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북 정찰위성, 군사적 위협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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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북한은 정찰위성 발사 성공과 4년 만에 치러진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로 요 며칠 떠들썩한 분위기일 것 같은데요. 국제 사회는 반대로 북한이 '만리경 1호'로 한반도 전역은 물론 미국까지 촬영했다고 주장해 떠들썩합니다.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북한이 지난 21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발사해 궤도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위성 발사는 지난 8월 24일 재발사에 실패한 지 89일 만이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24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찾아 정찰위성의 운용준비 상태를 점검하고 촬영된 항공우주 사진들을 봤다고 25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진해ㆍ부산ㆍ울산ㆍ포항ㆍ대구ㆍ강릉 등과 미국 진주만의 해군기지 등을 촬영한 사진을 김정은이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28일, 조선중앙통신은 '만리경 1호'로 미국 백악관과 펜타곤(국방부) 등을 촬영해 김정은 총비서에게 보고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예진: 위성의 사진 촬영과 사진의 지상 전송은 위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할 수 있는 증거라고 하죠. 하지만 한반도와 미국의 주요기지까지 찍었다고 주장하는 사진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 진위 여부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사진이 있다면 왜 바로 공개를 하지 않았을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말씀하신 것처럼 위성의 사진 촬영 및 사진의 지상 전송 작업은 궤도에 진입한 위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오류는 없는지 등을 검증하는 매우 중요한 절차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북한의 말이 사실이라면 만리경 1호는 현재 정상 작동을 하고 있는 셈이 되겠죠. 다만 북한이 이를 이른 시간 내에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본인들도 아직 위성의 세부 성능에 대한 파악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정보 유출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워낙 많은 위성을 쏘아 올린 국가이기에 작은 정보라도 미국에게 노출이 될 경우 만리경의 세부 성능과 제원, 정상 작동 범위 등 매우 세세한 사안들이 공개되기 때문에 이를 부담스러워한 북한이 아직까지는 그 공개에 망설이고 있는 것이겠죠.

이예진: 이번에 사진을 새로 공개를 한다면 지난해 12월 남측 지역을 찍어 공개했던 조악했다는 평가를 받은 위성 사진과 비교해 보면 북한 위성의 기술적 진전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알 수 있겠네요. 그런데 궤도에 진입한 만리경 1호는 앞으로 한반도 상공을 최소 2회 이상 지나게 될 거라고 합니다. 한반도뿐 아니라 미 주요 기지 사진까지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북한의 정찰위성, 군사적으로 얼마나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십니까?

김금혁: 글쎄요, 북한이 아직 전면 공개를 미루고 있는 시점이라 섣불리 뭐라 예단하긴 어렵지만 북한의 1차 발사 때 한국 군이 그 잔해를 건져 올려 분석한 적이 있었죠.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위성 잔해를 분석한 결과 '아직까지는 군사 위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후 러시아의 도움으로 북한이 발사에 성공하면서 위성 자체의 기술적 문제나 수준도 조금은 올라갔을 것으로 보는 분들도 있지만,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고 군사 위성이라는 것이 그렇게 하루, 이틀 뚝딱 만든다고 다 되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린다면, 일단 군사정찰위성은 촬영한 영상이 1미터 미만의 물체를 파악할 수 있는 서브미터 해상도는 돼야 효용성이 있는데, 북한 위성은 그 정도가 안 됩니다. 지난 5월에 수거된 정찰위성 1호 잔해에서 발견된 카메라는 일본산 상용 디지털카메라 수준이었는데 이것으로는 도저히 높은 수준의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했죠. 러시아의 기술지원이 있다 하더라도 북한이 기존에 개발하던 체계와 러시아의 체계가 다르고 다른 두 개의 기술을 호환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아예 위성체 전체를 러시아가 주었다면 또 다른 얘기겠지만 그건 러시아도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가능성은 낮죠. 즉 이번 북한의 위성 발사는 어디까지나 자신들이 정찰위성이라고 부르는 그 위성을 우주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한 것이고 앞으로 정찰위성으로서의 품질이나 정확도는 앞으로 북한이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지난 23일, 북한은 정찰 위성 발사 성공을 경축하며 자축연을 열었죠. 여기에 딸 주애 양이 김정은 총비서 바로 옆에 앉아 언론의 관심을 모았고요. 또 하나 눈길을 끈 건 김정은 총비서를 제외한 자축연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똑같은 반소매 옷을 입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 위원장이 전날 저녁 북한 정부 명의로 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연회를 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연회 상석에는 김 위원장과 아내 리설주, 딸 주애, 김여정 부부장을 비롯해 김덕훈 내각총리, 최선희 외무상,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 장창하 미사일총국장 등이 자리했습니다. 김 위원장과 최 외무상을 제외한 나머지 연회 참석자들은 대부분 단체로 맞춘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만찬을 즐겼습니다. 티셔츠에는 'DPRK NATA 국가항공우주기술' 로고가 박혀 있었는데요. DPRK는 북한의 영문명이고, NATA는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영문명(National Aerospace Technology Administration)의 약자입니다.

