 해서 한민족이라는 사실이 달라지진 않습니다. 김정은 개인이 끊어 놓을 수 있는 역사와 문화가 아니지 않습니까.

우린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북한 주민을 더 끌어당기고 그들과 북한 정권을 분리하여 북한 정권을 압박하고 주민을 포용하는 정책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죠. 북한을 외면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리고 북한 정권이 바라는 바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그렇게 되면 북한 내부의 인권 문제도 더 이상 거론되지 않을 것이고, 북한 정권은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인권 탄압을 마음대로 자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북한이 저렇게 고립주의로 나아갈수록 북한 주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