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김정은의 정치적 감각

0:00 / 0:00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지난 12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각 지역마다 전국어머니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참가자들을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사진과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례적일 만큼 지난주 내내 북한 내 주요 이슈였던 제 5차 전국어머니대회,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열린 북한의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가 3일과 4일 양일간 열렸습니다. 4일 대회에서 조선소년단 축하단의 축하시가 낭송되고 김덕훈 내각총리가 나라의 부강번영에 특출한 공헌을 한 여성들에게 새로 제정된 '공산주의어머니영예상'을 수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3일 개회사를 한 김정은 총비서는 4일 폐막식에서 '가정과 사회 앞에 지닌 어머니의 본분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연설을 하고 대회 폐회를 선언했습니다. 최고 지도자가 어머니대회에 참석해 연설을 한 것은 지난 1961년 제1차 전국어머니대회 당시 김일성 수상이 연설한 이후 처음입니다.

이예진: 네. 특히나 김정은 총비서가 연설을 하면서 눈물까지 흘려 한국에서도 관심이 모아졌는데요. 눈물 연출이다, 친모 콤플렉스다 말이 많았는데, 금혁 씨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김금혁: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편적으로 어떤 한 가지 이유 때문에 김정은이 눈물을 흘렸을 것 같지는 않고요.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김정은은 특히 어머니 콤플렉스가 있지 않습니까?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은 것도 있지만 어머니가 재일동포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북한에서는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부분이 많았죠. 그런 어머니를 회상하며 감정이 울컥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김정은이라는 개인의 성격이 이번에도 잘 드러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정은이 자기 아버지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 한가지는 바로 자신의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내 보이고, 그것이 화가 되었든 눈물이 되었든 항상 감정에 솔직하다는 점입니다. 김정일은 목소리 조차 듣기 힘들 정도로 꽁꽁 베일에 싸인 지도자였다면 김정은은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고, 또 감정을 주체 못하고 울기도 하면서 비교적 솔직한 내면을 드러내곤 했습니다. 이건 통치 스타일에 그대로 반영이 되었기 때문에 김정은은 아버지보다 훨씬 자주 주민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이 직접 연설을 하는 등 자신감 있는 행보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봅니다. 오히려 김정은의 그런 공개적인 모습이 소탈함이라든가, 인간적인 모습으로 선전이 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우상화에 쓰여지는 것 같습니다. 감성통치인 셈이죠.

이예진: 어떤 이유에서건 눈물을 흘리면서 어머니들에게 당부한 게 바로 저출산 문제였고요. 그 다음으로 강조한 게 젊은 세대의 사상교육이었죠. 사실 이런 문제들은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 아닙니까?

김금혁:실제 통계청이 추산한 올해 북한의 합계 출산율은 1.79명 수준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왔죠. 북한은 경제 구조상 농업이나 1차산업과 같은 노동집약적 산업이 중심이기 때문에 출산율의 감소는 곧바로 국가 경쟁력의 감소로 이어집니다. 1.79라는 숫자가 사실 엄청 위기감을 느낄 수준의 지표는 아닙니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저출산 기조가 보통 현상이 된다면 북한도 빠르게 무너질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저출산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자는 차원에서 한 언급 같고요. 사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자녀들에 대한 사상교육 문제입니다.


