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북 대남전단, 오물에 담긴 의도

서울-이예진 leey@rfa.org
2024.05.29
[화제성 갑] 북 대남전단, 오물에 담긴 의도 29일 오전 서울 노원구 수락중학교에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보이는 대남 전단 살포용 풍선 잔해 추정 물체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지난 28일 밤 11 34분쯤 요란한 경보음과 함께 위급 재난 통보문(문자)을 받은 경기와 일부 서울 지역 분들이 많이 놀라셨을 텐데요. 한국에선 지금 한밤중 북한에서 살포한 대남전단 풍선으로 한바탕 소란을 겪고 있습니다. 국민들 반응은 어떨까요?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28일 야간에 다량의 풍선을 대한민국에 살포했다" "29일 오후 4시 기준 강원, 경기, 경상, 전라, 충청 등 전국에서 260여 개 이상의 풍선이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지상에 낙하된 풍선은 군의 화생방신속대응팀과 폭발물처리반이 출동해 수거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오물, 쓰레기 등이 포함돼 있었다. 관련 기관에서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예진: 북한은 지난 26일 한국 내 대북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맞대응하겠다며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지역과 중심 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이걸 이틀 만에 바로 실행에 옮긴 건데요. 사진을 보면 하얀색 대형 풍선 2개에 비닐봉투가 달렸는데, 여기에 냄새 나는 거름까지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과거에도 이런 오물을 보낸 적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북한이 오물까지 보내는 의도는 과연 뭘까요?

 

김금혁: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북한이 그만큼 대북전단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고, 그 정도가 가히 히스테리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름으로 추정되는 오물까지 보내는 의도는 자신들에게 대북전단이나 K팝이 담긴 USB가 오물과도 같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이고, 한국의 여론을 자극해 대북전단 살포 움직임을 내부적으로 반대하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다고 봐야 합니다. 대남 삐라나 오물이 살포되면서 한때 공습 경보가 내려지기도 했고, 그로 인해 많은 남한 주민들이 불안해 했거든요. 이런 심리를 자극해서 남한 내부에서 괜히 북한을 건드리지 말자는 여론이 나와주기를 바라는 그런 심리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남한과 북한의 전단 날리기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닙니다. 한국 전쟁 발발 이후 본격화된 전단 살포는 전쟁 당시 기간에만 무려 28억장에 가까웠다고 알려져 있죠.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남한과 북한은 효과적인 심리전의 수단으로 전단 살포를 사용해 왔습니다. 북한이 잘살던 60~ 70년대에는 남한 군인들에게 귀순을 요구하는 전단을 뿌리며 체제를 과시하기 위한 용도로 많이 뿌렸죠. 당시까지만 해도 북에서 보낸 전단을 구경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남한의 경제가 북한을 추월하고 다른 여러 가지 면에서 북한을 압도하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북한의 전단은 효력을 잃었고, 오히려 남한에서 북한을 향해 북한의 체제를 비판하고 귀순을 유도하는 그런 전단들이 대거 뿌려졌습니다.

그러다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 체결과 2000년 남북 상호비방 중지 합의에 따라 양측의 전단 살포가 공식 중단된 것입니다. 정부 차원의 공식 전단 살포는 중단됐지만, 전단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2008년 남북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하면서 전단 살포는 다시 재개되었습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전단 살포의 주체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옮겨간 것입니다. 이후로는 남한 내 북한인권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북한의 인권상황을 비판하고 김씨 일가를 비판하는 전단을 집중적으로 살포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오늘에 이른 것이죠.

북한이 이들의 전단에 대해 극도의 스트레스성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앞서 말한 김씨 일가에 대한 비판 뿐만 아니라 전단 안에는 실 사용이 가능한 달러 지폐와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 노래 등을 담은 usb가 담겨 있기 때문인데, 실제 북한 사람들이 이를 몰래 수거해 듣거나 유포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이를 막는 것이 매우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북한이 보낸 오물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들의 많은 한이 담겨 있다고 봐야겠죠.

 

이예진: 이번 일로 인터넷 이용자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어떤 댓글들이 달렸는지 먼저 살펴볼까요?