특히 김주애는 행사 전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공헌자 기념 촬영에도 김 위원장과 동행했습니다. 여기에 지난 2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지난 23일 평양시 당·국가보위성·사회안전성 간부를 대상으로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축하하는 기념강연회에서 우주 강국 시대의 미래는 ‘조선의 샛별’, ‘여장군’에 의해 앞으로 더 빛날 것”이라는 내용이 등장하기도 했죠. 아주 의미심장한 문구가 아닐 수 없죠. 저희가 방송을 통해 자주 언급해드렸던 김주애 후계자론이 북한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을 받는 자리였다고 볼 수 있고요. 특히 김주애가 연회 참석자들과 같은 옷을 입고 등장했다는 것은 김주애의 권력기반과 정당성을 뒷받침해줄 세력이 바로 이들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봐야 합니다. 우주개발의 공로를 장차 김주애에게로 돌려 업적을 쌓은 것과 동시에 우주개발은 미래 기술이고, 북한의 미래를 책임질 먹거리 중 하나가 되는 만큼 그 상징성으로 김주애를 세운 면도 있다고 봐야죠.

이예진: 자축연에서 후계자 자리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까지 보여준 듯하네요. 김주애, 리설주, 김여정까지 가족이 총출동한 연회에 대해선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들의 관심도 컸는데요. 어떤 의견들이 있었습니까?

김금혁: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겨울에 반팔이라니 난방을 엄청 했나 본데, 백성들 시선은 신경 쓰지 않나 보다", "우승한 야구팀이 입은 옷 같다. 하나라는 걸 강조하기 위한 시도라 생각된다", "아무튼 북한이 생각한 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거 같다" 등 요즘 북한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날이 갈수록 예리해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남한의 시청자들, 인터넷 이용자들의 댓글을 보면 저희보다 더 날카롭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북한이 생각한 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거 같다"는 댓글을 보면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예진: 몇 번의 실패에도 짧은 기간 거듭 위성을 발사하고, 연회를 열 정도로 사활을 걸고 있는 것만 봐도 김정은 총비서의 우주 강국의 꿈은 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좀 달라 보입니다. 어떤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습니까?

김금혁: 일단 유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러한 수차례에 걸친 위성발사는 올해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김정은이 연말을 앞두고 위성발사 성공을 최대의 업적으로 치켜세우기 위한 우상화 선전의 일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에 정찰위성은 군사적 목적뿐 아니라 정치적 목적도 매우 크다"면서 주민들에게 드디어 정찰위성을 확보함으로써 억제력과 방어력을 상당히 강화했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선대에 달성하지 못한 우주 강국의 꿈을 김정은 시대에 쟁취했다고 선전해 우상화까지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이런 주장에 동의합니다. 정찰위성 발사가 당장 북한이 처한 식량난이나 경제난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수출을 할 것도 아니고 아직까지는 개발 단계이기에 오히려 더 많은 지출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죠. 북한 주민의 삶에 이렇다 할 긍정적인 영향은 당장 줄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은 더더욱 그 정찰위성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하여 김정은의 업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말씀해 드린 것처럼 올해 북한이 거둔 눈에 띄는 성과는 별로 없었거든요. 위성 발사가 연달아 실패하기도 했고 10월 발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마당에 아무 소식 없이 10월을 지나가다 보니 북한 내부에서는 ‘어? 당이 결심했는데 못하는 것도 있네?’라는 동요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번 발사 성공이 어찌 보면 정말 다행이기도 했고 또 김주애까지 등장시켜가며 4대 세습의 정통성을 강조하려는 목적도 있다 보니 김정은이 매일 관제센터를 찾으며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겠죠.

이예진: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