북한이 한류를 차단하고 북한 내 한국 문화가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동문화사상배격법을 제정한 것이 벌써 3년 전 일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회의에서 또다시 이 문제를 강조한 것은 아직도 해결하지 못했음을 뜻하고, 오히려 그런 사상적 이탈 현상이 젊은 세대, 10대나 20대를 중심으로 더 퍼져 나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북한도 자체적인 감시망과 통제수단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없음을 깨닫고, 어머니대회와 같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고 집안에서부터 단속을 잘 할 것을 강조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쉽게 말해 밥상머리에서부터 부모들이 자녀들에 대한 통제와 교육을 잘해서 한류에 대한 동경을 차단하고 그것이 사회적 현상으로 퍼져 나가지 못하도록 도와달라고 읍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예진: 김정은 정권 들어 두 번째 ‘전국어머니대회’였습니다만, 그 어느 때보다 여성과 어머니를 강조하는 데에는 딸 김주애로 이어지는 후계구도 기반을 다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저는 어느 정도는 말씀하신 그런 목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대회에 최고 지도자가 참석한 것이 김일성 이후 처음입니다. 그만큼 소외되고 중요성이 덜 부각되던 어머니들의 존재가 갑자기 이렇게 급부상하게 된 것은 여성들의 지위에 확고한 힘을 실어주고 김주애가 나중에 후계자가 되었을 때 지지세력을 키우기 위함도 있을 것입니다. 김정일이 후계자가 될 때 후견 그룹으로 선택한 것이 항일 빨치산 노장 그룹이었죠. 노장들은 적장자인 김정일에게 정통성이 있음을 내세워 김평일을 물리쳤습니다. 김정은은 기존에 주목받지 못했던 조용원이나 최룡해 등과 같은 반 장성택 그룹에 의지하여 장성택을 쳐내고 권력 기반을 다졌습니다.

나중에 김주애가 후계자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그녀를 지지해줄 기반이 필요하고 처음 등장하는 여성 지도자라는 점에서 북한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면 무시 못할 힘을 얻는 것도 사실입니다. 집권 초반부터 리설주를 내세우고 동생 김여정에게 권력을 배분하며 상당한 발언권을 준 부분 역시 기존 남성 중심의 전통적 권력 구조를 흔들고 김씨 일가 여성들이 권력을 잡을 수 있는 분위기 형성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하고요. 거기까지 내다보고 이번 대회에 힘을 실어주었을 지는 잘 모르겠지만, 김정은에게 정치적 감각이 있다면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이예진: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서 눈물 다음으로 눈길을 끌었던 건 바로 새 전용차량이었습니다.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지난 11일 조선중앙TV 등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3~4일 평양에서 열린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 참석을 위해 새 전용차를 타고 참석했습니다. 당시 영상을 보면 김 총비서가 벤츠 고급 브랜드 '메르세데스-마이바흐'가 출시한 S650에서 내리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해당 차량은 2019년부터 출고된 마이바흐 차량으로 추정됩니다. 기본 가격이 3억1540만원(23만 9천여 달러)에 달하는 고가 제품입니다. 앞서 지난 9월 북러 정상회담 때 김 총비서가 이용했던 전용차와는 다른 차량으로, 최근 두어 달 사이에 전용차 교체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마이바흐는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수출금지 대상입니다. '대북제재 결의 2094호'에 따라 고급 승용차와 고가 옷·시계·가방 등 사치품의 북한 반입은 금지돼 있습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해당 차량이 4개월 동안 5개 나라를 거쳐 북한에 밀수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예진: 인민들에게 국산품 사용을 그토록 장려하면서 김씨 일가는 이렇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대북 수출금지 대상인 해외 명품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북한 인민들도 알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분노 일색이었습니다. 어떤 글들이 있었나요?

김금혁: "중국산 짝퉁 아니겠냐", "고장 나면 부품도 밀수해야 하나", "유엔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 "북한을 보면 권선징악이란 말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3대에 걸쳐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도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으니까"

대부분 북한을 비판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당연한 반응 아니겠습니까? 당장 올해도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한다는 기사가 나오고 제 2의 고난의 행군이니 뭐니 하면서 북한 경제의 어려움에 대해 논할 때 최고 지도자라는 사람은 최고가의 벤츠를 선호하고 북한은 그런 지도자의 선호를 맞춰주기 위해 온갖 꼼수를 부리며 유엔 제재를 회피하는 모습은 도저히 정상국가라 칭하기 어려운 수준 아니겠습니까. 대부분의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죠.

이예진: 전국어머니대회 하나로 시끌시끌한 뉴스를 많이도 선사한 김정은 총비서, 그가 눈물까지 흘리며 호소한 대로 북한 사회가 달라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