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북한 올림픽선수단의 사상교육, 얼마나 효과 있을까?

서울-이예진 leey@rfa.org
2024.08.07
[화제성 갑] 북한 올림픽선수단의 사상교육, 얼마나 효과 있을까? 동메달 목에 걸고 다른 메달리스트들과 기념 촬영하는 북한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0㎏급의 리세웅 선수(오른쪽).
/연합뉴스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8년 만에 하계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들의 메달 소식과 함께 다양한 화젯거리가 프랑스 파리에서 전해지고 있는데요. 냉랭해진 남북 관계 속에 북한 선수들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요?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지난 86일 북한 리세웅 선수가 2024 파리 올림픽 레슬링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북한의 메달이 모두 5개로 늘었습니다. 같은 날 김미래 선수는 다이빙 개인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북한의 첫 메달은 탁구 혼합복식 리정식-김금용의 은메달이었고요. 이후 다이빙 여자 싱크로 종목에서 김미래-조진미 선수가 두 번째 은메달을 따냈고, 여자 복싱 방철미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북한은 7일 오후 4시 기준 은메달 2, 동메달 3개로 종합 순위 50위를 기록 중입니다. 한국은 금메달 11, 은메달 8, 동메달 7개로 종합순위 6위입니다.

 

이예진: 다른 나라 방송사들은 수억 달러의 올림픽 중계권료를 지불하기도 하는데요. 북한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정식 중계권을 지원받으면서 조선중앙TV를 통해 올림픽 개막 일주일여가 지난 4일부터 탁구 혼합복식 경기를 시작으로 녹화 중계를 내보내고 있죠. 북한 주민들도 보고 기뻐했을 것 같은데요. 북한의 순위를 끌어올린 주인공, 탁구 혼합복식의 리정식, 김금용 선수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특히 한국과 북한 탁구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이 파리올림픽 명장면 6위에 올랐더라고요.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북한 올림픽 탁구 종목에 출전한 리정식·김금용 조는 16강전에서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일본의 하리모토 도모카즈·하야타 히나 조에 41로 승리하는 대이변을 연출했습니다. 이어 8강전에선 스웨덴의 크리스티안 카를손·크리스티나 칼베리 조에게도 41로 가뿐하게 승리했죠. 준결승전 역시 홍콩의 웡춘팅·두호이켐 조를 만나 엄청난 혈투 끝에 43이라는 점수로 승리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들이 이번 대회 전까지 어떠한 국제대회에도 나오지 않아 세계 랭킹도 없는 말 그대로 신예 선수들이라는 점인데요. 그런 리정식·김금용 조가 처음으로 출전한 올림픽에서 이변을 일으키며 세계 탁구 강국들을 연달아 돌파했던 것입니다.

리정식·김금용 조는 최종적으로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북한 탁구는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단식 김송이의 동메달 이후 8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북한은 코로나를 이유로2020 도쿄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않았었죠.

또 다른 특별한 장면은 시상식에서 나왔습니다. 이번 시상식에는 우승을 한 중국팀, 은메달을 쟁취한 북한팀, 그리고 동메달을 딴 한국팀이 나란히 올라 동아시아 탁구의 위력을 실감하게 했죠. 시상이 끝나고 각자의 위치에서 기념 촬영을 마친 이후에는 선수 6명이 중앙에 모여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임종훈 선수의 지휘 아래 한국과 북한, 중국의 선수들은 한국의 삼성 갤럭시 Z플립6 올림픽 한정판을 으로빅토리 셀피’, 승리를 자축하는 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빅토리 셀피는 한국의 삼성그룹이 이번 올림픽을 후원하면서 자사의 z플립 핸드폰으로 시상식 과정을 찍는 하나의 홍보성 이벤트입니다. 남북한 선수들이 한국산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긴 순간이었습니다.

