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쿠바 주재 북한 외교관이 지난해 11월 망명해 한국에 정착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화제입니다. 북한 엘리트들의 잇따른 탈북, 어떻게 봐야 할까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지난 16일, 한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리일규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치 담당 참사(참사관)가 지난해 11월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한국으로 입국했습니다. 리일규 전 참사는 쿠바에서 두 차례 근무한 북한 외무성의 대표적인 쿠바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리 전 참사는 한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탈북 동기에 대해 상급 간부의 뇌물 요구와 북한 당국이 자신의 질병 치료를 거부한 일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예진: 리일규 전 참사가 ‘쿠바통’이라고 하셨는데, 실제로 지난해까지 한국과 쿠바의 수교를 저지하는 임무를 맡았었다고요?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태영호 전 의원의 망명 이후 가장 고위직 외교관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리일규 참사는 1999년 외무성에 입부한 이후 쭉 남미통, 쿠바통으로 활약해온 외교관입니다. 그의 주요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2013년 북한 선박 '청천강호'가 쿠바에서 지대공 미사일과 전투기 부품을 싣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다가 적발됐을 때 쿠바 대사관의 3등 서기관(대외직명은 1등 서기관)으로 파나마 측과 교섭을 벌여 청천강호의 억류를 해제하고 선장과 선원들을 석방시킨 것입니다. 이 공로로 리일규 참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표창장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죠. 이후 2016년부터 약 3년간 평양 외무성 본부에서 중남미 담당 부국장으로 근무하며 김정은 정권을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2019년 다시 쿠바 참사로 부임했습니다.
그랬던 분이 작년 11월 한국으로 망명을 한 것이죠. 주요 망명 동기 중 하나로 거론 되는 것이 바로 한국과 쿠바의 수교입니다. 저희가 방송에서도 다룬 적 있지만 북한과 쿠바는 매우 오래된 전통적인 친분관계를 자랑하는 북한의 몇 안 되는 친구였습니다. 그러나 라울 카스트로가 권좌에서 물러난 뒤 쿠바도 실용적 개혁의 길을 걸으면서 자국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북한과 거리를 두고 한국과 전격적인 수교를 체결해버렸죠.
리일규 참사는 당시 쿠바에서 한국과 쿠바와의 관계 진전을 막아 내야 하는 임무를 띤 외교관이었고, 결과적으로 그 임무가 실패에 다다르자 한국행을 결심한 것 같습니다. 실제 증언에 따르면 쿠바에 주재하던 모든 북한 외교관들은 한국과 쿠바의 수교 이후 모두 본국으로 소환 통보를 받았다고 하죠. 처벌의 수위가 높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외교적으로 망신을 당한 사례이니 북한은 엄중하게 보겠죠.
이예진: 최근 리일규 전 참사는 김정은 총비서 대면부터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등에 대해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인터뷰 내용 중에서 금혁 씨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어떤 거였나요?
김금혁: 인터뷰의 상당 부분이 모두 정말 공감되는 내용이었고 아직도 북한은 제가 떠났던 12년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리일규 참사의 인터뷰 중 제가 가장 핵심적이라고 느꼈던 부분은 북한에서는 최상류층으로 분류되는 외교관들의 생활고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아마 해당 기사를 읽은 대다수의 현직 북한 외교관들은 모두 수긍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외교관이라는 직업은 수련 기간도 길고 그 전문성이나 영향력 측면에서 다른 직업과 좀 다른 특수한 직업이지 않습니까. 그만큼 대우도 좋아야 하고, 특히 해외에서 북한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인 만큼 특별한 대우를 해줘도 모자란 판에 북한은 정반대로 하고 있죠. 외교관을 ‘넥타이를 맨 꽃제비’라고 표현하신 부분에서 참 마음이 아팠고, 북한이 얼마나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외교관들에게 줄 돈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김정은 일가가 한 해에 쓰고 있는 사치 품목만 해도 수십만, 수백만 달러에 달합니다. 또한 무역에 종사하는 사람들, 흔히 외화벌이 일꾼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경우도 정말 많은 수익을 거두죠. 그 돈은 대부분 다 북한의 권력자들 주머니로 흘러갑니다. 정작 북한의 이익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전문직 외교관들은 찬밥 신세이고, 대사관 유지비 조차 내지 못해 결국 밀수의 길로 들어서는 것 아닙니까. 이게 어떻게 제대로 된 국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면서 강도 높은 업무만 강요받게 된다면 외교관들의 탈북 러시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예진: 지난해 말 프랑스 주재 북한 외교관 가족도 한국 공관에 망명 의사를 밝힌 뒤 미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실제로 북한 주민들의 탈북은 크게 늘고 있지 않고 있는데 반해 북한을 탈출하는 엘리트는 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김금혁: 일단 외교관들의 경우 일반 북한 주민들과 비교했을 때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비교적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죠. 물론 그들 역시 북한 당국의 통제를 받는다고는 하나 외교 업무를 하기 위해선 인터넷에 접속할 수 밖에 없고, 결국 그런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다양한 소식들을 찾아볼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코로나가 종식되고 그동안 귀국을 하지 못했던 외교관이나 그 가족, 자녀들이 한꺼번에 귀국을 명령받는 사례들이 생겨나면서 그 과정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엘리트들이 상당히 많고, 이는 유학생들도 마찬가지로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저희가 저번 방송에서 말씀드렸죠.
