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최근 미국의 수도 워싱턴 디씨 인근에서는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들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워싱턴 협의회가 어우러져 체육대회 및 문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올해까지 약 220여명의 탈북민들이 미국에 정착했지만, 지역한인들과 탈북민들이 모여 축구와 족구, 달리기 등 체육대회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오늘 시간에는 행사가 진행된 현장을 다녀온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음악소리, 방송소리> "제1회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하는 평화통일 기원 체육대회 및 문화행사"가 진행되는 패어팩스 고등학교 운동장.
파란 인조잔디가 깔린 넓다른 운동장안에는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과 북과 꽹과리를 든 응원단으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었습니다.
경기장에는 민주평화통일(이하 민주평통) 워싱턴협의회 관계자들과 유타주와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켄터키주와 워싱턴 지역에서 모여온 탈북민을 포함해 약200명이 모였습니다. 각 분과별로 알록달록한 색갈의 캐노피(유개 텐트)를 치고 선수들과 응원단, 참가자들은 서로 인사를 나눕니다. 탈북민들은 통일분과에 소속되었습니다.
그질 그질 내리던 비는 경기가 시작될 즈음인 오후 3시쯤 완전 그쳤습니다. 이어 식전행사로 북과 장구를 치는 난타공연이 있었고, 민주평통 워싱턴 협의회 이문형간사가 체육대회 시작을 알리는 의식을 진행했습니다. 국민의례가 있었고, 탈북하다 숨진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묵념도 있었고, 크리스티나신 대회장 등 여러 관계자들의 축사와 선수들의 선서 등이 차례로 진행됐습니다.
이어 한국의 전통 태권도가 선을 보였습니다.
<꽹과리 소리/ 북소리> 탈북민들과 다른 분과 한인들이 각각 4명씩 조를 짜서 진행된 족구경기.
빨간 유니폼을 입은 탈북 남성 3명과 여성 한명이 열심히 공을 다루며 상대의 빈공간을 노리고 있습니다. 유타주에서 온 50대의 탈북민 최모씨와 시카고에서 온 40대의 탈북민 허모씨, 그리고 버지니아에 사는 30대 탈북남성과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30대의 탈북 여성이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볼 다루는 기술은 미약하나 열성과 의욕만은 넘쳐납니다. 하지만 이미 족구경기에 익숙한 워싱턴 지역 상대 선수들의 벽을 넘기란 쉽지 않습니다.
결국 경기는 2대1로 한인팀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탈북민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열심히 응원하던 탈북민들과 통일분과 소속 응원자들은 아쉬움의 탄성을 쏟아냈지만, 열심히 응원한 덕에 오히려 응원상을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휴식 시간이 되자, 한쪽에서는 탈북민들이 모여 옛날 추억을 떠올립니다. 미국 서부 로스안젤러스에서 온 최한나씨의 말입니다.
최한나씨 : (북한영화 대사 흉내 내면서)충신과 배신은 뱃속부터 타고 나온 줄 아는가? 충신도 우리 곁에 있고 간신도 우리 곁에 있소. 당신과 같은 사람은 필요 없어. 필요 없단 말이오. 어떤 사람들이 필요한가? 그러니까 우리가 이런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다 그 소리지 (웃음소리)
켄터키주에서 온 탈북민 한모씨는 미국 망명과정에 겪었던 에피소드를 털어놓았습니다.
한모씨 :내가 미국 대사관에 망명신청하러 갔을 때 미국 대사관에서 한국 영사관에 위임하는 것이라. 한국 영사관에다가 "이 사람들이 진짜 북한에서 온 사람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미국 사람은 모르잖아. 그러니까 한국 대사관에서 인터뷰하는데, "당의 유일사상체계 10대원칙 몇조 몇항을 아는가?"고 물어보는데, 말을 못했지. (주변 웃음소리/ 알아요?) 아, 내가 당원도 아닌데 그걸 알 리 없지요.
한바탕 웃음바다가 펼쳐지고, 어느덧 휴식시간이 끝나고 축구대회가 이어졌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경기는 뭐니뭐니해도 축구경기. 워싱턴 시니어(중장년) 축구단과 민주평통워싱턴 협의회간 축구경기는 전후반 25분씩 진행됐습니다. 워싱턴 시니어 축구단은 이 지역 한인들이 모여 결성된 축구 동호회로 비록 나이가 좀 있지만 공 다루기와 역습 등에서는 전문선수 못지 않습니다. 탈북민 5명이 소속된 민주평통 축구단에는 조기중 워싱턴 한국 총영사 등이 선수로 뛰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응원단의 고함소리/ 꽹과리 소리> 안 돼 또 들어갔어? 어 안 돼…
14살짜리 탈북민 2세 토마스 안의 어머니도 아들이 속한 민주평통 축구단을 열심히 응원합니다.