 

김금혁:그대로 수거해서 다시 날려 보내줘라!’, ‘대북 확성기 방송 다시 하고 탈북민 단체 삐라 살포 더 이상 제지하지 말아라라는 강경한 반응도 있었고요. ‘탈북자 단체 삐라 보내지 마라. 북조선 애들 대응차원에서 오물 보내잖아’, ‘북한이 먼저 날렸다면 문제가 되지만 이건 탈북단체가 먼저 날려서 일어난 일 아닌가’, ‘200여 개 중 단 1개에라도 화학물질이 들어있으면 어찌 되는 거냐’, ‘훗날 전시에 생물학적 병원균 보낼 수도 있다. 그거 시험해 본 것일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익숙할 테지만 젊은 세대는 북한의 이런 전단 살포가 매우 생소할 수 있습니다. 또 공습경보가 울리면서 한때 불안했던 만큼 예민한 반응들도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노린 점이 바로 이 지점이죠. 심리전은 한국도 취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예진: 인터넷 댓글을 보면 한국 국민들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것보다 이번 대남전단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전단을 보고 신고한 분들도 많고, 여기에 정말 바이러스라도 있었다면 보통 일이 아니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김금혁: 바이러스를 전단에 포함하는 것은 성격이 매우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만약 북한이 바이러스를 남한에 전파할 목적으로 전단을 살포했다면 이것은 심각한 무력 도발 행위와 마찬가지이고, 한국의 정당한 보복을 받아도 할 말 없는 그런 사안입니다. 피해의 심각성 여부에 따라 이것은 선전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테러 행위입니다.

또한 국제적으로 심각한 고립상태에 놓여 있는 북한이 한국의 민간인을 상대로 생화학전을 시도한 셈이 되기 때문에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국제 사회의 압박과 비판은 북한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단계로 갈 가능성이 높죠.

북한도 이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무모한 짓은 함부로 하지 못합니다. 그런 행위는 중국과 러시아도 보호해주기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북한은 정상국가가 아니고 김정은 역시 정상적인 지도자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돌발행동에 대해서는 항상 예의주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예진: 대남전단과 관련해 인터넷 이용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28일 밤 경보음과 함께 대남전단에 대한 긴급 재난 통보문(문자)를 받고 크게 놀란 사람들과 당연한 조치라고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김금혁: 네. 말씀하신 것처럼 한밤중 북한이 살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남전단 관련 '긴급 문자'가 발송된 것에 대해 반응이 많이 엇갈리고 있죠. 일명 '삐라'가 접경지역을 비롯한 경기도 전역에 경보를 울릴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느냐에 대한 의견과 휴전 국가인 한국 입장에선 피해를 사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였다는 의견이 지금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같은 경기도지만 비교적 후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일부 지역에는 재난 문자가 통보되지 않은 현상을 두고도 ‘왜 우리는 배제하느냐등의 의견들이 있었죠. 이와 함께 긴급 문자 안에 영어로 적힌 'Air raid Preliminary warning' 표기도 논란 대상이 됐습니다. 번역하면 공습 예비 경보라는 것인데 대남전단을 공습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적절하지 못하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이예진: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고 자유롭게 의견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이렇게 인터넷 이용자들끼리 의견 대립이 자주 일어납니다. 구체적인 내용 살펴볼까요?

 

김금혁: ‘이런 걸로 긴급 알림 받아야 하나!’, ‘제발 한밤중에 재난 아닌 재난 문자 좀 보내지 마라. 삐라 풍선 날라 온 걸로 전국민 잠을 깨워야겠냐?’, ‘한밤중 요란한 재난 문자 때문에 가족 다 깨고 속보 찾아보고 난리치느라 한숨도 못 잤다....’, ‘과잉은 아닌 거 같은데... 저 안에 물건에 뭐가 들어있거나 묻어 있을 줄 알고...’, ‘당연한 거 아니냐? 휴전국가에서’, ‘안전은 지나치게 경계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 만약 경고 문자 안 보내고 어떤 사고가 난다면 누굴 비난할 건데?’

 

첨예한 의견 대립인데요. 북한의 대남전단은 사실 그렇게 큰 위협은 아닙니다. 한국인 대다수가 북한 체제의 잘못된 점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북한이 시도하는 심리전에 휘둘리는 국민은 아니죠. 그렇기에 북한 역시 체제 우위를 강조하는 심리전보다 아예 쓰레기를 보내면서 자신들의 민낯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냥 한국 사람들 기분 나쁘라고 보낸 것이거든요. 여기에 대해 기분 나쁜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북한은 원래 그런 쓰레기보다 못한 국가니까 저런 짓 하는 거지하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모두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하고요. 다만 재난문자에 대해서는 저는 사소한 재난이나 위급 상황이라 할 지라도 원칙적으로 보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는 사소하지만 누구에게는 아주 크게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재난에 대한 대비는 항상 철저히 하는 것이 손해를 줄이는 방법이죠.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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