 

“북 올림픽 선수들, 대외 여론 의식해 한국 선수와 셀카

다이빙북 김미래, 삼성폰 셀카 촬영난감

 

이예진: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전 세계 모든 선수단이 한국의 기업 삼성의 올림픽 한정판 '갤럭시폰'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벌써 파리 중고 사이트에서는 최고 2500달러에 판매될 정도라고 하는데요.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 선수들은 과연 삼성 갤럭시 폰을 개인이 사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금혁 씨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당연한 얘기지만 사용하지 못할 겁니다. 한국 스마트폰은 북한에서 절대 사용할 수 없는 대표적 물품 중 하나죠. 기본적인 통신 체계도 다르고 한국 제품이기 때문에 더욱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올림픽에서 선물로 받았다고 해도 사용 가능한 시점은 해외에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고 북한으로 들어갈 경우 모두 압수당하겠죠.

다만 이 제품의 경우 최신식 삼성의 기술이 담겨 있고, 북한 역시 스마트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분해를 해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북한이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볼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비슷한 짝퉁 제품을 만들어도 북한은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죠. 실제 요즘 북한에서 생산되는 스마트폰의 경우 중국산 화웨이 제품을 베낀 점들이 발견되고 있고, 북한에서 생산한 제품의 디자인은 한국의 삼성 스마트폰을 따라하려는 듯한 모습도 종종 보였기 때문에 가장 최신 제품인 플립은 북한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예진: 북한 대표팀은 파리 현지에서 한국 선수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거나 대부분 인사도 받아주지 않는 분위기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1980년대 국제 대회를 휩쓸며북한 유도 영웅이라고도 불린 이창수 씨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국제 대회에 나가기 전 국가대표 선수들은 무조건 교육을 받아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그 교육은 한층 더 강화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금혁 씨도 해외 유학을 해서 알겠지만, 그런 사상 교육이 얼마나 통한다고 보십니까?

 

김금혁: 그들이 받는 교육은 해외로 파견되는 모든 북한 사람들이 받는 교육과 동일할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북한이 가장 강조하는 것이 남한 사람들을 조우했을 시 행동요령과 주의사항입니다. 마주치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마주쳤을 경우에도 무시하거나 강하게 대응하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죠. 저도 유학 나가기 전 교육을 받았습니다.

해외를 아예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그 교육을 처음 받는다면 나름의 효과는 있습니다. 저도 해외 나온 지 얼마 안 되었던 시점에는 한국인들을 경계하고 인사를 주고 받는 것 역시 매우 불편하게 느낀 적이 있을 정도니 평생 운동만 해온 운동 선수들의 경우 한국 선수와 잘못 접촉하거나 북한이 허락하지 않는 만남을 하게 될 경우에는 본인의 운동 경력과 선수로서의 인생 전체가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오히려 더 엄격하게 그 규칙을 따르려고도 하죠.

이번 올림픽 뿐만 아니라 최근 모든 국제경기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들을 보면 하나 같이 무슨 컴퓨터처럼 움직이고 아예 언론과의 접촉을 하지 않죠. 모두 그런 교육의 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예진: 이번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오랜만에 국제대회에 참가했지만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이번 올림픽 참가로 얻어가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김금혁: 북한은 올림픽에서 많은 메달을 따가는 그런 스포츠 강국은 결코 아닙니다. 그럼에도 항상 올림픽에 선수들을 파견했죠. 코로나 때문에 도쿄 올림픽은 출전하지 못했지만 북한은 그간 수십년 동안 올림픽에 꾸준히 선수단을 보냈습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올림픽에서의 뛰어난 성적도 물론 있겠지만 그보다는 국제 사회와 단절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파리 올림픽의 경우 북한이 다시 국제 사회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고 코로나 종식 이후 슬슬 걸어 잠궜던 문을 열려고 하는 시점에서 자신들을 홍보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겠죠.

또한 앞으로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고, 김정은은 그 누구보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원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시기에 맞춰 북한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다만 여전히 경직되어 있고, 특히 한국을 향한 적대적인 감정을 감추지 않는 모습들은 정상국가로 평가받기를 원하는 북한의 바람과 매우 다른 이질적인 모습이고 국제 사회 역시 이런 북한의 치기 어린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말과 행동이 이렇게 다르면 신뢰하기가 어렵죠.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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