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시대 종말과 쿠바의 미래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21.05.26
카스트로 시대 종말과  쿠바의 미래 라울 카스트로 쿠바 공산당 총서기(오른쪽)가 지난 4월 19일 자신의 후계자인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AP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쿠바에서 카스트로 시대가 막을 내렸습니다. 62년간 쿠바를 통치했던 카스트로 형제가 권력의 자리에서 모두 물러나면서 새로운 개혁의 바람이 불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라울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 공산당 총비서에 오른 60대의 새 지도자는 인터넷을 허용하고, 청바지를 즐겨 입고, 영국의 록 밴드 비틀즈 음악을 즐겨 애청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족벌 세습의 멍에에서 벗어난 쿠바인들은 경제적 빈궁에서 벗어나 자유와 인권의 새 빛이 깃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쿠바의 카스트로 형제의 퇴장과 북한의 차이를 알아보겠습니다.

라울 카스트로/쿠바 공산당 총서기: 내 임무를 완수했다는 만족감과 조국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으로 쿠바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업무를 마무리합니다.

이 녹음은 지난 4월 19일 쿠바 공산당 총비서 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하는 라울 카스트로의 연설입니다.

올해 89세의 라울 카스트로는 형 피델 카스트로와 쿠바 혁명을 이끈 1세대로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2016년 사망한 형의 뒤를 이어 자신도 명예로운 퇴임을 선언한 것입니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는 동생 라울 카스트로, 체 게바라 등과 함께 친미 바티스타 정권을 무너뜨리고 쿠바에 사회주의 국가를 세웠습니다.

북한과 쿠바는 반미 기치를 든 ‘형제의 나라’로 끈끈한 유대를 이어왔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1986년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던 피델 카스트로의 모습을 기억할 것입니다. 당시 김일성 주석은 자동보총 10만정과 탄약을 무료로 제공하며 반미 항전을 독려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도 2016년 11월 25일 피델이 사망했을 때 평양주재 쿠바 대사관을 직접 찾아가 조문했습니다. 피델과 일면식도 없는 김 총비서가 대사관에 찾아간 것은 할아버지 김일성과 피델이 형제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카스트로 형제는 62년간 쿠바를 통치했고, 북한 김씨 일가는 3대에 거쳐 76년 동안 통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족벌 통치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카스트로 형제가 권력의 자리에서 모두 물러나면서, 쿠바 인민들은 새로 공산당 총서기에 오른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에게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1960년 생인 디아스카넬은 혁명 이후 태어난 세대로, 개혁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외신은 보도했습니다.

AP는 “쿠바인들은 카스트로 가문이 국민의 모든 일상을 지배했던 시대가 62년 만에 종료되는 데 대해 흥분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카스트로 형제가 퇴장하면서 쿠바 인민들은 경제적 빈궁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쿠바는 1962년부터 이어진 미국의 극심한 경제 제재를 받았고, 1990년에는 구 소련이 해체되면서 든든한 후원자도 잃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쿠바 총생산은 11%나 하락했을 정도로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최근 이중통화제도 개혁 여파로 물가가 500% 치솟고, 생필품과 의약품이 부족해지고, 극심한 경제난 속에 정권 이양이라는 격변기까지 겹치면서 쿠바 민심은 폭발 직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욱이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해제했던 대쿠바제재를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재개하고, 코로나-19 여파로 쿠바의 최대 돈줄인 관광산업이 주저앉았습니다.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려온 쿠바 시민들은 세대교체를 통해 쿠바가 확실히 변해야 한다고 바라고 있습니다. 쿠바 인민들은 수십 년간 지속되어온 가난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인권이 보장되는 삶을 살려는 열망으로 끓어 번지고 있다고 합니다.

새로 공산당 총비서에 오른 미겔 디아스카넬은 경제를 공부한 엔지니어(기술자)로 알려졌으며, 외국 자본을 받아들여 경제를 살리려는 일련의 개혁을 추진해왔습니다.

