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할수록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중국 당국이 중국 내 북한 노동자 전원을 귀국시킬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한국 언론사 보도에 대해 중국 외교부가 즉각 부인에 나섰는데요. 오늘은 북한의 친러 행보에 따른 중국의 속마음 짚어봅니다.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중국 당국이 최근 중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 전원을 귀국시키라고 북한에 여러 차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파견 근로자를 순차적으로 귀국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비자가 만료된 노동자를 일괄적으로 돌려보낸다는 원칙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9일 "언급된 상황을 못 들었다"면서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이 이어진 이웃으로, 줄곧 전통적 우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예진: 중국 내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숫자가 10만 명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죠. 이들을 전원 돌려보내겠다는 건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통로를 차단하겠다는 것과 같은 말인데, 물론 중국은 잘못된 보도라고 반발했습니다만 금혁 씨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저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봅니다. 현재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가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작년부터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기존의 굽신거림을 버리고 과감하게 할 말은 하는 정책으로 돌아섰죠. 또한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관리들에게 중국에게 사대하는 습관부터 버려라"라고 지시를 할 정도로 중국에 대한 북한 지도층의 감정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은 북한 정부의 주요한 외화벌이 자원입니다. 약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받고 있는 월급의 양이 무시할 수준이 아니기에 북한은 중국에게 이들의 비자를 연장해주거나 계약을 연장하는 등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는 뜻을 항상 내비쳐 왔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이도 저도 아닌 대답만 하면서 유엔과 미국의 눈치를 보다 보니 기다리던 북한도 이젠 중국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고, 새로운 노동자 수출의 활로로 러시아를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의 이런 급격한 러시아 기울기에 대한 경고로 ‘10만 노동자 귀국 문제’를 띄운 것 같고 그것이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중국 외교부가 이에 대해 반발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북중 냉각기를 인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사실상 중국 외교부의 반발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봅니다. 말은 다르게 할 수 있어도 중국이 지금 심기가 몹시 불편한 것은 사실이거든요. 물론 저는 중국이 북한을 완벽하게 버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국 입장에선 북한이 아무리 꼴 보기 싫어도 그보다 더 싫은 건 결국 미국과 한미 동맹, 일본이지 북한이 아니거든요. 이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필요합니다. 다만 그런 북한이 심하게 엇나가는 경우에 한해 이번처럼 강한 제재와 압력을 통해 주인이 누구인지 가르치려 드는 모습으로 저는 봤습니다.
이예진: 중국 당국의 말대로 이번 일이 언론이 소설을 쓰는 건지 아닌지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계속 지켜보면 알겠죠. 그런데 북한으로서도 중국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는 게 경제적으로 가장 의존하고 있는 게 중국 아닙니까?
김금혁:네. 그렇습니다.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그 어느 국가보다 높다고 할 수 있고요. 북한에서 소비하는 대부분의 생필품은 보통 중국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북한 내 자체 제작한 생필품은 질적인 면에서 너무 안 좋다 보니 북한 내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고, 따라서 조금이라도 좋은 중국산을 선호하는 것이 수십년 동안 이어져 온 추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석유 한 방울, 기름 한 톨도 안 나는 북한에서 소비하는 모든 원자재는 중국을 통해 들여 오고 있죠. 만약 중국이 가스관을 잠근다면 북한은 일주일도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그만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보니 중국의 영향력이 북한 곳곳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우려하는 점도 바로 그것인데요. 지나치게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현 상황이 자신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고, 언제든 중국이 다시 꼭두각시를 내세워 자신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중국의 ‘북한 혼내기’가 심상치 않죠. 북한은 코로나 이후 끊어졌던 북중 국경을 다시 개방하고 중국과의 무역이 재개되기를 원했지만 중국은 대북 유엔제재를 이유로 북한이 원하는 수준만큼 호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은 전례와 다르게 대북 수출이 금지된 품목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세관 통제를 강화했죠. 게다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로 인해 해상을 중심으로 성행하던 북-중 간 밀수품 운송업도 중국 당국이 해상 단속을 강화하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히 석탄을 중국에 팔고, 정제유를 북한으로 밀수하는 많은 대북 사업가가 단속 강화로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동향까지 최근 잇따라 한국 정보 당국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런 중국의 강경 대응을 낳게 한 원인은 김정은의 중국 탈피, 그리고 러시아와의 밀착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만약 북한이 러시아를 믿고 다시 핵도발에 나선다든가, 새로운 전략적 위협을 가하며 국제 사회를 위협하게 될 경우 한국과 일본이 특히 강경하게 나설 것이고, 이를 빌미로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정당성을 얻게 되겠죠. 그런 상황을 중국은 바라지 않습니다. 따라서 북한을 세게 다스릴 필요가 생긴 중국이 이제 막 회초리를 들었다고 봐야 합니다.
