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간부 떨게 만드는 ‘조직문제’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2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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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간부 떨게 만드는 ‘조직문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10월 초부터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할 의사를 표명하고, 미국의 새 행정부에 대해서는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이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외부 사회에는 종신보험이라는 보험상품이 있습니다.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생명보험이 제공하는 저축과 보장의 기능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독보적인 금융상품이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북한에는 이런 종신보험 상품은 없지만, 간부가 되면 각종 특혜를 누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일단 간부가 되면 국가에서 정기적으로 물자도 공급받고, 은퇴 후에는 달콤한 ‘연로보장’ 약속도 있었습니다.

부모가 간부가 되면 자녀들도 당과 국가, 외화벌이 등 주요 자리에 적당히 배치되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항일빨치산 가문이나 6.25 전쟁공로자와 그의 자녀들은 ‘금수저’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말을 들을 만큼 특혜를 누려왔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간부가 되면, 미래가 보장되는 ‘종신보험’에 들었다고 말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 간부들이 수난사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고모부 장성택 숙청을 계기로 일상화된 북한 간부 숙청은 하루가 멀다 하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올해 들어서만 여러차례 큰 회의가 열렸는데, 그때마다 조직 문제가 토의되었습니다. 조직 문제는 간부 사업을 의미하는데, 회의 참가자들은 회의 기본 주제보다는 이 조직문제에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누가 살아남고 누가 사라지는가 하는 운명이 판가름 되기 때문입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5차 회의에서 다뤄진 조직문제를 들여다 보겠습니다.

노동신문은 9월 29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회의에서 여섯 가지 의정을 토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잠시 조선중앙텔레비전 보도를 들어보시겠습니다.

[조선중앙tv 녹취]: 회의는 여섯째 의정으로 조직문제를 토의 했습니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위원들을 소환 보선했습니다.

북한 간부들에게는 이 조직문제가 더 신경이 쓰였을 것이라는 게 대북 관찰자들의 평가입니다.

왜냐면 어차피 최고인민회의에서 통과되는 법안이나 결정들은 모두 김정은 총비서를 위시한 몇몇 지도부가 다 결정해놓고, 대의원들에게 통보하고 거수기를 동원하는 식이기 때문에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다만 조직문제를 다룰 때는 긴장되는데, 왜냐면 여기서 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우는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회의에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위임에 따라” 박봉주 전 국무위원장을 소환하고, 김덕훈 총리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보선했다고 알렸습니다. 이어 조용원, 박정천, 오수용, 리영길, 장정남, 김성남, 김여정 대의원을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보선했다고 선포했습니다.

기존에 국무위원이었던 김재룡, 리만건, 김형준, 리병철, 김수길, 김정관, 김정호, 최선희 대의원은 소환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에서 소환은 숙청은 아니지만 동급 이동을 의미합니다. 이번 조직문제 결과 2년 전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회의에서 국무위원으로 선출되었던 리만건, 리용호, 노광철, 최선회 외무성 제1부상 등은 사라졌습니다. 다만 최선희 외무성 1 부상은 이번 최고인민회의 주석단에 착석 했던 것으로 봐서 숙청은 면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4월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는 최룡해를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으로, 박봉주를 부위원장, 김재룡, 리만건, 리수용, 김영철, 태종수, 리용호, 김수길, 노광철, 정경택, 최부일, 최선희를 국무위원으로 하여 출발했습니다.

최고인민회의가 끝난 뒤 김정은 총비서는 노동당사 집무실로 이들을 불러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가죽 소파 가운데 앉고 양 옆으로 3명씩 앉고, 그 뒤에 7명이 서서 김정은 정권의 가장 핵심인물들로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최룡해와 김영철 정경택 등을 제외하고 모두 사라진 것입니다.

이번에 국무위원에 이름을 올린 김성남 당 국제부장은 향후 중국과의 관계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대남관계에 열성을 낼 것으로 한국언론은 평가했습니다.

