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이밥에 고깃국’ 염원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2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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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이밥에 고깃국’ 염원 원산의 한 고아원에서 어린이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AP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현재 지구상에는 200여개의 국가가 있습니다. 비록 세계적 대유행인 코로나-19로 인해 국가간 자유로운 여행이 제한되어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지 못하지만,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는 국경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비자, 즉 사증이 없어도 다닐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하나의 ‘지구촌’을 이루었다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한 나라 안에서 이루어지던 경제 활동도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기 시작하면서 세계경제화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국경과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자유에 대한 욕구와 열망이 커지게 되면서 국가의 권한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그래서 남한의 인터넷에는 “국가는 있는 게 좋을까요, 없는 게 좋을까요?”라는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국가가 없으면 국민이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에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국가가 자기 책임을 하지 못하면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북한도 조국애를 특별히 강조하면서 특히 수령에 대한 충성심으로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은 얼마나 자기의 의무를 지키면서 인민들에게 충성을 강조하고 있을까요?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국가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한의 두산 백과사전에는 국가는 통치조직을 가지고 일정한 영토에 정주(定住)하는 다수인으로 이루어진 단체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정치 집단이 군대와 경찰 등 통치 조직을 가지고 일정한 영토에 사는 사람들을 다스리며 사는 사회적 집단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으로 국가는 국가를 구성하는 3가지 요소 즉 영토와 국민, 주권에 의하여 정의됩니다. 그 안에 사는 국민은 국가로부터 평화와 안정을 보장받지만 대신 납세의 의무, 국방의 의무 등을 지게 됩니다.

국가의 의무는 국민 보호에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서해 해상에서 표류하던 남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코로나 방역을 구실로 사살하고 소각하는 만행을 저지르자, 남한 국민들 속에서는 이에 대해 한마디 항변을 하지 못하는 남한정부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한 유튜버의 동영상 강의 내용을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백승주(유튜브 방송 녹취):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여 주지 못한다면 국가가 무엇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한은 국민들이 국가에 대고 국민 보호 의무를 다하라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사회입니다. 남한의 인터넷 상에서는 “국가가 나를 보호해 주는 대신 나에게 무엇을 요구할까?” “국가는 국민을 무조건 보호하나?”라는 질문을 놓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진행합니다. 이는 북한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라고 탈북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에서 조국은 어떤 의미일까요?

북한에서는 국가를 조국이라고 부릅니다. 조국이란 원래 “조상 때부터 대대로 살던 나라” 라는 뜻이 있지만, 북한은 1945년 정권이 수립된 이후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는 국가의 개념 위에 한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수령입니다. 북한이 조국과 수령을 일치시킨 것은 1980년대 만든 영화 ‘월미도’입니다. 당시 월미도를 3일동안 지켰다는 리태훈 해안포 중대장이 “조국은 곧 수령”이라는 발언으로 북한에서는 “조국은 곧 수령”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지금도 북한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조국에 충성하라는 교육은 곧 수령에 충성하라는 사상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북한은 수령과 조국을 하나로 묶어 주민들에게 충성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외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는 이에 관한 김정일 김정은 명언이 올라와 있습니다.

2011년에 사망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조국이 얼마나 귀중한가 하는 것을 심장으로 체득한 사람만이 조국을 위하여 청춘도 생명도 서슴없이 바쳐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조국과 인민의 운명은 수령에 의하여 지켜지고 담보된다”라고 말했다고 소개되었습니다.

이 말들은 주민들에게 조국과 수령에 충성할 것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김씨 일가의 교시는 북한에서 헌법보다 더 강한 강제성을 띠고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에서 국가는 자기의 책임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을까요?

북한은 헌법 제8조에서 “국가는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되여 국가와 사회의 주인으로 된 로동자, 농민, 군인, 근로인테리를 비롯한 근로인민의 리익을 옹호하며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인간의 초보적인 권리인 먹는 문제를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는 세계 최빈곤국 대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유엔아동기금(UNICEF), 세계식량계획(WFP),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 등 5개 유엔 주요 기구들이 전 세계 식량안보 상황을 평가한 공동 연례보고서인 ‘2021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 상태 보고서’(The State of Food Security and Nutrition in the World 2021)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북한 인구의 42.4%에 달하는 1천 90만명이 영양 결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중 지난해 5세 미만 북한 어린이의 저체중(wasting) 비율은 2.5%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해 남한 언론들은 북한의 식량 안보는 코로나 시기에 더욱 악화되는 상황이라고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한해 코로나 19(코로나비루스) 여파로 충분한 식량을 섭취하지 못한 전 세계 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국제사회가 나서지 않으면 2030년에는 약 6억 6천 6백만명이 굶주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소말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아이티 등 아프리카 최빈국 3개국과 비슷한 전세계 최악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별도 분기 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절실한 국가로 재지정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2020년 11월∼2021년 10월 사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은 85만톤으로 보고, 올해 8월부터 10월 사이에는 어려운 시기를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청취자 분들은 내년도 식량 안보를 위해 가을부터 식량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탈북민들은 권고하고 있습니다.

복수의 탈북민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인터넷이 없어 공개토론을 벌이지 못하지만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 “국가가 해주는 게 뭐냐?” 하는 불만을 터놓는다고 합니다.

북한과 연락하는 남한의 탈북민은 “북한 당국이 원산갈마반도 해안 관광지 건설, 평양시 종합병원 건설, 평양시 1만세대 주택건설 등 방대한 국가건설을 벌여놓고, 이에 필요한 지원물자를 주민들로부터 너무 걷어 가기 때문에 ‘주는 것은 없이 맨날 내라고만 한다’고 주민들이 불평하는가 하면, ‘도와주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알아서 먹고 살게 가만 놔두었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최근 식량가격이 올라가는 등 북한에서 식량부족 현상이 나타나 주민들은 초인간적인 인내로 버티고 있다고 조충희 굿 파머스 연구소장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조충희 소장: 워낙 옛날에 경제난 때 사람들이 겪고 보았으니까, 허리띠를 계속 조이고 있지요. 둘 쓰던 것을 하나 쓰고 하나 쓰던 것을 반으로 나눠 쓰고 이런 식으로 지금 풀 섞어 먹고 야채 섞어 먹고 이렇게 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 그나마 들여가던 식품과 생필품이 부족해 북한 주민들은 대체품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 대체품 가격도 급상승했다고 탈북자 김동남씨는 말합니다.

김동남: 식량문제는 제가 중국에 알아보았는데, 뭐 쌀값은 딱 지정 해놓지 않았습니까. 쌀 장사꾼들이 가격을 올리게 되면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나라에서 압박을 하는 거 지요. 쌀만은 통제를 강하게 합니다. 대신 사탕가루 등 중국에서 들여가던 것들이 들어가지 못해서 사카린이 그렇게 비싸다고 합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2012년 북한의 지도자로 공식 등극하면서 인민들에게 잘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직접 들어 보시겠습니다.

<김정은 연설 녹취>: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입니다.

‘이밥에 고깃국’은 북한 정권이 인민들에게 한 불변의 약속입니다. 하지만, 76년째 지켜지지 못하는 약속으로 남아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지금까지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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