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죽어도 집에 가서 죽겠다

서울-이예진 leey@rfa.org
2024.03.27
[화제성 갑] 죽어도 집에 가서 죽겠다 중국 길림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 도문시 경제 개발구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안녕하세요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지난 1월 중국에 이어 이번에는 아프리카에서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북한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유 알아보죠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일본 산케이신문은 지난 26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아프리카 콩고공화국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는 북한 노동자 수십 명이 지난달로 예정됐던 귀국이 연기되자 이에 반발하며 폭동을 일으켰다고 보도했습니다보도에 따르면 북한 국방성 산하 업체가 노동자를 파견한 중국 지린성 허룽시 의류 제조 공장과 수산물 가공 공장에서 지난 1월 임금 체불 문제로 처음 폭동이 일어났고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의류 공장에서도 2노동자 약 10명이 귀국을 요구하며 출근을 거부하는 등 집단행동이 지속되고 있습니다산케이는 또한 "북한이 정보를 통제하고 있지만첫 폭동과 관련된 소문이 중국과 러시아 등에 있는 10만여 명의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예진임금체불에기약 없는 귀국 연기까지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게다가 생활 환경도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죠돈도 벌고해외에도 한번 나가보자는 마음으로 떠난 이들의 실제 생활은 어떻습니까?

 

김금혁: 생각보다 훨씬 열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과거에는 해외로 파견되는 것은 북한 내 노동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북한 내부에서 공장을 다니며 돈을 버는 것보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금액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컸기 때문이죠또한 통제된 생활이라 할지라도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아주 약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고시내 구경이나 쇼핑몰 관광 등이 허용되었거든요그 작은 자유가 해외 노동자들에게는 고된 노동을 다 잊게 해주는 선물 같은 것입니다또한 힘들게 일을 해서 돈을 벌면 그만큼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지금보다는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에 다들 기를 쓰고 해외를 나가려고 하는 것이거든요.

 

그러나 최근 보도되고 있는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실태를 보면 문제가 심각합니다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강화되어 오던 통제는 코로나를 핑계로 전면 통제로 이어져 공장과 숙소를 제외한 그 어느 곳도 갈 수 없다고 합니다시내 관광이나 쇼핑몰맛집 체험 같은 것은 아예 꿈도 꿀 수 없는 것이죠이게 노예 생활이 아니고 뭡니까.

또한 2017, 2018년에 파견된 근로자들의 경우 3년이 지나면 귀국을 해야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봉쇄된 상황에서 북한으로 돌아갈 길이 완전 막혀 버렸거든요그러다 보니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은 그동안 수입이 완전히 끊겨 생계가 막막해졌고생활 형편이 오히려 더 안 좋아졌습니다또한 코로나가 끝나고 빠르게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교대 인력이 제때에 나오지 않아 무기한 연장 근무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또 최악의 경우는 밀린 월급이 제때에 지급되지 않아 4~5년을 강제 노동했음에도 합당한 처우와 급여는 전혀 받지 못한 상황들이 연달아 터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예진: ‘죽어도 집에 가서 죽겠다는 해외 파견 노동자의 말이 이해가 갈 정도네요눈 여겨 봐야 할 건 중국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폭동까지이들의 집단행동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산케이신문의 보도를 보면 해외에 파견된 10만여 노동자들 사이에 중국에서 일어난 첫 폭동을 소문으로 알고 있다고 하는데요이게 가능한 겁니까?

