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엑소더스’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2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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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엑소더스’ 북한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경이 봉쇄되자 귀국길에 직접 수레를 밀며 국경을 건너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사진은 지난 2월 북한에서 귀국하고자 직접 철길수레를 밀고 있는 러시아 외교관들.
/AP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평양 대동강구역에는 북한 주재 외국 공관과 국제기구 사무소가 모여 있는 대사관촌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서방 유럽 국가 외교공관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외교공관들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대사관 촌은 폐쇄된 북한에서 어느 정도 자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어서 주민들은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던 곳이었습니다. 특히 북한 정부는 이곳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전기와 물 등을 보장해주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권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국경 봉쇄가 장기화하자 외교 공관들의 ‘평양 엑소더스’(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하는 탈출)가 이어지고 있다고 해외 언론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청취자분들은 외국인들도 참지 못해 북한을 빠져나가는데, 그 안에서 사는 우리는 뭐냐고 박탈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평양 주재 외국인들은 여행의 자유가 없고, 생필품이 부족하고, 물가가 폭등하는 데 대해 매우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그래도 떠날 자유라도 있지만, 그 안에서 꼼짝 못하고 사는 북한 인민들의 삶은 얼마나 힘들까 상상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평양 주재 외교관들이 전하는 북한 실태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연합뉴스 tv 녹취(7/23일 자): 북한의 코로나19 봉쇄에 대응해 인도네시아와 불가리아가 평양 주재 외교관들을 철수시켰습니다. 인도네시아 관영 안타라 통신은 평양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이 육로로 북한을 출국해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 도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녹음은 남한 연합뉴스 텔레비전이 7월23일 보도한 내용입니다. 북한 주재 인도네시아 외교관들은 열차 편이나 항공편이 아니라, 걸어서 압록강 대교를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북한 주재 불가리아 대사관에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직원도 23일 평양을 떠났다고 전했습니다.

열차를 타지 못하고 걸어서 북한을 벗어난 외교관들은 이들 뿐이 아닙니다. 지난 2월 25일 러시아 외무부는 평양 주재 러시아 외교관 일행 8명이 철길 위를 따라 큰 손수레를 밀면서 국경을 빠져나오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1년 넘게 북한 국경이 봉쇄되면서 여객 운송이 중단됐다”며 “(이 때문에) 대사관 직원들은 길고 힘든 귀국길에 올랐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평양에서 함경북도 나선시까지 오는 데 기차로 32시간, 버스로 2시간을 이동하여, 북한과 러시아를 달리는 열차가 없어 약 1km가량을 철길 수레를 끌고 국경을 넘었습니다.

이들은 러시아 땅에 들어서자 두 팔을 올리며 환호하기도 했는데요. 이 장면이 전세계에 공개되자, 해외 언론은 ‘평양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엑소더스(exodus)란 영어로 대이동 또는 대탈출이라는 뜻으로, 구약 성경에 나오는 고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탈출을 말합니다. 한국어로는 ‘출애굽기’라고도 전해지는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의 지도와 신의 힘에 의지해 이집트를 탈출하는 여정을 그린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때문에 현재 평양을 떠나는 외교관들을 ‘엑소더스’에 비유합니다. 지금까지 대사관 촌에 있던 영국, 스웨덴, 베네수엘라,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스위스, 폴란드, 체코, 프랑스 등 나라들은 북한 내 공관을 폐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현재 유럽 국가 중 루마니아만 평양에 대사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 북한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러시아 외교관들이 국경을 넘어서자 탄성을 지를까요?

북한 주재 외교공관들이 겪는 고통은 생필품 부족과 물가 폭등입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리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 2월 8일 러시아 매체인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국경을 봉쇄한 지 1년이 넘으면서 평양 주재 외교관들이 생필품 부족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국경 봉쇄로 물품, 원재료 등의 수입이 중단돼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았고 사람들을 일자리를 잃었으며 어린이들은 일년 내내 사실상 학교를 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경 봉쇄가 길어지면서 평양에서 밀가루, 설탕 등 기본적인 생필품 조차 사기 어려워졌고, 맞는 옷과 신발도 없는데 가까스로 구해도 가격이 국경봉쇄 이전보다 3~4배가 비싸다고 말했습니다.

