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지난 5월 30일은 미국에서 메모리얼 데이, 즉 국가를 위해 싸우다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날이었습니다. 이 기념일은 처음 남북 전쟁에서 전사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시작됐다가 나중에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 대전,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 등 미국을 위해, 자유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모든 사람들을 기리는 국가적인 추모일이 됐습니다. .
메모리얼 데이엔 미국의 수도 워싱턴 디씨에는 많은 사람이 방문합니다. 참전 희생 군인들이 잠들어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하기 위해서인데요.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들도 국립묘지와 한국전쟁 추모공원을 찾아 뜻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알링턴 국립 묘지>
미국의 수도 워싱턴 디씨와 알링턴 국립묘지를 연결하는 다리.

국립 묘지는 버지니아 주 알링턴 카운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포토맥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 워싱턴을 방문한 사람들은 차를 세워두고 다리를 건너 국립묘지를 찾기도 합니다. .
이곳에는 1차, 2차 세계 대전과 6.25 전쟁, 베트남 전쟁에서 숨진 전사자들과 순직한 우주 비행사들도 있고, 역대 대통령들도 있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 단체인 자유조선인협회(Free Korean Association [FKA]) 회원들도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았는데요. 안드레이 안 자유조선인협회 대표는 11살난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습니다.
안드레이 대표 :메모리얼 데이는 남북전쟁이 기본이잖아요. 남북전쟁 3년 후에 이 메모리얼 데이를 지정했다고 해요. 이날을 지정한 게 (처음부터)메모리얼 데이로 지정하자고 한 게 아니라, 오늘은 남북전쟁때 희생된 사람들의 묘지에 꽃과 리본으로 장식하자고 광고를 했는데,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와서 1만개가 넘는 묘지에 장식이 다 되었다는 겁니다. 꽃과 리본으로 쭉…그런데 미국민들의 반응이 뜨거우니까, 그 다음부터 계속 이 날을 메모리얼 데이로 정하고 내려오고 있다고 해요.
미국생활 12년째인 안 대표는 그동안 말로만 들어오던 국립 묘지를 아들에게도 보여주어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메모리얼 데이는 1865년 5월 30일, 남북전쟁(1861∼1865)에서 전사한 장병들의 묘에 국기와 꽃을 가져다 놓은 날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가 1차,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전쟁에서 전사한 장병들과 그 밖에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까지 모두 추모하는 날로 바뀌었습니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을 메모리얼 데이로 정하고 연방 공휴일로 공표했습니다. 이때부터 미국 사람들은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을 전사자는 물론 나라를 위해 봉사하다 사망한 모든 사람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살짝 오르막길을 따라 걷다 보니 수 많은 묘석들이 눈앞에 펼쳐 졌습니다. 1864년에 설립된 알링턴 국립묘지는 총면적이 624에이커, 즉 250정보가 되는데, 근 40만개의 묘소가 있습니다.
어떤 묘석은 특별히 큰 것들도 눈에 띄었는데요. 안내원에 따르면 장성급 묘소는 크고, 일반 장병들의 묘석은 작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국립 묘지 상공에서 까마귀가 울어 땅에 묻힌 영혼들의 쓸쓸함을 더해주었습니다.
탈북여성 :우리가 지금 어디 있지요?
탈북민 1:한국전쟁 참전 군인 묘역이 어디에 있나요? 맥아더 장군이 안장된 곳이요.
탈북민 2:와 여기 넓기도 하네요.
국립묘지 안내원은 가리킨 곳은 한국 전쟁 묵상 벤치 (Korean War Contemplative Bench)
이곳에서 한국전쟁에 관한 역사도 읽을 수 있었는데요. 미국은 6.25전쟁에 유엔군 중 제일 먼저 군대를 보냈는데, 전사자54,246명, 부상자 468,659명, 실종자 739명, 포로 4,4391명으로 적혀있습니다.
한국전쟁 묵상 벤치 곁에는 한그루의 잣나무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탈북민 1:잣나무위에 잣이 달렸어요. 노태우 대통령이 와서 한국전 참전 희생자 기념으로 잣나무를 심은 것이지요.
