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김정은이 ‘러시아 파병’ 공표할 시점은

서울-이예진 leey@rfa.org
2024.11.20
[화제성 갑] 김정은이 ‘러시아 파병’ 공표할 시점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병사들이 보급품을 전달받고 있다.
/SPRAVDI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안녕하세요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입니다.

 

기자: 지난 15일 김정은 총비서는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 연설에서 전쟁준비 완성을 강조했습니다또 미 대선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미제라 칭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는데요이번 연설에서 드러난 김정은의 속내 짚어봅니다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14~15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제4차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 이튿날 연설에서 “핵무력 강화노선은 이미 우리에게 있어서 불가역적인 정책으로 된 지 오래이며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국가의 자위력을 한계없이만족없이부단히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난 18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김정은은 또 “유사시 미제와 추종국가 군대들이 유엔이 아니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군사동맹의 간판을 쓰고 조선반도 지역에 버젓이 나타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을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이어 현 주객관적 형세에서 전쟁준비 완성은 단 하루도 미룰 수 없는 초미의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이번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는 지난 2014 11 3차 대회 이후 10년 만에 열렸다고 하는데요이 대회가 뭔지, 10년 만에 개최된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먼저 짚어볼까요?

 

김금혁: 무엇보다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는 북한이 자주 여는 대회는 아닙니다. 1953년 제 1차 대회가 있었고, 2006년에 제 2차 대회가 열렸죠. 3차 대회는 김정은이 집권한 뒤에 열렸습니다. 10년 전이죠북한군 대대장의 계급은 보통 대위 또는 소좌이며 대대 정치지도원은 대대 군인들의 사상교육을 책임진 정치장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번에 공개된 김정은의 연설은 북한군을 향하기 보단 국제 사회특히 미국을 향해 있다고 봐야 합니다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 대회라는 공식적인 자리를 빌려 새롭게 등장한 트럼프 진영에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인데요김정은의 연설을 요약하면 북한은 현재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추호도 없으며오히려 더 강화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다시 말해 트럼프 1기 때 추진되었던 북한 비핵화는 이제 더 이상 유용하지 않으며아예 새로운 협상 수단을 갖고 와야 한다고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죠.

권투로 비유하면 김정은은 일단 지속적인 잽을 날리고 있습니다공식 매체나 외교적인 방법으로 미국에 명확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대대장 회의 연설이라든가 각종 국내 행사에서의 발언을 공개하면서 지속적으로 미국의 의중을 떠보고 있다고 봐야겠고요기싸움을 계속 걸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트럼프 당선인 쪽에서 확실한 대북정책의 방향성이 공개된 적은 없거든요북한도 궁금하겠죠미국이 이번에는 어떤 것을 요구할지그 전에 북한의 요구조건들을 조금씩 공개하면서 향후 마주앉게 될 미국과의 수 싸움을 치열하게 벌리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기자: 김정은 총비서는 연설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군사적 지원을 하면서 여러 나라들이 말려들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까지 했습니다정작 러시아에 군인을 파병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는 게 북한당국 아닙니까이런 말에 어떤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십니까?

 

김금혁: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죠말씀하신 것처럼 현재 러우 전쟁의 상황을 최악으로 만들고 있는 장본인은 다름 아닌 북한입니다수많은 북한 병사를 총알받이로 내세우고 러우 전쟁에 무기와 물자를 공급하면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거든요그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과 응징도 곧 뒤따르겠죠북한은 이런 상황에서 최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문제가 이렇게 된 이유는 나토와 미국 때문이라는 주장을 확산시키고 싶은 것입니다.

또한 현재 북한은 주민들에게 파병 사실을 숨기고 있죠그러나 이건 영원히 숨길 수 있는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언젠가는 공개가 될 텐데그에 앞서 확실한 명분을 만들어야 주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기에 그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생각합니다러시아와 맺은 조약도 최근 최종적으로 발효가 되기도 했고법적인 명분도 어느 정도 갖추었거든요즉 러시아와 맺은 조약 때문에 나토와 미국의 침략을 받고 있는 러시아를 돕기 위해 정의로운 북한이 나섰다’, 뭐 대충 이런 그림을 원하는 것이죠.

 

기자: 미제미국놈미국의 더러운 정체성’ 등 이번 연설은 특히 미국에 대한 비난 일색이었는데요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습니다만 어쨌든 미 대선 이후 김정은이 직접 미국을 비판한 건 처음이었죠이번 연설미국을 향해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보십니까?

