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북한이 이란의 자동차 회사와 손을 잡는다는 소식입니다. 북한과 이란의 협력이 과연 자동차 산업에서만 이뤄지게 될까요?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이란 국영 완성차 회사인 '사이파'가 지난달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 SNS에 올린 게시물에 따르면, 윤정호 대외경제상은 이란에서 개최된 수출박람회에서 "북한은 사이파 자동차 그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윤 대외경제상은 "사이파는 승용차와 상용차 제조에서 좋은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한 뒤 "북한의 자동차 제조업도 합리적인 수준"이라며 "양국의 우호적인 정치적 관계를 고려하면 양국이 자동차 산업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정호 대외경제상은 지난달 23일 평양에서 출발해 9박 10일간 이란에서 체류한 뒤 이달 2일 귀국했습니다.
이예진: 북한 고위급 인사가 이란을 방문한 게 2019년 박철민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이후 5년 만이죠. 최근 우방 위주로 적극적인 외교 정책을 펴고 있는 북한, 이란을 방문한 목적에 언론의 관심도 컸는데요. 이란과 자동차 협력 얘기부터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우선 사이파라는 회사는 어떤 곳입니까?
김금혁: 윤 대외경제상이 관심을 보인 사이파는 이란에서 두 번째로 큰 완성차 회사입니다. 1965년부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회사이고, 이란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저렴한 자동차를 팔고 있는데요. 일명 이란 국민차로 불리는 회사이기도 하죠. 1993년 한국의 기아자동차가 수출한 프라이드를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생산한 것을 비롯해 PSA그룹, 독일 다임러, 스웨덴 스카니아 등과도 합작하는 등 다양한 합작 경험도 축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란의 자동차산업은 이란 내에서 천연자원 , 석유와 가스 산업에 이어 두번째로 큰 사업으로 이란의 국내총생산량(GDP)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란은 자국 자동차의 러시아 수출을 확대하며 해외 판로 개척에도 힘을 들이고 있죠. 미국의 대이란 제재때문에 사실상 막혀 있는 출로를 열기 위해 러시아와 접촉한 것인데, 러시아나 북한, 이란과 같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들이 서로 서로 담합하면서 수출 구조를 만들어 가는 형태이기도 합니다.
이예진: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북한의 자동차 관련 공장들은 대북 제재 이후로 거의 멈춰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란과의 자동차 산업 협력,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김금혁: 일단 먼저 북한의 자동차 생산 현황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로는 승리자동차 연합기업소와 평화자동차가 있습니다 . 평화자동차는 유일하게 북한 내에서 민간용 승용차를 생산하는 업체입니다. 세단 '휘파람'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뻐꾸기'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평화자동차는 통일교가 운영하는 평화그룹과 북한이 손을 잡고 만든 합작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2013년 통일그룹이 경영에서 철수하며 모든 권한은 사실상 북한에 넘어간 상태죠.
한국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가 2020년 공개한 '북한 자동차 산업현황'에 따르면, 2012년 이후 두 자동차 제조공장 모두 연구개발과 자금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통일그룹이 철수하며 북한 단독으로 자동차를 조립, 생산하는 것은 매우 힘에 부치는 일이라는 것이 드러난 셈인데요. 북한의 자동차 산업은 폐쇄적 경제구조와 경제난, 외화난에 발목을 잡힌 상태입니다.
KDB산업은행이 2015년 발간한 보고서 '북한의 산업'을 보면, 1990년대 들어 전력난으로 인한 공장가동률 저하와 원재료 부족으로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했고, 고무원료의 부족으로 타이어 생산에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자동차 부품의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으나, 누적된 대북제재 등으로 인한 외화부족으로 원자재 조달 조차 어려운 것으로 추정됩니다.
투자재원 부족으로 인한 생산설비 노후화도 심각합니다 . 북한 자동차공업 시설 및 공장들은 대부분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원조에 의해 건설됐는데, 1970년대에 들어 이들 국가로부터의 채무 불이행에 따른 차관도입 부진 등으로 설비의 노후화가 진행되어 정상 작동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이런 절망적인 상황을 개선하고 다시 한번 자동차 산업을 살리려는 목적으로 이란과 접촉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란이 여기에 호응을 해줄지는 의문입니다. 일단 북한은 군수용을 제외한 모든 공업제품 생산에서 경쟁력이 0에 가깝습니다.
또한 이란 입장에선 북한 시장이 그리 매력있는 시장도 아니거니와 북한은 현재 수십년 넘게 기술력이나 설비들이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데 , 이건 이란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북한 사람들의 구매력도 낮고 자가용을 구매한 것 역시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일단 북한 시장은 돈이 안 됩니다. 또한 강력한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어디 다른 나라에 팔 수도 없죠. 결국 이란은 돈만 쏟아 붓고 이득은 거의 취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예진: 그런 상황 속에서도 북한과 이란이 실제로 자동차산업 부문에서 협력을 맺는다면 대북제재 위반이 되겠죠. 하지만 이걸 막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
김금혁: 네. 그렇죠. 명백한 대북제재 위반입니다. 통일부는 "북한과 유의미한 협력은 대부분 대북제재 위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난 7일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합작사업, 협력체 설립·유지·운영 등 모든 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정확히 언급했습니다. 또한 "협력사업을 하거나 협력체를 설립하는 것조차 대북제재 위반"이라며 "인력 교류도 협력체, 협력사업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이란 모두 국제규범이나 제재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불량한 나라들이다 보니 사실상 국제 사회가 이를 제지할 마땅한 방법이나 수단은 없습니다 . 안보리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이 이들 국가의 뒤를 받쳐주고 있고 또 수십 년 동안 제재를 받는다고는 하나 그 허술함과 애매모호함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생존해 온 나라들인 만큼 이들의 협력은 오히려 국제 사회를 비웃는 모양이 되기도 하죠.
자동차 산업 협력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 군수산업에서 이미 북한과 이란은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북한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노동력 수출을 통한 외화벌이 역시 이란과 논의 중일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을 이란 회사에서 고용하고, 이들을 다시 중동의 건설 현장으로 파견하는 형태를 취한다면 유엔 제재도 회피할 수 있고 북한 역시 다시 외화를 벌 수 있습니다.
이예진: 이란에서도 북한 대표단의 방문 목적은 수출박람회 참석이라며 군사 협력 논의 의혹을 부인한 바 있지만, 지금도 많은 전문가들이 양국의 군사협력 논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밑 논의가 정말 없었을까요? 금혁 씨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저는 군사 협력에 대한 논의는 당연히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북한과 이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자동차는 아니지 않습니까? 미국을 상대로 이스라엘을 상대로 군사적 도발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두 국가인 만큼 군사력 증강에 관한 관심은 그 무엇보다 일치합니다.
특히 최근 북한산 미사일이 연이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고 러시아의 비호와 묵인, 적극적인 협력 아래 북한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다양한 발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다양한 실전 경험을 갖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은 이란에게도 매우 탐나는 물건일 테고, 재래식 전력의 현대화를 꿈꾸는 북한에게는 막강한 재래식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란의 경험이 필요하죠.
또한 시리아나 예맨, 팔레스타인 등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동 국가들에 북한의 무기를 팔기 위해선 이들의 종주국인 이란과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이란을 거치지 않고 직접 거래를 하는 것은 이란의 심기를 자극하는 일이 될수도 있으니까요. 여러모로 이란과 북한은 군사적으로 매우 밀접해질 수 밖에 없는 시기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