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북한 주민 4명이 강원도 속초지역 항구를 통해 귀순 의사를 밝혀 크게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4명의 북한 주민이 24일 강원도 속초 인근 해상을 통해 귀순했습니다. 한국의 합동참모본부와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10분쯤 강원도 속초시 동쪽 약 11㎞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한국 어선이 북한 소형 목선을 발견하고 해경에 신고했습니다. 속초 해경은 '이상한 배가 있다'는 어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북한 주민 4명이 승선 중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날 목선을 타고 귀순 의사를 밝혀온 북한인 4명은 모두 주민으로, 여자 3명, 남자 1명의 일가족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탈북민이 해상에서 귀순한 것은 지난 2019년 11월 동해 삼척항에서 북한 어민 4명이 목선으로 귀순한 이후 4년 만입니다.
이예진: 네. 이들에 대한 남한 국민의 관심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시선이 굉장히 차가워진 것 같은데요. 인터넷 이용자들의 반응, 어떻습니까?
김금혁: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는데요. 먼저 "하여튼 잘 오셨습니다. 행복의 나날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환영합니다. 정착해서 자유를 누리고 살기를…"과 같은 환영의 댓글도 있었지만 "북한이야 말로 경비 허술했다고 공개처형 당하겠네", "간첩인지 아닌지 철두철미하게 조사해라. 그리고 환영해라", "더 이상 받아주지 마라! 간첩일지 어떻게 알아! 돌려 보내라! 지들이 스스로 북 정권을 무너뜨리게 해야 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동해안에 사는 국민들은 불안해서 살겠냐?", "어떤 경우든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하는 자는 귀순이 아니다. 도피일 뿐이다. 철저히 조사해서 이념적 정치적 귀순이라면 받아주고, 범죄 후 도피면 돌려보내는 것이 맞다" 등의 차가운 반응도 좀 있었습니다.
이예진: 북한 소식에 대한 인터넷 이용자들의 반응을 보면 현재 남한과 북한의 관계, 또 북한을 바라보는 남한 사람들의 시각이 뚜렷하게 드러나죠. 귀순자들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의심에 찬 시선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같은 탈북민으로서 그런 차가운 댓글들을 볼 때면 저도 마음이 아프고 신경이 쓰이죠. 다만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좀 말씀 드리고 싶고요. 그럼에도 이런 눈에 띄게 차갑거나 냉소적인 반응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남북관계가 얼어붙었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난민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이 아직은 중견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북한과 북한 주민을 동일시하여 바라보는 시선 역시 아직은 남아 있는 것 같고,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혹시 간첩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탈북민들을 오직 간첩으로만 묘사해 왔던 일부 문화계에도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탈북민이 있고 각각의 삶이 다 다를진대, 기존 문화계가 탈북민을 그리는 모습은 늘 간첩이거나 사연 많고 굴곡진 삶을 산 어두운 인물로만 묘사를 해오지 않았습니까. 그게 사실 국민들 시선에 각인이 된 거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탈북민은 간첩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조사를 더 해봐야 알겠지만 저 분들은 일단 귀순 의사를 밝힌 난민입니다. 특히 정치적 난민이죠. 난민이라는게 뭡니까. 본국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처벌 받거나 탄압을 받을 확율이 매우 높은 사람들 아닙니까. 다시 말해 목숨을 걸고 여기로 왔다는 뜻입니다. 작은 목선 하나에 의지해 4명의 목숨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망망대해를 넘어 자유의 땅으로 왔는데, 따뜻한 인사는 못 건네더라도 이유 없는 비난과 비방은 삼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사회에 나온 저분들이 이런 반응을 보면 얼마나 슬프고 억울하겠습니까. '탈북민들은 세금만 축낸다' 뭐 이런 댓글도 있던데, 저도 그렇고 주변의 많은 탈북민들은 매달 꼬박꼬박 세금을 내며 평범하게 살고 있습니다. 혜택을 많이 입은 만큼 그보다 많은 것들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탈북민들도 많으니 지나친 비방은 좀 지양해야겠지요. 이건 제가 단지 탈북민이라서가 아닌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기를 희망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갖는 생각이고요. 우리 사회가 좀 더 포용적이고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예진: 남한에선 귀순하는 사람들에 대해 의심하는 사이, 반대로 북한에선 주민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코로나 종식 선언 이후 공개 처형을 10배나 늘렸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일본 도쿄신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공개 처형 인원은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공개처형 인원이 매년 10여 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코로나19 유행 때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공개 처형을 줄였으나 방역전 승리를 공식화한 뒤 인적 교류가 늘어나자 다시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하순에도 중국 국경과 접한 양강도 혜산 비행장에서 남성 1명이 마을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형됐습니다. 