그는 피델 카스트로 정권 시절 금지됐던 영국의 대표적인 록 밴드 비틀즈 음악을 즐겨 들었고, 군복 대신 청바지를 즐겨 입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월에는 민간 기업 활동을 허용하고, 카스트로 정권이 외화 통제를 위해 유지했던 이중통화제도(국영기업과 국민이 쓰는 달러 대비 쿠바 화폐인 페소의 환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2중 환율 정책)를 폐지하는 등 부분적인 개혁을 실시했습니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쿠바 경제를 투명하게 만들어 미국 등 외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카스트로 그늘에서 벗어난 쿠바 인민들에게 미래가 있어 보인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고영환 전 남한 국가안보전략 연구원 부원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카스트로 형제의 퇴장으로 쿠바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되고 있다”며 “비록 새 지도자가 계속 사회주의를 추구한다고 하겠지만, 형해화(내용은 없이 뼈대만 있게 된다는 뜻) 즉 겉은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내용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쿠바에는 우상 숭배가 없다는 것입니다. 피델 카스트로와 라울 카스트로 형제는 62년간 통치했지만, 쿠바에는 두 형제를 우상화하는 그림이나 동상, 구호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피델 카스트로 사망하기 전에 자신을 우상숭배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말입니다.

<라울 카스트로 /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 기관이나 광장, 공원, 거리 등 공공시설에 자신의 이름을 쓰거나 동상 등을 세우지 말라고 유언했습니다.

피델의 유언대로 그의 시신은 화장됐고, 그의 사망 1주기 행사도 조촐하게 치뤄졌습니다.

이는 김일성 김정일 동상이 넘쳐나고,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된 김일성 김정일 시신 보존을 위해 해마다 수만 달러가 투입되는 북한과 다른 점입니다.

족벌 세습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 선출된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열망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쿠바는 인터넷을 개방했고, 시위와 결사 등 표현의 자유도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습니다. 쿠바의 젊은 반정부 시위대와 예술가들은 피델 카스트로의 유명한 구호인 “조국이 아니면 죽음을” 비꼬아 “거짓말은 그만하라. 조국 그리고 삶”이란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노래를 개사해 부른다고 가혹하게 처벌하는 북한과 다른 점입니다.

또한 쿠바는 집단 망명을 허용했고, 망명자들의 송금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피델 카스트로는 혁명 이후 “조국이 싫은 사람은 떠나라”며 여러 번 항구를 개방하여 지난 50년간 쿠바를 등지고 나간 망명자, 탈출자는 1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남한이나 미국으로 온 탈북자가 3만 여명에 달한다고 볼 때 상당히 많은 숫자입니다.

지금도 망명자들은 쿠바로부터 약100마일 떨어진 미국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 고국에 남아 있는 가족 친척들에게 보내주고 있습니다. 이들이 보내는 송금액은 연간 5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쿠바는 이 송금이 쿠바 경제에 유입되도록 허용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탈북을 막고, 탈북자 가족에게 연좌제를 씌워 가혹하게 탄압하는 북한과 또 다른 차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라울 카스트로 등 혁명 1세대의 영향이 완전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새 지도자가 과감한 개혁을 추진할 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쿠바 인민들에게 북한보다 훨씬 나은 미래가 놓여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영환 전 부원장은 “독재의 면에 있어 북한이 100퍼센트라면 쿠바는 약 70퍼센트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이미 쿠바에는 우상숭배가 없고 인터넷 등 정보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개혁의 바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현재 30대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상징물을 더 많이 만들고, 자신은 10대의 나이에 스위스에서 세계 최고 자본주의 문명을 맛보고도 북한 주민들에게는 자본주의 반동사상문화를 배격한다고 가혹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를 계기로 국경을 완전 봉쇄해 주민들의 탈북을 막고, 평양시 1만세대 주택 공사에 내몰아 주민들의 삶은 더욱더 피폐해지고 있다고 대북 관련 활동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은 62년동안 쿠바를 통치했던 카스트로 형제의 퇴장과 쿠바의 미래, 그리고 북한의 미래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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