이번 조직문제에서도 단연 살아남은 인물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었습니다. 그는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 때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 줄곧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최룡해는 항일빨치산 최현의 아들로, 북한판 ‘금수저’로 불립니다. 최룡해는 1997년 청년동맹 비리 사건으로 좌천되었다가 복귀한 이후 김정은 시대에는 북한군 총정치국장,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을 역임하다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았습니다.

한 고위 탈북인사는 “최룡해는 빨치산 2세로서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김정은 체제에서 특별한 과오가 없는 한 호의호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항일빨치산 정통성을 강조하는 북한 김정은이 최룡해를 상징적인 인물로 앞에 계속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번 조직문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리병철의 국무위원직 박탈이었습니다. 핵무기 개발에 특출한 공을 세워 승승장구하던 리병철은 지난 6월 29일 진행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질책을 받은 뒤 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원수 직에서 물러났습니다.

당시 확대회의에서 김정은은 “국가중대사를 맡은 책임간부들이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사건을 발생시켰다”고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비판 토론에 참가한 조용원 비서, 김재룡 부장, 김여정, 현송월 당 부부장들은 “조국과 인민의 안전, 사활이 걸린 국가비상방역체계의 지속적 강화와 경제사업, 인민생활 안정에 엄중한 저해”를 주었다고 질타했습니다.

대북 전문가들은 리병철 등이 코로나19 비상방역지침을 어기고 일을 벌여 김정은의 화를 불렀다고 분석했습니다.

당시 최상건 노동당 비서 겸 정치국 위원은 회의 도중에 자리에서 사라졌습니다. 북한 텔레비전 화면이 최상건 교육상이 빠지는 모습을 비추지 않은 것으로 보아 대북 관찰자들은 그가 끌려나간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북한에서 모든 것이 정상으로 되지 않는 것을 간부들의 책임으로 전가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탈북인은 “김정은이 최근 욕을 입에 달고 산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면서 “김정은이 툭하면 화를 내기 때문에 김여정이 간부들로부터 미리 보고를 받고 김정은의 비위에 거슬리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한 “김정은은 자신의 지시가 어떻게 아래 단위에 포치(배포)되는 지 분 단위로 체크하고 있으며, 만일 지시 내용이 지연되거나 왜곡되면 그 책임을 물어 간부들을 숙청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화를 부르는 날에는 숙청되기 때문에 북한 간부 사회에서도 우려와 불안 등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때문에 북한의 60~70대의 간부들이30대의 통치자에게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조용원 노동당 조직비서 겸 상무위원은 김정은에게 무릎을 끓고 보고하는 모습이 중앙텔레비전에 여러차례 포착되기도 했고, 황병서 전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입을 가린 채 의자에 앉은 김정은 보다 몸을 더 숙여 보고하는 모습이 공개되었습니다.

김정은은 이러한 모습을 대외에 공개함으로써, 자신이 북한 권력을 확실히 장악했다고 과시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주민들에 따르면 북한 간부들 속에서는 “태양 가까이에 가면 타 죽고 멀어지면 얼어 죽는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고 합니다. 김정은 가까이로 다가가면 갈수록 숙청될 확률이 커서 나온 말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북한에서는 간부들이 ‘수령과 거리 두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은 사망한 강석주 노동당 국제비서도 외무성에서는 제노라하는 실권자였지만, 노동당 국제비서로 발령받은 다음에는 노동당 중앙청사로 들어가기를 꺼렸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만큼 중앙당에 들어가면 일거수일투족이 보고되고, 규율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간부들은 주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1997년 남한으로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김정일 밑에서 비서를 하면서도 늘 ‘고압선’ 밑에 서있는 것만 같은 불안감을 갖고 살았다”고 회고한 바 있습니다.

북한에서 간부는 특혜를 누리는 자리 같지만, 사실은 가장 위험한 자리여서 평생을 보장해주는 ‘종신보험’은 더 이상 아닌 것 같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 지금까지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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