이예진: 북한을 길들이겠다는 중국, 북한이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고 말하는 러시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듯한 북한, 앞으로 북한은 또 어떤 전략을 취하게 될까요?
김금혁:북한은 당분간 중국과의 긴장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러시아에 더 집착하면서 중국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을 러시아가 받아주기를 희망하겠죠. 어쨌든 해외 노동자 파견은 북한에게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인 만큼 다른 출로를 찾을 것입니다.
중국의 북한 길들이기가 명백해진 지금, 북한이 다시 중국에게 머리를 숙이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독자 우상화의 길에 들어선 김정은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자존심에 상처가 될 것이기에 국가적 이익보다는 아마도 지도자 개인의 심기 경호가 먼저일 것으로 보이고요. 북한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이른바 전쟁 특수를 노릴 심산으로 보입니다. 더 많은 미사일과 포탄, 탱크, 심지어 지상군까지 파견하면서 용병을 통해 외화를 벌 생각도 하고 있는 북한입니다.
저는 이럴 때 한국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과 북한이 서로 기싸움을 하고 사이가 벌어지고 있는 틈을 놓치지 않고 치고 들어가 한국의 이익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탈북민의 강제 북송을 막고 중국이 한국의 탈북민 정책에 협력하도록 설득하는 것이겠죠. 중국이 만약 그런 정책적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경우 그것이야말로 북한이 느끼는 가장 큰 타격이 아닐까 그런 생각입니다.
이예진: 다음 소식입니다. 오는 7월 14일은 첫 번째 ‘북한이탈주민의 날’입니다.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죠. 탈북민들에겐 그 어느 때보다 뜻 깊은 날이 될 것 같은데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오는 14일 열리는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개막식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됩니다. 개막식에서는 탈북 과정에서 희생된 분들을 기리는 '추모비' 제막식 등도 열릴 전망입니다. 서울시는 서울시청에서 북한인권전시회와 '2024 북한인권 서울포럼'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으며 인천시는 오는 13일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과 통일한마음 체육대회를 여는 등 지역별로 수십 개의 행사가 이번주에 진행됩니다.
이예진: 올해 처음 제정된 북한이탈주민의 날, 탈북민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 같고요. 남북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점점 더 적대적으로 변하고 있는 남북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 같은데요. 탈북민으로서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저는 의미가 분명 남다를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너무 선명하지 않습니까. 북한은 올해부터 남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동족도 아니고 아예 다른 국가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독재자 한 사람이 민족을 갈라놓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국은 북한과 비교되게 여전히 북한 주민들을 국민으로 대하고 있고,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족을 위하고 통일을 위하는 실질적인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는 결국 한국뿐이라는 강한 인식을 북한 주민들에게 줄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이 이제는 다민족 국가로 변해가고 있고 다양성 측면에서도 과거와 많이 바뀌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탈북민들은 조금 특별하다는 인식, 더 나아가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한국 국민과 정부에게 매우 특별한 존재들이라는 인식을 준다는 것은 한국을 동경하는 많은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또한 물론 이런 행사 하나만으로 모든 부정적 인식이 바뀌진 않겠지만 어쨌든 이런 노력 하나, 하나가 모여 우리 사회 내부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탈북민들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리라 기대합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