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첨은 발전의 무기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2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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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에 열린 북한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모습. 사진 왼쪽 동그라미는 현송월 당 부부장, 오른쪽 동그라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말에 열린 북한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모습. 사진 왼쪽 동그라미는 현송월 당 부부장, 오른쪽 동그라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올해 신년 북한의 분위기는 여느 때 없이 더 들볶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의 신년사가 생략됐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이 발표돼서 그런지 지금 전국적으로 각 도, 시별로 이를 관철하기 위한 궐기모임들이 한창 진행 중이죠.

정말 이에 빠짐없이 수십 년 동안 동원되어야 하는 북한주민들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일 겁니다. 당국의 주장처럼 고난의 천리가 가면 행복의 만리가 빨리 와야 하는데 행복의 만리는 커녕 단 10리도 언제 올지 모르니 말이죠.

게다가 핵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장기전도 예고해 놓은 상태입니다. 요즘 연일 노동신문도 이와 같은 기조를 반복하고 있죠.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을 예고하는 현 정세를 언급하면서 ‘우리가 앞으로도 적대 세력들의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각 방면에서 내부적 힘을 보다 강화할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의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수는 없다, 맞받아나가는 공격전으로 민족의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자는 것이 민심이라고 역설하기도 하죠.

또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올해 처음으로 내놓는 북한의 공식적인 대남 메시지에서 ‘호들갑, 주제넘은 일, 멍청한 생각’ 등 비아냥조의 언어와 표현들을 늘어놓았습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1월 8일 김정은 생일 축하메시지와 관련된 내용이죠.

남조선 당국이 숨 가쁘게 흥분에 겨워 온몸을 떨며 대긴급 통지문으로 알려온 미국 대통령의 생일축하 인사라는 것을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친서로 직접 전달받은 상태라며 아마도 남조선당국은 조미 수뇌들 사이에 특별한 연락 통로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는 거죠.

그러면서 ‘남조선당국은 이런 마당에 우리가 무슨 생일축하 인사나 전달받았다고 하여 누구처럼 감지덕지해 하며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고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회담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런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혹여 우리가 다시 미국과의 대화에 복귀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을 가진다거나, 또 그런 쪽으로 분위기를 만들어가 보려고 머리를 굴려보는 것은 멍청한 생각’이라고 딱 잘라 얘기했습니다. 제재해제와 핵을 결코 바꾸지 않겠다는 거죠.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김여정에 대한 인사도 있었습니다. 선전선동부 1부부장자리에서 조직지도부 1부부장 자리로 옮겼을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북한에는 이런 말이 있죠. ‘아첨은 발전의 무기.’ 아마도 북한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어느 정도는 통용되는 현상일겁니다.

제가 보기에는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처럼 경공업부로 자리를 옮겼으면 더 좋은 그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조직부의 아첨, 경공업부의 진심, 과연 어느 것이 통했을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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