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북한인권백서와 생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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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얼마 전 남한 통일연구원이 ‘북한인권백서 2023’을 공개했습니다. 남한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23’에는 북한당국이 코로나 방역규정을 지키지 않은 사람을 실제로 공개 처형했다는 탈북민 증언을 포함하여 사형법 조항을 대폭 확대한 내용이 담겼습니다.통일연구원은 북한에서 지금도 생명권과 식량권, 표현의 자유 등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시간에는 인간의 생명권은 무엇이고, 왜 존중되어야 하는지 전해드리겠습니다.

‘북한인권백서 2023’에는 북한이 코로나 방역규정을 지키지 않은 주민을 실제로 공개 처형했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지난해 북한에서 탈출한 한 주민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모아서 방역조치를 위반한 사람들을 공개 처형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백서에 따르면 2015년 북한 형법에는 8개 죄목에 대해 사형을 규정했지만, 현행법에는 공화국 존엄모독죄, 외국인에 대한 적대행위죄 등이 더해져 모두 11개 죄목으로 늘어났습니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이 사형 규정을 계속 확대하며 주민의 생명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백서(white paper)는 한 나라 정부가 특정 사안이나 주제에 대해 조사하여 결과를 발표하는 공식 책자입니다. 처음 영국 정부가 만들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의 표지를 하얀색으로 했던 데에서 백서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생명권은 무엇인가,

‘세계인권선언’은 생명권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제연합 즉 유엔은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1948년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은 생명권, 교육권, 사생활권, 사회보장권, 주거권 등 다양한 권리와 자유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 제3조는 “모든 사람은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자기운명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생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나온 권리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장 중요한 본질로 여기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도이념으로 하는 주체사상에도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 자기 운명을 개척하는 힘도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생명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보적인 인권기준마저 지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은 인간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복제문제와 배아줄기세포연구, 낙태, 사형, 뇌사와 장기이식, 안락사에 이르기까지 공권력으로부터 침해를 금지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명의 권리는 자기 자신이 지킬 수 있는 권리와 국가 등 공권력으로부터 생명을 보호받아야 할 권리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즉 국가는 개인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사형제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23에는 북한에서 추가된 사형법조에 공화국 존엄 모독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북한 체제를 비판하거나 최고 지도자에 대해 딴 소리를 하면 사형에 처해진다는 겁니다. 특히 코로나 방역조항을 어긴 사람도 사형에 처했다는 탈북민의 증언은 외부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중국에서 확산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하여 세계 사람들이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방역 수칙을 어겼다고 처형하는 나라는 중국과 북한 등 몇 안됩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백신을 개발하고 자국민들에게 접종시키고, 다른 나라에도 지원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국제사회가 지원하겠다는 코로나 백신도 마다하고 국경을 완전 봉쇄하고 내부 주민들에게는 방역 규정을 어긴다고 사형에 처한 것입니다.

그러면 지구상에 사형제를 운영하는 나라는 얼마나 될까요?

사형제 폐지를 위해 활동하는 국제인권단체인 엠네스티(Amnesty)에 따르면 2009년 5월 기준으로 전 세계 197개 나라 중 사형제도를 존치하고 있는 국가는 59개입니다. 매 년 거의 3개의 국가들이 사형폐지국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사형법이 있지만, 20년이상 사형집행이 없어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현재 형법 41조에 사형법을 적시하고 있는데, 국제인권단체들은 한국에서 사형제도가 완전히 폐지되기 위해서는 ‘법적 폐지’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쇄살인과 흉악범죄와 같은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형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현재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은 북한과 중국, 이란, 인도네시아 등 국가들입니다. 유엔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처형을 막기 위해 사형을 집행하는 국가들에 실제 사형집행 건수 등을 완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엔은 2021년 북한에 반동문화배격법과 국경월경자 총살 지시와 관련한 혐의를 소명하고 특히 현재까지 반동문화배격법에 따라 처형당한 사람 수를 공개하라고 요청한 바 있습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추세로 가고 있지만, 북한은 사형법을 확대시키면서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의 정부들은 사형이 범죄를 억제 한다고 주장하며 사형을 정당화 하지만, 사실상 사형이 범죄를 줄이는데 효과적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엠네스티는 지적합니다. 그리고 사형은 종종 가난한 사람이나, 사회적 약자 등 소외계층에게 가해진다는 겁니다. 북한에서는 출신성분이 나쁘고 사회적으로 지위와 금전적 힘이 없는 사람들만 처형되고 있다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북한의 공개처형은 또한 시각적 효과를 통해 대중에게 공포심을 조장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얼마전 남한의 텔레비전 방송인 채널 A에는 북한의 공개처형 장면이 소개되었습니다. 당시 공개된 영상에는 10대의 소년이 빨간 넥타이를 매고 공개처형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남한의 시청자들은 “10대의 청소년을 어떻게 저런 공개적인 장소에 동원시킬 수 있냐?”고 경악하지만, 탈북민들 대부분은 저런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합니다.

2007년 12월 유엔총회는 사형 집행유예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모든 회원국들이 사형집행을 유예하고 “사형제도의 폐지를 검토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유엔특별보고관은 사형을 집행하는 국가들에 선고를 받은 사람들의 수와 실제 사형집행 건수 등 각국 정부가 완전히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은 투명성 대신 비밀주의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대중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사형이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사형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형제도'는 국가공권력이 범죄인의 생명을 박탈해 그 사람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제거 시키는 형벌입니다. 하지만, 국가공권력이 인간의 생명권을 박탈하기에 앞서 국민보호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내 반인권 범죄를 포함한 중대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기록하는 남한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에서 법률분석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희석 국제법 박사의 말입니다.

신희석 박사 : 북한처럼 국경을 넘는다는 이유로 바로 총살시키는, 즉결 처분하는 그런 포고문을 낸 나라는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북한의 조치는 정말 유례를 찾기 힘든, 생명에 대한 경시를 드러내는 정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공개처형 등에 관해 정밀 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보내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오고 있는 신희석 박사는 “국제사회를 통해 북한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은 남한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23’에서 지적된 북한의 공개처형과 생명권에 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