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올해 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한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한다고 선포한 후 북한에서는 ‘통일지우기’ 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위에 새겨진 통일 단어가 사라지는가 하면 평양역에 있던 통일역도 사라졌습니다. 남한과 미국을 비롯한 외부 사회에서는 “이러다 한반도가 영원히 둘로 갈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이럴 때일수록 남북통일의 당위성을 알려주고 남한이 주동적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 속에서는 “북한의 반통일 정책으로 북한 주민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며 “이제 통일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인도주의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 이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올해 들어 남한을 적대국으로 규정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통일 지우기’가 한창 벌어지고 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일부 녹취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한국 괴뢰 족속들을 우리의 전정에 가장 위해로운 제1의 적대 국가,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올해 초 김정은은 북한 헌법에 ‘대한민국은 제1 적대국이자 불변의 주적’이라고 고치라고 주문하고, ‘전쟁이 나면 대한민국을 점령해 공화국에 편입해야 한다’ 군대에 주문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 대남창구 역할을 하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폐지되고 ‘통일 지우기’ 작업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북한 도서와 영상물에서 ‘백두에서 한나까지’, ‘삼천리 강토’, ‘8천만 조선 민족’ 등 통일관련 문구가 사라지고, 해외 북한 식당에서 종업원들이 즐겨부르던 “반갑습니다’ 노래도 뚝 끊어졌습니다. 김 위원장의 지시로 평양 남쪽에 있던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도 파괴되었고, 천연바위에 새겨넣었던 통일문구도 고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그러면 왜 북한은 통일지우기에 나섰을까요?
남한 전문가들 속에서는 김정은이 2019년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책임을 남쪽에 돌리며 “당시 문재인 정부에 발등이 찍혔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즉 북한에 우호적이던 친북 좌파들도 모두 싸잡아 비난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남한의 보수적인 정권에 대해 적대적이었지만, 진보를 주장하는 정권에 대해서는 우호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보수 진보 모두 지칭한 것은 북한 내부에 남한 문화가 스며들고 남한에 대한 동경심리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라고 남한 통일부는 평가했습니다.
18.15 해방 이후 남과 북은 엄청난 차이로 벌어졌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한 남한은 6.25 전쟁의 폐허를 가시고, 다시 일어나 지금은 세계 경제 10위권의 강국으로 되었습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2년 대한민국 국내총생산은 2조6천억 달러에 달하고, 한편, 북한 경제규모는 남한의 60분에 1에 불과했습니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남한 국민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넘었 습니다. 한편 북한 주민 1인당 소득은 남한 사람의 30분의 1에 불과합니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낙후되었고, 문화적으로도 뒤떨어졌습니다. 최근 남한으로 탈북한 한 청년은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볼 때 남한 사람들이 세계 여행을 위해 인천 공항을 자유롭게 출국하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했다면서, 한편으로는 “왜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아야 하는가?”며 화가 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는 도둑과 강도 등 범죄가 넘쳐나고 북한 간부층은 뇌물과 부패로 만연했다”면서 젊은 세대들 속에서는 ‘국가가 해준 게 뭐냐?’는 강한 불만이 팽배했다고 말했습니다. 한류에 빠져든 북한 젊은 세대들 속에서는 ‘차라리 잘사는 남조선이 통일해서 같이 잘살면 좋겠다’는 흡수 통일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북한은 수십년동안 남한을 적화 통일하려고 시도해왔습니다. 적화통일은 분단국가에서 공산국가의 주도로 상대방 정부를 전복하거나 흡수하는 통일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엄청난 국력 차이 때문에 북한은 적화 통일의 꿈을 포기하고 두나라로 따로 살겠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북한의 반응이 나온 직후 남한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당국이 전방위적인 통일 지우기로 한국에 대한 주민들의 동경과 기대심리를 원천 차단하는 데 역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사실상 한국과의 체제 경쟁에서 완전히 패배했다고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 북한의 통일 지우기는 성공할까요?
김정은의 통일지우기는 “선대 유훈통치를 거부하는 꼴”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김정은의 무리한 반통일 정책은 자신의 영구집권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렉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북한의 통일 지우기는 김정은의 할아버지인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 뿌리를 전면 부정하는 것과 같다”며 “선대의 남북통일 업적을 전면 부정하는 김정은은 북한 내부로부터 강한 불신에 직면할 가능성 높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은 처음 후계자로 공식 등장할 때 김일성 주석의 머리 모양을 따라했고, 몸 가짐도 풍채좋은 할아버지처럼 만들기 위해 체중을 급격하게 늘이는 무리수를 두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조한범 남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자신들의 뿌리를 건드린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혼란스러울 것이고, 평양 안에서도 말들은 안 하지만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을 철거한 구역은 통행금지라고 합니다.
북한의 이러한 반통일 노력에 남한은 통일로 대답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축사에서 “북한 정권은 오로지 핵과 미사일에 의존하며, 2천6백만 북한 주민들을 도탄과 절망의 늪에 가두고 있다”며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이라고 연설했습니다.
윤대통령의 연설을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 정부는 북한 주민들을 향한 도움의 손길을 거두지 않을 것이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 이후 남한 정부는 지난 수십년간 한반도 통일보다는 한반도 분단관리정책을 추구해왔습니다. 즉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방지하고, 남북이 다 같이 잘 지내도록 평화를 관리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통일지우기에 대응하여 남북 통일은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 문제를 푸는 인도주의로 접근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의 국제정치학자인 이춘근 박사는 “통일은 이제 북한 인민들의 인권을 위한 휴머니즘”이 되고 있다고 유트뷰에 출연해 말했습니다. 미국 중부 켄터키에 거주하는 탈북난민 한모씨는 현재 북한에서 벌어지는 ‘통일 지우기’ 움직임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한모씨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지 않아요. 북한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무엇입니까? 사람들이 외부를 알아버리는 것이지 않습니까? 한국을 완전히 적대국으로 만들어놓고 잡히는 날에는 완전히 용서없다고 그렇게 심각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보는 것을 막을 수 없거든요.
‘통일 지우기’도 기본 대상이 남한이 아니라 북한 내부 주민들이라고 못박았습니다.
한모씨 : 북한에서 김정은 김여정이 그 사람들이 못하는 게 뭐요. 북한 백성들은 백성이요? 자기들을 위한 노예이지요. 방패이고, 기본 내부 통제이지요. 그 사람들을 옥죄기 위해서 그런거지 한국과 뭐 갑자기 피맺힌 게 있다고 그러겠어요?
북한의 반통일 정책으로 북한 주민들이 사람 답게 살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닫기고 있습니다. 때문에 통일만이 북한 주민들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은 북한의 통일지우기와 남북통일이 인도주의 개선방안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데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