 

김금혁: 사실 이 부분은 북한이 늘 하는 거여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연설의 행간을 잘 읽어보면 비난의 수위가 구체적이거나 특정한 부분을 부각시켜서 하는 것보다는 그냥 북한이 늘 하는 반미정서반미감정 딱 그 정도였거든요현재 북한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미국에 접근하고 있습니다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사실 자체도 북한 내에 알리지 않고 있고미국이 향후 어떤 방법으로 북한에 접근할지 파악을 하기 위해 북한도 숨을 고르고 있는 상황이고요그렇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미국을 자극하거나 선제적 대응을 북한이 먼저 취하지는 못합니다.

인민군 간부들이 모인 회의에서 북한이 주적으로 여기고 있는 미국에 대한 얘기만 쏙 빼놓고 하기에도 그렇기에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반미용어들의 등장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관련 기사>

[화제성 갑] 김정은의 심정은 ‘호미난방’?

[화제성 갑] 한국, 중국이 먼저 내민   잡아야

 

기자: 이번 연설에서 또 하나 궁금한 건 군 간부들이라 북한군 러시아 파병에 대해 알고 있지 않을까 싶긴 한데요연설 내내 군기강을 강조하면서도 북한군 파병 소식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이유가 뭘까요?

 

김금혁: 이번에 참가한 군 간부들은 대대장 계급이기 때문에 대부분 알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북한이 파병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시점은 사실 특정되어 있습니다일단 주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고그 명분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성과가 뒤따라야 합니다성과라고 한다면 북한군 파병으로 전장의 상황이 바뀌고 북한군이 승리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결과가 있어야죠주민들에게 일절 알리지도 않고 파병을 했는데 만약 북한이 기대한 바와 전혀 다르게 상황이 흘러간다면예컨대 북한군이 전멸하거나 대다수의 북한군이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전투에서 패배하여 다수의 포로가 발생하는 등의 상황 등은 북한 입장에선 최악입니다.

이기지도 못하면서 왜 병사들을 총알받이로 내세웠냐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북한 입장에선 현재 전장에서의 성과가 시급합니다언제까지 파병 사실을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고북한 당국이 먼저 움직이기 전에 주민들이 파병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수습이 어렵거든요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북한군이 대승을 거두고 전장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두었을 때 자랑스럽게 파병 사실을 공개하며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들에 의해 러시아 전선에서 미제와 그 앞잡이들을 몰아내고 승리하고 있다세계의 평화를 북한군이 지키고 있다’ 라는 식으로 선전할 수 있고그래야 희생자가 발생해도 대의를 내세우며 어느 정도 북한 내 비판 여론 역시 무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쿠르스크 전선의 상황을 본다면 북한군은 그저 제물일 뿐 김정은의 바램과는 아주 상반되는 상황이 펼쳐질 것 같습니다.

기자: 어쨌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은 급변하고 있습니다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가했고요러시아 정부 대표단은 북한을 방문해 분야별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앞서 연설 내용의 의도를 파악해봤습니다만이런 상황 속에서 김정은이 이번 연설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건 뭘까요?

  

김금혁: 결국 이번 연설을 통해 드러난 김정은의 속내는 김정은이 현재 기댈 수 있고 또 가장 믿을 수 있는 집단은 결국 군이라는 겁니다선군정치에서 벗어나 내각 위주의 정치를 하고 싶었던 김정은이지만 집권이 위기에 놓였을 때 김정은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결국 무력 밖에는 없다는 사실을 김정은도 인지하고 있는 것입니다최근 김정은의 공개행보에서 군 관련 행사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그걸 증명하고 있죠북한은 현재 전인미답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파병이라는 강수를 두었고 북중관계는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냉랭해지고 있죠한국은 한국대로미국은 미국대로 대북 압박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뿐만 아니라 이제는 서유럽의 멀리 떨어져 있던 영국과 프랑스 등 나토국가들과 우크라이나 역사 북한을 적으로 상정하고 대응하고 있죠.

내부 사정은 또 어떻습니까김정은이 올 초에 자신만만하게 약속했던 경제개혁들은 어떤 것도 뚜렷한 성과를 못 내고 있습니다야심 차게 준비했던 지방경제발전 계획은 공장 설립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고 민생은 더 어려워졌죠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인 김정은은 결국 군을 앞세워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대남 도발을 강화하고 무인기 소동 등을 벌이며 내부 다잡기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문제는 지금의 이 상황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고다시 군을 내세우고 군을 강화하는 선군으로 돌아가는 건 결국 김정은도 김정일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무능한 통치자’ 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줄 뿐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지금까지 화제성 갑진행에 이예진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이었습니다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웹편집 이경하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