이 남성은 전시 물자인 의약품을 몰래 유출한 혐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8월 하순에도 같은 비행장에서 남성 7명과 여성 2명이 주민 2만여 명 앞에서 총살됐습니다. 이들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북한 당국이 보유한 소 2000마리를 부정한 방법으로 구입한 뒤 식육 처리해 모두 팔아 넘긴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예진: 근래 들어 북한의 공개 처형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세계 언론이 경악하고 있습니다. 10대 청소년을 공개 처형한 것뿐만 아니라 처형하는 장면 역시 어린이부터 보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사실 북한 내부에서의 공개처형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수십년 동안 줄곧 있어 왔고 북한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그 누구를 막론하고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그런 끔찍한 인권 유린의 현장이 바로 공개 처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6살쯤 고난의 행군 시기, 공개 처형 장면을 목격했고 여전히 그때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가끔 꿈에도 나옵니다. 당시는 키가 작아 또렷하게 그 모든 장면들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게 어쩌면 다행이었을 정도로 잔인한 현장이었고, 그때의 총소리는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총소리가 울릴 때마다 군중 속에서 탄식과 비명 소리가 함께 나기도 했고요. 거기에 모인 군중 어느 누구도 그런 장면에 익숙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 비명이 결국 공포로 이어지고 그 공포가 북한을 유지하는 기본 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북한이 언제쯤 정상국가가 될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이 공개 처형에 가담했거나 공개 처형을 주도한 사람들은 모두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21세기에 여전히 중세시대식 마녀사냥을 하는 나라가 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됩니다. 그것도 10대도 안 된 어린 학생들을 맨 앞에 내세우고 그런 극악무도한 장면을 목격하게 만드는 저의가 얼마나 악의적입니까. 이런 북한의 무도한 인권 유린에 대해 이제는 정말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강하게 꾸짖어야 할 때입니다. 유엔 차원에서 이런 공개 처형 관련 조사단을 꾸리고 북한이 이를 수용할 때까지 강하게 압박하며 강력한 경제 제재를 포함한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막아야 합니다.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죄 없는 사람들을 효수하는 것과 북한의 공개 처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두 행동 모두 공포를 유발하기 위함이고 감히 대들지 못하도록, 체제에 순응하도록 하기 위한 억압 도구 아닙니까. 어느 한쪽에 대해서는 격분하고 분노하며 비슷한 다른 행동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합니다. 저 같은 탈북민들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예진: 네. 특히 북한 당국이 한국 문화가 전파되는 것에 대해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지난해 북한 주민 10명 중 9명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봤다는 설문조사도 있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지금처럼 공개 처형을 더 늘린다면 북한 주민들의 한류 사랑도 줄어들게 될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저는 잠시 주춤할 수는 있으나 결코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제가 앞서 말씀 드렸듯이 공개 처형은 늘 있어 왔고 지금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닙니다. 항상 있어 왔던 것들이 요즘 들어 조금씩 언론에 보도가 되고 있으니까 갑자기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뿐입니다. 착시효과죠. 늘 있었고 북한 사람들은 항상 그런 공개 처형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류가 줄었나요? 결코 아니죠.
북한 주민 10명 중 9명이 영상을 봤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 1명이 볼 때보다 훨씬 더 늘어난 셈이죠. 그동안 공개 처형은 쭉 있었지만 한국 문화에 노출된 사람은 많아졌다는 얘깁니다. 오죽하면 김정은이 반동문화사상배격법까지 만들며 한류의 확산을 통제하려 들겠습니까. 이 법이 만들어짐으로써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한류를 경험하는 신진 세대가 늘어나고 있고, 이를 통제할 수단이 없어져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매번 강조하는 것이 ‘젊은 세대의 사상적 이탈을 경계하라, 애국심을 가져라, 선배 세대를 따라 배워라’입니다. 그런 고리타분한 북한식 선동이 먹힐 리 만무하고요.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경험, 문화, 새 세상을 향한 궁금증과 열망은 그 어떤 독재자가 와도 결코 막지 못합니다.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가 그를 증명합니다. 김정은이 아무리 대단한 독재자처럼 보여도 수만 년 인류 역사의 흐름 속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하나의 점에 불과한 것처럼 그가 아무리 막는다 해도 인간 본성에서 출발하는 욕망은 결코 막을 수 없다고 확신합니다.
이예진: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