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제비가 기쁘게 한번 웃으면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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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어머니날(11월 16일)을 앞두고 주민이 어머니에게 줄 화장품과 꽃을 사려고 상가와 상점을 찾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어머니날(11월 16일)을 앞두고 주민이 어머니에게 줄 화장품과 꽃을 사려고 상가와 상점을 찾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북한에서 기념일로 제정한 어머니날입니다. 김정은시대 들어 2012년 5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처음 제정된 명절이죠. 이 날을 맞으며 북한주민들은 어머니에게 드릴 선물을 사느라 분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평양에서는 화장품과 꽃이 인기라고 하죠. 처음에 광복백화점으로 설립된 광복지구상업중심에는 화장품을 사려는 손님들로 붐볐고 황금벌 꽃상점에는 세계적으로 ‘어머니 꽃’으로 알려진 카네이션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도 이제는 외부의 문화가 들어와 부모의 은혜를 기리는 카네이션이 선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습니다.

화장품과 꽃 외에도 이날 어머니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기념품을 준비하는가 하면 맛있는 음식도 대접하고, 형제들은 어머니를 찾아 유희오락도 하면서 웃음도 가득 안겨준다고 합니다.

북한주민들이 특히 좋아하는 어머니 노래는 혁명가극 ‘피바다’에 나오는 혁명가요 ‘우리 엄마 기쁘게 한 번 웃으면’이죠.

‘우리 엄마 기쁘게 한 번 웃으면, 구름 속의 햇님도 방긋 웃고요. 우리 엄마 기쁘게 한 번 웃으면 온 집안의 꽃들이 활짝 핍니다. 고생 속에 살아오신 우리 어머니, 웃으시면 온 집안에 꽃이 핍니다.’

가족의 정체성, 개인의 정체성이 사회의 정체성, 집단의 정체성에 많이 희생당하고 있는 북한에서 그래도 유일하게 혁명가요를 빌어 되찾는 소중한 순간이라 하겠습니다.

이 노래에는 또 이런 슬픈 사연도 깃들어 있다면서요. 해주에 살던 한 꽃제비가 이 노래를 개사해 부르다 보안원에게 불상사를 당했다네요.

그의 개사 곡 제목은 ‘꽃제비가 기쁘게 한 번 웃으면’입니다.

‘꽃제비가 기쁘게 한 번 웃으면, 장마당의 보안원이 재수 없대요. 꽃제비가 기쁘게 두 번 웃으면, 보안원이 나를 때릴려해요. 고생 속에 빌어먹는 우리 꽃제비, 보안원도 보위원도 무섭지 않아요.’

북한 매체들은 이날을 '선군혁명 계승'을 위한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며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 독려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처녀의 몸으로 부모 없는 어린이 7명을 키운 ‘처녀 어머니’의 소행도 소개됐죠. 참 아름다운 소행입니다.

한쪽으론 여성들, 남녀평등권, 어머니들에 대한 존경과 우대가 조명되는 반면 또 다른 한쪽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어 되돌아봐야겠죠.

아직까지 남존여비사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기존세대의 세태, 북한의 재담에서도 잘 비판하고 있습니다. 집에 들어와 손가락 까딱하지 않고 재떨이, 베개, 물, TV조절기를 찾는 남자의 모습!

또한 당국의 가혹한 성인물, 그와 관련된 탄압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은하수관현악단이 해체되고 일부가 처형된 것도 이들의 성인물 비디오 관람, 성행위 촬영, 집단 섹스가 이유였다면서요.

물론 다른 나라들에서도 성매매 등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행위가 불법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책임을 묻고, 법적으로 처벌할 따름이지 성인물을 관람했다고 해서 사형까지 하지 않거든요.

오죽하면 가혹한 처벌을 당하는 사람들이 ‘성(性)에도 사상이 있냐?’ ‘내 몸은 조직의 몸이 아니다’라고 항거하겠습니까?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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