이들의 탈북 이유는 다양하지만 한 곳으로 모아집니다. 바로 북한 정권에 대한 배신감, 분노, 그리고 그런 나라에서 자식들을 키우고 싶지 않다는 의지죠. 류현우 대사 대리 역시 인터뷰에서 자신이 그동안 속고 살았고, 북한 정부가 이렇게 북한 주민들을 탄압하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껴 탈북했다고 했습니다. 리일규 참사 역시 해외 공관 생활을 하며 탈북 외교관들의 생활상에 대해 자세하게 연구하고 부러워했다고 하죠. 그 역시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북한으로 돌아가 그 지옥 같은 곳에서 자녀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강한 생각이 들어 탈북을 결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저는 이런 탈북 외교관들의 증언, 그들의 활약이 더 자주, 더 크게 전해진다면 아직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당수의 많은 북한 외교관들에게 아주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봅니다. 전문직 엘리트들의 이탈은 북한 정권에 아주 뼈 아픈 손실이 되겠죠. 그나마 현실을 알고 다른 세상을 경험한 외교관들의 실망과 분노, 그들의 이탈은 결국 북한 체제를 더욱 고립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고, 리일규 참사가 말했듯이 김정은 주변에는 오직 권력에 기생하며 국제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너무도 무지한 그런 인간들만 남아 북한을 나락으로 몰고 갈 것입니다.
이예진: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 당국이 대북 전단 속 USB에 담긴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중학생 30여 명을 공개 처형한 사실이 알려져 한국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지난 11일 한국 언론 TV조선에 따르면 한국 정부 당국 관계자는 "풍선에서 주운 USB로 드라마를 보다가 적발된 중학생 30여 명이 공개 총살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비슷한 이유로 지난달 17살 안팎의 청소년들에게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북한은 또 탈북단체가 바다로 띄워 보낸 '쌀 페트병'으로 밥을 지어 먹은 몇몇 주민에게 노동교화형을 내리면서 역시 엄중 대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예진: 어린 아이들의 말도 안 되는 죽음에 한국 인터넷 이용자들의 비난이 쏟아졌는데요. 어떤 내용들이 있었는지, 또 주민 통제와 억압이 이렇게나 점점 더 심해지는 이유에 대해 짚어 보죠.
김금혁: 네. 몇 가지 댓글을 가져왔는데요. "세상 어느 나라가 학생을 공개처형할까", "정은이는 정장도 입고 외제차도 타고 햄버거도 먹는데 왜 안 죽이는 거야?", "저게 사실이라면 북한 정권도 곧 무너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둑에 구멍 나기 시작하면 아무리 막으려 해도 여기저기 구멍 난다"
북한의 현실이 조금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 이후 북한은 강력한 통제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고 주민의 삶, 경제, 사회적 분위기 모두 김정일시대의 암흑기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걸 지켜보는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들 역시 함께 분노하고 규탄하고 있는 것입니다. 21세기에 저런 세상이 아직도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심지어 우리와 한민족인 북한에서 저런 범죄 행위들이 국가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한국인들이 분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죠.
북한이 이처럼 주민 통제와 억압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들이 아무리 통제하려 해도 결국 새로운 세상을 원하고, 다양한 정보를 원하는 학생들, 주민들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통제가 강하다 해도 통제에 맞서는, 새로운 세상을 원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모아진다면 북한에서의 변화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