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이젠 ‘그때그때 달라요’?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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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이 휴대전화로 온라인 쇼핑을 하는 모습.
북한 주민이 휴대전화로 온라인 쇼핑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대표 잡지 ‘조선의 오늘’에 최근 북한 사화과학원 민속학연구소에서 개발한 손전화기(핸드폰) 프로그람(앱)이 소개되었더군요.

《조선의 성과 본》 1.0인 이 앱에 대해서 ‘자기 성씨와 본관의 래력, 자기 성씨의 시조, 자기 조상들 가운데서 력사에 널리 알려진 인물들을 잘 아는 것은 민족적 전통과 고유한 민족풍습을 가지고 살아 온 우리 선조들의 력사와 문화, 생활을 리해하는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이 프르그람은 우리 나라의 성씨가운데서 221개의 성씨와 550여개의 본관의 간단한 래력, 본관에 따르는 8,300여명의 인물들의 활동내용과 함께 성과 본에 대한 리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상식과 용어해설을 주었으며 사용자들에게 자기의 성과 본에 대한 상식을 넓혀준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혹시 이 인기프로그람을 잘 사용하고 계신지요? 그리고 지금까지 무관심속에 살았던 자신들의 본과 문중의 유명인들을 잘 살펴보고 계신지요?

저도 사실 평양에서 살 때 본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가지고 살지 않았습니다. 귀동냥으로 부모님들로부터 너의 김씨 본은 어디, 이 정도로 알았을 정도입니다. 북한전역의 동명인을 조사한 책은 인민대학습당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참 희한하게도 북한의 많은 성씨 본은 남한지역이죠. 김 씨만 해도 경주 김씨, 전주 김씨, 김해 김씨.

자기 본을 많은 분들은 알고 살아왔을까요? 제 생각에 일반주민들은 ‘동성동본 결혼은 원래 하지 않는 것이다’ 정도로만 성씨나 본에 대해서 인식하고 생활해 왔을 겁니다.

노래 ‘세상에 부럼없어라’에도 나오듯이 북한에서 ‘우리의 집은 당의 품, 우리의 아버진 김일성원수님, 우리는 모두다 친형제’라는 집단주의 의식으로 모두 살아왔죠.

북한에 대역사서사극 영화 ‘민족과 운명’이 있죠. 아마도 ‘조선의 별’, ‘이름 없는 영웅들’ 등과 더불어 북한에서 가장 유명한 다부 작 영화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주제가 ‘장군님 식솔’ 가사는 이렇습니다.

‘고향은 다르지만 뜻이 같아 뜻에 살고. 떠난 곳 어디어도 정에 끌려 정에 사네. 흘러서 흘러 모여서 모여 형제 같은 너와 나는. 아아, 한 집안 식솔, 장군님 식솔.’

이렇게 모두가 김일성민족, 김정일조선, 장군님 식솔이 모여 사는 북한에 왜 족보, 성씨, 본이 갑자기 중요하고 필요해졌을까요?

아마도 김정은에로 이어지는 3대 세습 때문일 겁니다. 갑자기 젊은 사람이 또 하나의 위대한 수령이라고 등장하니까 북한주민들이 많이 혼란스럽고 어리둥절했겠죠.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지향한다는 사회에서 2대째에 이어 3대까지 세습하다니?

그래서 백두혈통이 필요했고 더 중요해졌습니다. 온갖 가족주의, 지방주의, 종파주의, 개인 우상이 악인 사회에서 뿌리가 중요해진 겁니다.

수령절대주의 북한에는 그래도 ‘그때그때 달라요’라는 말, 문화가 없었죠. 수십 년간 시종일관성을 유지하여 왔습니다. 사상도 신격화, 절대화, 실천은 무조건성입니다. 그런 북한에도 ‘그때그때 달라요’의 외부문물이 흘러들고 있군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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