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죽어도 집에 가서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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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지난 1월 중국에 이어 이번에는 아프리카에서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유 알아보죠.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일본 산케이신문은 지난 26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아프리카 콩고공화국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는 북한 노동자 수십 명이 지난달로 예정됐던 귀국이 연기되자 이에 반발하며 폭동을 일으켰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국방성 산하 업체가 노동자를 파견한 중국 지린성 허룽시 의류 제조 공장과 수산물 가공 공장에서 지난 1월 임금 체불 문제로 처음 폭동이 일어났고,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의류 공장에서도 2월, 노동자 약 10명이 귀국을 요구하며 출근을 거부하는 등 집단행동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산케이는 또한 "북한이 정보를 통제하고 있지만, 첫 폭동과 관련된 소문이 중국과 러시아 등에 있는 10만여 명의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예진: 임금체불에, 기약 없는 귀국 연기까지,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게다가 생활 환경도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죠. 돈도 벌고, 해외에도 한번 나가보자는 마음으로 떠난 이들의 실제 생활은 어떻습니까?

김금혁: 생각보다 훨씬 열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과거에는 해외로 파견되는 것은 북한 내 노동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북한 내부에서 공장을 다니며 돈을 버는 것보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금액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컸기 때문이죠. 또한 통제된 생활이라 할지라도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아주 약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고, 시내 구경이나 쇼핑몰 관광 등이 허용되었거든요. 그 작은 자유가 해외 노동자들에게는 고된 노동을 다 잊게 해주는 선물 같은 것입니다. 또한 힘들게 일을 해서 돈을 벌면 그만큼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지금보다는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에 다들 기를 쓰고 해외를 나가려고 하는 것이거든요.

그러나 최근 보도되고 있는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실태를 보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강화되어 오던 통제는 코로나를 핑계로 전면 통제로 이어져 공장과 숙소를 제외한 그 어느 곳도 갈 수 없다고 합니다. 시내 관광이나 쇼핑몰, 맛집 체험 같은 것은 아예 꿈도 꿀 수 없는 것이죠. 이게 노예 생활이 아니고 뭡니까.

또한 2017, 2018년에 파견된 근로자들의 경우 3년이 지나면 귀국을 해야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봉쇄된 상황에서 북한으로 돌아갈 길이 완전 막혀 버렸거든요. 그러다 보니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은 그동안 수입이 완전히 끊겨 생계가 막막해졌고, 생활 형편이 오히려 더 안 좋아졌습니다. 또한 코로나가 끝나고 빠르게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교대 인력이 제때에 나오지 않아 무기한 연장 근무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또 최악의 경우는 밀린 월급이 제때에 지급되지 않아 4~5년을 강제 노동했음에도 합당한 처우와 급여는 전혀 받지 못한 상황들이 연달아 터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예진: ‘죽어도 집에 가서 죽겠다’는 해외 파견 노동자의 말이 이해가 갈 정도네요. 눈 여겨 봐야 할 건 중국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폭동까지, 이들의 집단행동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산케이신문의 보도를 보면 해외에 파견된 10만여 노동자들 사이에 중국에서 일어난 첫 폭동을 소문으로 알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게 가능한 겁니까?

김금혁: 충분히 가능합니다. 아무리 통제를 강화한다 할지라도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지는 못합니다. 인터넷이 있기 때문이죠. 해외에 나와 있는 모든 노동자들이 다 스마트폰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꽤 상당한 숫자의 사람들이 사용을 한다고 하죠. 특히 북한 식당 종업원이나 중간급 관리, 통역 같은 사람들은 스마트폰 사용율이 높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당 소식이 빠르게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런 일은 있어본 적 없는 매우 파격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해당 소문에 반응하는 북한 노동자들 또한 매우 기민하게 반응했겠죠. 얼마나 놀라운 소식입니까. 뭉쳐서 싸우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교훈이 전파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화룡에서 일어난 일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든 북한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고통 아니겠습니까. 흥미로운 것은 북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북한 유학생들도 매우 분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 역시 코로나로 인해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여전히 해당 국가에 체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작년부터 귀국이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 역시 매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당국의 어떠한 도움 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는 몇몇 학생들이 있는데요. 본인들 역시 생활비나 체류비 등도 당국으로부터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고, 통제가 너무 심해져 밖에서 나가 음식을 사먹을 수 없어 기숙사에서 금지된 취식을 강요 당해 벌점을 받는 등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귀국 날짜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유학생들 입장에선 그래서 노동자들의 폭동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전해왔습니다.

이예진: 연쇄적인 북한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을 보고 한국 언론에서 주목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폭동을 주도한 세대가 바로 30세 전후의 장마당 세대라는 건데요. 이들이 있어 이전과는 다르게 집단행동이 가능했다는 분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금혁: 저희가 방송을 통해 장마당 세대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번 강조를 해드렸죠. 이번에도 결국 장마당 세대가 화두의 중심에 있습니다. 장마당 세대와 기존 세대와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은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세대라는 것입니다. 북한 체제 하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이들 세대가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근본적 이유는 이들은 북한으로부터 받은 혜택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즉 자신들의 성장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장마당에서 힘들게 장사하며 자신들을 먹여 살린 부모들이지, 북한이 아니란 거죠. 오히려 북한은 장마당을 통제하고 마음대로 장사를 하지 못하도록 못살게 굴었죠. 장마당 세대는 이런 북한의 불합리성과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헌신을 비교하며 북한에 대한 충성보다는 가족 중심적인 개인주의 성향을 탑재한 것이죠.

그러다 보니 이제 장마당 세대는 '왜?'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나한테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는 데 왜 충성을 요구하지? 남한 드라마와 영화가 너무 재미있는데 왜 이걸 못보게 하지? 난 왜 마음대로 여행도 못하고, 하고 싶은 말도 못하면서 이렇게 살아야 하지?' 등등 '왜?'라는 질문은 북한이 그동안 강조해온 사상적 동일체를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열쇠입니다. 지독한 세뇌와 공포로 다져온 정권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지지는 '왜?'라는 질문이 등장하며 결국 무너지고 있죠. 그것이 바로 장마당 세대를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이예진: 이런 사태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난다면 북한 당국으로서도 여러 모로 타격이 클 것 같은 같은데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김금혁: 고민이 커지겠죠. 외화벌이는 북한 당국의 가장 중요한 생존 수단 중 하나입니다. 특히 김씨 일가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선 정기적으로 벌어들이는 외화가 줄어들면 안 됩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북한은 해외 노동자들의 사상적 이탈과 집단 행동이 북한 체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죠. 진퇴양난에 빠진 것입니다. 외화를 벌기 위해선 더 많은 노동자를 파견하고 해당 사업을 크게 키워야 하지만, 그러다 보면 더 많은 장마당 세대가 해외로 나가게 될 것이고 이들이 나중에 또 다른 봉기를 일으키게 될 경우 걷잡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는 위험이 있죠. 그렇다고 나이 많은 노동자들을 내보내기엔 해당 국가에서 이들을 받지 않겠죠. 노동 효율성은 어느 국가나 중요하니까요.

물론 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한 당국이 과거와 같은 수준의 압박과 통제를 하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똑같은 통제를 한다면 또 다른 봉기가 빠른 시간 안에 일어나겠죠. 그러다 보니 북한은 강도를 낮추는 대신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며 달래는 방식으로 갈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요구를 하나, 둘 들어주다 보면 북한 노동자들은 점점 더 많은 요구를 할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북한 당국의 통제 체제는 위협을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북한의 노동자들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북한의 체제 하의 위험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분석합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