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미국이나 남한에서 일어나는 노동자들의 파업영상을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셨을 겁니다. 머리에 붉은 띠를 두루고 피켓, 즉 자기들의 요구사항을 적은 큰 널빤지를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외국의 노동자들을 말입니다.
영상을 보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저 사람들이 얼마나 살기 힘들면 저렇게 거리에 나왔을까”, 또 “시위자들을 자본주의 사회를 뒤집어 엎을 반정부 세력”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런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동조합에 소속된 사람들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노동조합이 있다면, 북한에는 직업동맹이 있습니다. 하지만, 직업동맹은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정권의 관변단체가 되어 오히려 노동자들의 인권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세계 여러나라의 노동조합과 북한의 직업동맹의 차이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CBS녹취> No contract, No coffee! (계약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커피도 없다)
이 녹음은 지난해 11월 미국 최대 커피 전문회사인 스타벅스(Starbucks) 노동자들의 파업소식을 전한 미국 언론 CBS의 보도 내용입니다. 뉴욕시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앞에는 손에 피켓을 둔 노동자들이 모였습니다. 열댓명의 근로자들이 자그마한 원을 형성하고 돌고 있고, 그 가운데 근로자는 메가폰을 들고 큰 소리로 외칩니다.
파업 근로자들은 스타벅스 노동조합원들입니다. 이들은 시간당 임금을 올리고, 복지 혜택도 늘일 것을 명시한 계약서를 회사측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시위에 나섰고, 스타벅스 회사측은 자신들은 미국 노동관계법(National Labor Relations Act)을 잘 지키고 있다고 맞섰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스타벅스 노조연합이 임금 인상 등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미국 내 100여개 매장에서 파업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스타벅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커피전문 다국적 회사로 전세계적으로 2만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년 매출은 약 200억 달러가 넘는 데, 북한의 국내총생산과 맞먹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커피뿐만 아니라 차, 주스, 디저트(식후 간식) 등을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회사는 노조와 협상 끝에 근로자들의 시간당 임금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미국 온라인 취업사이트 인디드(Indeed)에 게시된 스타벅스의 시간당 임금은12~18달러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회사가 제시하는 최저임금이고, 각 지방별로 최저임금 기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로자들은 한 주일에 5일 동안 일하게 되고, 기본 근로 시간은 5~8시간이고 연장근무를 했을 경우에는 평소 임금의 1.5배를 지급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즉 하루 8시간하고, 더 일할 경우에는 그 추가 시간에 대해서는 1.5를 곱해서 받는다는 겁니다.
미국이나 남한 등 자유주의 국가에서 노조활동은 합법화 되었습니다. 한 두 사람이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여럿이 내면 효과가 크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합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정부를 반대하거나 사회 자체를 반대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모두 자신들이 일한것 만큼 받고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섭니다. 미국은 헌법 제1조에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파업 시위와 같은 평화집회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보호하고 있습니다. 즉 시위자들이 정해진 테두리를 벗어나 차도를 가로막거나, 폭력을 부추기는 등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경우 경찰은 단속하게 됩니다.
<브릿지 음악> 그러면 노동조합은 언제 만들어졌을까요?
노동조합은 영국과 미국에서 먼저 시작됐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영국을 비롯한 산업화 국가 노동자들은 매우 열악한 조건에서 일했으나, 아무런 정치적 발언권이 없었습니다. 또 언제든지 해고당하고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비밀결사 형태로 존재하던 노동조합은 19세기 이르러 미국에서 여러 단위 노동조합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자본가들은 노동조합 간부를 청부살인하는 등 탄압을 했으나, 발전을 가로막지는 못했습니다.
가장 먼저 미국 시카고 미시간에서 1886년 5월 1일 8만명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시위를 벌였습니다. 당시 미국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고, 적은 임금과 임금삭감에 시달렸습니다. 어느 한 미국 탄광에서는 탄부들이 임금삭감에 항의하다가 주동자로 몰려 교수형으로 처형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끈질긴 투쟁 끝에 노동자들은 8시간 노동제를 쟁취했습니다. 북한에도 잘 알려진 ‘노동자들의 국제적 명절 5.1절’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영국에서는 19세기에 노동조합 활동이 합법화되었고, 이어 프랑스, 일본에서도 노조결성이 뒤를 이었습니다.
한반도에도 일제강점기이던 1920년대 부터 노동조합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남한에는 해방후에도 노동조합이 승승장구해왔지만, 북한은 거기서 멈추었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크게 두개의 양대 노총이 존재하는데, 정부를 위협할 정도로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근로환경이 비교적 양호한데도 불구하고 더 많은 이익을 얻고자 이기적인 활동을 한다는 이유때문에 ‘귀족노조’ ‘강성노조’라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노조가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개선 등 대다수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는 모른체 하고 소수 간부들이 조합비를 남용하고, 노조간부 자녀들에게 특혜를 주었다는 ‘고용세습’ 논란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민주노총의 일부 사람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간첩활동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에서는 노동조합 설립 붐이 일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남한KBS 방송 보도를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KBS 녹취/ 2022.06.22>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죠. 미국 '애플'이 사상 첫 노동조합 결성을 앞두고 있습니다. '애플'뿐 아니라 '아마존'과 '스타벅스' 등 '무노조 경영' 원칙을 내세웠던 글로벌 기업들에서 노조 설립 물결이 일고 있는데요.
그동안 ‘무노조’ 경영을 고집해오던 애플이 관례를 깨고, 한 매장에서 노조 결성 찬반 투표를 진행했는데 과반수가 찬성했습니다.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연방 노동관계위원회(NLRB)에는 노조 설립을 원하는 청원건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 속에서 노조에 관심이 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습니다.
애플에 이어 세계최대 온라인 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최대 검색 회사 구글에서도 노조 설립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노동조합 설립을 지지한다고 공식 밝혔습니다. 특히 노동조합에 친화적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아마존과 스타벅스 노조 지도자 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만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회사와 노동조합간 중재를 위해 노동관계법을 만들었고, 이 관계법을 집행하기 위해 1935년 노동관계위원회를 설립했습니다.
<브릿지 음악> 그러면 자유국가의 노동조합은 북한의 직업동맹과 어떻게 다를까요?
미국 등 자유국가에 노동조합이 있다면 북한에는 직업동맹이 있습니다.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노동조합과 북한의 직업동맹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현웅 : 북한의 직업동맹은 자유민주주의국가의 노동조합에 해당합니다. 노동조합의 본래 임무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근로조건과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데 있습니다. 북한 직업동맹이 해야할 일은 맹원들의 사회, 경제적 지위향상과 권익옹호를 위해 투쟁하는 것입니다. 직업동맹의 '노동조합'적 고유 역할과 기능을 철저히 부정한 채, 김정은과 당, 조국과 혁명을 위한 사상교양 및 전위활동을 강조한 것은 반(反)노동자계급적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 북한은 평양시 5만 세대 건설에 수천 수만명의 평양시 청년 대학생들과 노동자들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또 100만명에 달하는 청년들을 10년 이상 군대에 복무시키고, ‘사회주의 대건설’이라는 명목으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열악한 공사에 동원시키고 있습니다. 또 중국과 러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현지 국가 노동자들의 절반도 안되는 임금을 받고 장시간 노동에 혹사당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 이론의 창시자 카를 마르크스는 “임금은 노동력을 판 대가”라고 규정했습니다. 즉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차지한 자본가에게 노동을 팔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아 사는 일종의 피착취관계로 본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노동자들이 노동력을 팔아도 대가를 못 받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 지금까지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기사 작성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