조금 더 올라가니 제1차 세계 대전,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에서 전사했으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용사들의 유골이 안장된 추도 원형 극장(Memorial Amphitheater)이 보입니다.
이곳에선 국립묘지 경비대 근무교대 의식을 볼 수 있습니다.
(무명용사 묘비 경비대 교대식 현장 음)
“Ladies and gentlemen, May I have your attention please.(신사 숙녀 여러분 잠시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장중한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군복을 단정히 입은 위병 교대식에 경비대원이 절도있게 걸어나옵니다. 긴보병총을 흰색 장갑을 낀 손으로 받쳐들고, 경건하면서도 절도있게 걸어나와 군중을 향해 거수 경례를 합니다.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은 군중들도 무거운 시선으로 병사의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북한에도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와 같은 곳이 있는데, 대표적인 묘소는 대성산혁명렬사릉, 신미리 애국렬사릉입니다.
탈북민 2:여기가 북한으로 치면 대성산혁명렬사릉, 애국렬사릉, 조국해방기념관 그게 다이죠.
탈북민 1:그런데 북한에는 메모리얼 데이(추모날)이라고 특별히 없지 않아요.
탈북여성 :없지. 혁명의 1세 2세는 존경하라고 하지만 추모일은 없지요.
북한과 다르다면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에는 장성급 전사자와 장병들은 물론 역대 대통령들도 함께 안장되는 것이라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워싱턴 길거리 오토바이 소음)
메모리얼 데이의 볼거리는 워싱턴 디씨 거리에 펼쳐지는 오토바이 행진입니다. 수도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버지니아주, 뉴저지 주, 웨스트 버지니아 주, 켄터키에서 멀리는 캐나다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온 사람들이 메모리얼 데이 당일날 퍼레이드를 펼치는데요, 썬글라스를 쓰고, 남북전쟁시기 입었던 복장을 하거나 미국 국기로 된 모자와 가죽조끼를 입고 수염을 기른 남성들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한국전쟁 추모 공원>
알링턴 국립묘지에 이어 찾은 한국전쟁 추모공원.
6.25 한국 전쟁에 참전해 사망한 5만4천246명의 미국 병사를 추모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탈북민 여성 :한국전쟁 추모 공원이요.
탈북민 1:아 여기에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숫자가 있네요. Missing USA(행불자) 8,177 , 유엔군 47만 267명, 부상자 10만 3천284명….
삼각형으로 된 녹지 가운데 19명의 완전 무장한 군인들이 전진하는 동상이 역동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1986년 미국 의회가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장병들과 살아서 돌아온 모든 참전용사들을 기리기 위해 거금을 들여 추모 조형물을 세우기로 결정하면서 워싱턴 디씨에는 한국전 추모 공원이 들어섰습니다.
추모공원 우측 벽에는 24만명의 군상이 새겨진 화강석 추모의 벽이 병풍처럼 둘러 세워져 있습니다.
한국전쟁 추모 공원을 찾은 어른들은 함께 온 아이들에게 대리석 판을 만지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기자 :이 장소에 와서 무엇을 느꼈습니까,
안드레이 대표 :이 사진을 보면 정말 6.25 한국 전쟁, 제2차 세계대전 특히 참전 용사들이 얼마나 어려운 전투를 했는지 이 그림을 통해서도 알 수 있고 자유를 위해서 피 흘렸지 않아요. 그 당시 한국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가서 전쟁에 참전하고 희생하고 오늘의 자유 대한민국이 탄생했지 않나요. 이분들의 피흘림이 없었다면 오늘의 한국이 있다고 상상할 수 없지요. 이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 아니겠어요?
한국전쟁 추모공원 가운데 깔린 대리석에는 영문으로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 1950 Korea 1953 (우리 조국은 결코 알지 못하는 나라와 전혀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을 지키라는 부름에 용약 달려나간 우리의 아들과 딸들을 기립니다. 1950-1953 한국전쟁)”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지금까지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미국 모리얼 데이에 알링턴 국립묘지와 한국전쟁 추모공원을 찾은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감사합니다.
기사 작성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