한 전직 평양 주재 독일 대사관 관계자는 “대사관 가족들은 보통 외국인 전용상점이나 백화점에서 생필품과 식료품을 구매하지만, 모자라는 물건은 릉라 종합시장에 나가서도 구매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모자라는 물건은 주말에 차를 가지고 중국 단동으로 나가 구매해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뒤, 중국에 나가 물건을 사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가장 흔했던 밀가루와 설탕 같은 식재료도 몇배나 비싸게 줘야 재래시장에서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생활고가 심했다는 것입니다.

다음 북한 주재 외교관들이 겪는 고통은 여행의 자유가 없는 것입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리 러시아 대사는 “북한 당국이 강력한 코로나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어 북한 내 외교관들은 물론 국제기구 직원들이 지난해 1월부터 평양 밖으로 여행하는 것이 금지되었고, 외교관 어린 자녀들은 대사관 밖을 떠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해1월부터 국경봉쇄가 실시된 이래 북한으로 들어온 외국인이 없고, 외교관과 직원들은 대규모로 북한을 떠나 많은 대사관이 활동을 중단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작년 1월 말 국경봉쇄 후 외교관을 포함한 외국인의 입국을 막았고, 작년 말부터는 평양의 외교 사절들에게 일시적으로 본국으로 철수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통 해외에 근무하는 외교관들은3년에 한번씩 교대를 해야 하지만, 북한의 코로나 봉쇄 때문에 2년 가까이 인력 교체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외국인들이 평양을 떠나면 다시는 북한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8월 “북부 국경봉쇄작전에 저해를 주는 행위를 하지 말데 대하여”라는 사회안전성 포고문을 발표하고, 국경일대에 1~2km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그 완충지대에 무단 접근한 인원과 짐승에 대해서는 “무조건 사격한다”고 선포했습니다.

다음 북한 주재 외교관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리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도 “북한 당국은 코로나19가 북한에서 발생할 경우 이를 대처할 충분한 의료기반시설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은 철저한 코로나19 유입 차단이라는 것을 공공연히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오르면서 코로나 환자도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처럼 아직까지 백신접종을 전혀 시키지 못하는 나라들에서는 주민 통제를 엄격히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물가가 폭등하는 등 생활고는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살던 외국인들이 북한에서 혹독한 통제를 받아야 하는 힘든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북한은 ‘공화국의 대외적 위신’을 높여야 한다며 평양에 주재하는 외교관들에게 많은 특혜를 부여해왔습니다. 전기도 우선, 수돗물과, 가스 등도 우선 보장해주었고, 상품 우선 구매권도 보장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외교관들의 탈출러시가 이어지면서 사람 살지 못할 지옥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졌습니다. 북한은 외국인들이 평양을 가리켜 ‘공원속의 도시’, ‘인민의 지상낙원’이라고 찬양한다고 선전해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 평양은 외국인들이 ‘머무르고 싶지 않은 도시’ ‘탈출하고 싶은 도시’로 변했습니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예고없이 찾아온 흑사병과 같습니다. 14세기 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은 7,500만 ~ 2억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근 2년 동안 전세계에서 2천500만 ~ 5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코로나-19 사망자도 지금 시각 기준으로 400만명을 넘기고 있습니다.

북한이 백신을 지원해주겠다는 국제사회의 요청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언제 백신을 접종할 지 기약할 수 없습니다. 북한의 무대응은 코로나가 자연적으로 사라질 때까지 초인간적인 힘으로 버티겠다는 고집 밖에 되지 않습니다.

북한이 외국인들의 ‘평양탈출’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버리기 위해서도, 그리고 주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도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 협조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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