 

김금혁: 충분히 가능합니다아무리 통제를 강화한다 할지라도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지는 못합니다인터넷이 있기 때문이죠해외에 나와 있는 모든 노동자들이 다 스마트폰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꽤 상당한 숫자의 사람들이 사용을 한다고 하죠특히 북한 식당 종업원이나 중간급 관리통역 같은 사람들은 스마트폰 사용율이 높습니다이런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당 소식이 빠르게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런 일은 있어본 적 없는 매우 파격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해당 소문에 반응하는 북한 노동자들 또한 매우 기민하게 반응했겠죠얼마나 놀라운 소식입니까뭉쳐서 싸우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교훈이 전파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화룡에서 일어난 일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든 북한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고통 아니겠습니까흥미로운 것은 북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북한 유학생들도 매우 분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이들 역시 코로나로 인해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여전히 해당 국가에 체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작년부터 귀국이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 역시 매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당국의 어떠한 도움 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는 몇몇 학생들이 있는데요본인들 역시 생활비나 체류비 등도 당국으로부터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고통제가 너무 심해져 밖에서 나가 음식을 사먹을 수 없어 기숙사에서 금지된 취식을 강요 당해 벌점을 받는 등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귀국 날짜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유학생들 입장에선 그래서 노동자들의 폭동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전해왔습니다.

 

이예진연쇄적인 북한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을 보고 한국 언론에서 주목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폭동을 주도한 세대가 바로 30세 전후의 장마당 세대라는 건데요이들이 있어 이전과는 다르게 집단행동이 가능했다는 분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금혁: 저희가 방송을 통해 장마당 세대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번 강조를 해드렸죠이번에도 결국 장마당 세대가 화두의 중심에 있습니다장마당 세대와 기존 세대와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은 ?’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세대라는 것입니다북한 체제 하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이들 세대가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근본적 이유는 이들은 북한으로부터 받은 혜택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즉 자신들의 성장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장마당에서 힘들게 장사하며 자신들을 먹여 살린 부모들이지북한이 아니란 거죠오히려 북한은 장마당을 통제하고 마음대로 장사를 하지 못하도록 못살게 굴었죠장마당 세대는 이런 북한의 불합리성과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헌신을 비교하며 북한에 대한 충성보다는 가족 중심적인 개인주의 성향을 탑재한 것이죠.

그러다 보니 이제 장마당 세대는 ?’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나한테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는 데 왜 충성을 요구하지남한 드라마와 영화가 너무 재미있는데 왜 이걸 못보게 하지난 왜 마음대로 여행도 못하고하고 싶은 말도 못하면서 이렇게 살아야 하지?’ 등등 ?’라는 질문은 북한이 그동안 강조해온 사상적 동일체를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열쇠입니다지독한 세뇌와 공포로 다져온 정권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지지는 ?’라는 질문이 등장하며 결국 무너지고 있죠그것이 바로 장마당 세대를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이예진이런 사태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난다면 북한 당국으로서도 여러 모로 타격이 클 것 같은 같은데요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김금혁: 고민이 커지겠죠외화벌이는 북한 당국의 가장 중요한 생존 수단 중 하나입니다특히 김씨 일가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선 정기적으로 벌어들이는 외화가 줄어들면 안 됩니다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북한은 해외 노동자들의 사상적 이탈과 집단 행동이 북한 체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죠진퇴양난에 빠진 것입니다외화를 벌기 위해선 더 많은 노동자를 파견하고 해당 사업을 크게 키워야 하지만그러다 보면 더 많은 장마당 세대가 해외로 나가게 될 것이고 이들이 나중에 또 다른 봉기를 일으키게 될 경우 걷잡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는 위험이 있죠그렇다고 나이 많은 노동자들을 내보내기엔 해당 국가에서 이들을 받지 않겠죠노동 효율성은 어느 국가나 중요하니까요.

 

물론 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한 당국이 과거와 같은 수준의 압박과 통제를 하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똑같은 통제를 한다면 또 다른 봉기가 빠른 시간 안에 일어나겠죠그러다 보니 북한은 강도를 낮추는 대신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며 달래는 방식으로 갈 겁니다하지만 그들의 요구를 하나둘 들어주다 보면 북한 노동자들은 점점 더 많은 요구를 할 것이고그런 과정에서 북한 당국의 통제 체제는 위협을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그렇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북한의 노동자들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북한의 체제 하의 위험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분석합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지금까지 화제성 갑진행에 이예진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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