기자 :지금 아들이 여기서 뛰고 있는데요. 운동 좋아하세요?
탈북여성 :저애가 (자기)중학교 축구 팀에서 미드필드로 뛰고 있는 데, 자기 딴에는 여기에 속하지 못하면 안 된다고 그래서 참가하고 있는데 지금 팀이 져서 기분 나빠하긴 하는데, 지금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아요.
토마스 안은 미국에 정착한 탈북여성로부터 태어난 탈북 2세입니다. 비록 14살이라고 하지만, 어른만큼 자랐고, 볼 다루기도 어른 들과 전혀 짝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그의 포지션은 왼쪽 날개로, 탈북민 5명 중에 한명으로 선발된 겁니다.

기자 :과거에도 워싱턴 지역에 이런 체육 행사가 있었나요?
탈북여성 :처음인 거 아닌가요? 저는 처음인데 올해 들어와서 처음 진행되고 있는데…
기자 :탈북 형제들 잘 뛰고 있나요?
탈북여성 :탈북민들이 제일 땀 많이 흘리고 있고요. 그리고 한국분들은 배가 나와서 많이 못 뛰는데 우리 분들은 배가 안 나와서 많이 뛰는 것 같아요(웃음).
기자 :민주평통과 체육대회를 함께 하는 것 어떻게 생각하세요?
탈북여성 :너무 좋아요. 왜 좋으냐면 탈북자의 기질과 탈북자들이 지금 어떤 정신으로 살고 있는 지를 절실하게 보여주는 게 체육대회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우리의 단합된 마음이라든가 우리가 뭘 하고자 하는지를 이 사람들한테 알려주는 그런 액티브(활동적인)한 행동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이것이 한 번으로 끝나지 말고 매해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경기를 관람하며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 미국시민의 말을 들어보았습니다.
기자 :경기가 재미있습니까?
미국여성 :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경기를 하니 아주 재미있어요. 나이 있는 사람들도 오고, 아이들도 오고, 미국 사람, 북한 사람도 남한 사람도 모여서 보기 좋습니다. 실제로 통일인 것 같아요.
기자 :누구를 응원하고 있습니까?
미국여성: 북한팀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웃음)
축구대회는 2대1로 워싱턴시니어축구단이 이겼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어 민주평통 워싱턴 협의회와 탈북민들이 함께 하는 체육대회가 열리게 되었을까?
민주평통 워싱턴협의회 통일교육분과 허진 부회장의 말입니다.
허진 부회장 :제가 보면 다른 나라나 다른 분과에도 탈북민들이 몇 분 계시는 걸로 제가 알고 있는데 근데 지금 저희 분과에 조금 많으세요. 그리고 이분들이 워낙 평통 행사를 너무 참여를 잘하세요. 그래서 이런 체육대회를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라고 했을 때 너무 호응도 좋았고 그리고 또 이렇게 아시는 분들도 많이 연결해서 오실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된 거예요.
기자 :탈북민들을 만나보니까 어떠세요?
허진 부회장 :저 너무 좋아요. 저분들과 저랑은 마음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냥 인간대 인간으로 하는 거니까 이게 맞는 것 같아요.
기자 :앞으로 이런 행사를 계속할 계획이신가요?
허진 부회장 :네, 여기 미국 워싱턴 평통에서 제1회로 하는 행사라서 좀 뜻깊은 행사이기도 하지만 좀 미흡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2회, 3회는 더 많은 탈북민들이 좀 같이 참여해서 더욱더 큰 행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경기에 참석한 탈북민 들은 “너무 즐거웠다. 오랜만에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며 흥분을 터놓았습니다.
이번 체육대회를 주관한 크리스티나 신 대회장은 “평화통일을 이루기위해 참석해주신분들이 열심히 뛰어주시고 마음껏 즐기기 바란다”며 “해외동포들이 함께 화합을 이루는 장이 되도록 해달라”고 격려해주었습니다.
이번 대회의 성공을 위해 적지않은 기부금이 모아졌고, 대회 시상식에서는 열심히 뛴 탈북민 출신 선수들에 대한 시상과 함께 멀리 타주에서 온 탈북민들에 대한 지원금이 전달되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은 지난 4월 27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디씨 인근에서 진행된 민주평화통일 워싱턴협의회와 탈북민들이 참가한 체육대회 및 문화행사가 진행된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