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장진호 전투’와 중국인 불법 미국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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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지난 3주전 세계적인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 중국 영화 “장진호 전투(The Battle at Lake Changjin)”가 올라왔습니다. 반미선전 색채가 짙은2시간 55분짜리 중국 영화가 미국 동영상 플랫폼에서 아무런 제약이 없이 버젓이 상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본 시청자들은 중국 전쟁영화의 수준에 흥미를 표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장진호 전투가 역사적인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중공과 소련의 지원 하에 북한의 침공으로 시작된 끔찍한 반인도주의 전쟁인 6.25전쟁이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는 댓글도 달렸습니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제작된 영화가 반미교양 소재로 적극 활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중국인들이 대폭 늘어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 시간에는 중국 영화 ‘장진호 전투’을 바라보는 미국 시청자들의 시각과 중국인들의 밀입국 실태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중국 영화 ‘장진호 전투’ 일부 녹취]

중국 영화 ‘장진호 전투’는 6·25 전쟁 당시 미 해병1사단과 미 육군7사단이 한반도 전쟁에 개입한 중국인민지원군 제9병단과 벌인 혈전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모택동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은 자신들이 한반도 전쟁에 직접 개입했다는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정규군을 중국인민지원군, 즉 민병으로 둔갑시켜 1950년 10월 25일 비밀리에 파병을 결정했습니다.

장기간에 거친 국민당과의 내전을 치르고 집에 돌아온 영화의 주인공이 다시 조국의 부름을 받고 ‘항미원조전쟁’에 떠나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된 영화는 시종일관 중국군의 무훈(武勳)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열악한 복장과 기술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중공군은 미군과의 전투에서 언제나 승리하지만, 대신 미군은 비행기와 탱크, 장갑차로 무장하고도 겁이 많고, 당하기만 하는 패전군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중국인민지원군 양근사(Yanggensi)는 장진호 전투에 참가했던 실제 인물입니다. 그는 1950년 11월 29일 장진호 전투에서 미군의 공격을 격퇴하다, 결국 자신만 남게 되자 과감하게 폭탄을 들고 적진으로 뛰어들어 자폭한 ‘영웅’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영하 30도가 넘는 혹한에서도 적들에게 노출되지 않기 위해 매복해 있다가 모두 화석처럼 얼어 굳어버린 중공군을 향해 미군의 고위 장성이 경례를 붙이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남한의 월간조선에 따르면 이 영화는2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가 들었고, 영화를 위해 동원된 최대인원도 1만명이 넘습니다. 영화 ‘장진호 전투’는 2021년 개봉된 지 엿새 만에 한국 인구와 맞먹는 5000만명이 관람했고, 개봉 한달만에는 영화 제작비의 3배가 넘는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매체는 영화 장진호 전투를 적극 선전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영화 〈장진호〉는 중국군의 치열한 애국정신, 당과 인민에 대한 더없는 충성을 그려냈고, 위대한 항미원조 정신을 생동감 있게 보여줬다”고 치켜세웠습니다. 중국 공산당의 대외 기관지로 알려진 환구시보도 “영화 〈장진호〉는 중·미 경쟁 속에서 중국인의 애국심을 고조시켰다”고 자랑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간부도 “영화 〈장진호〉는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당에 바치는 선물이며, 당 중앙선전부의 지도 아래 시나리오를 다듬는 데 5년이 걸렸다”고 말해 중국 공산당이 적극적으로 지원했음을 실토했습니다.

그러면 왜 중국은 이처럼 대규모 반미영화를 제작했을까요?

중국 정부가 영화 ‘장진호 전투’를 국가적 차원에서 제작하여 널리 상영시킨 것은 미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던 시기와 때를 같이 합니다. 앞서 영화 제작자들과 중국 공산당 간부들이 말한 것처럼 중국당국은 반미교양 소재로 적극 활용했던 것입니다.

북한 외무성도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중국에서는 1950년대에 중국인민지원군이 우리 군대와 인민과 함께 미제 침략군을 타승한 항미원조 주제의 영화들이 많이 창작되고 있다”며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중국의 굴함 없는 정신은 항미원조 전쟁 시기 장진호반 전투에서 발휘한 정신과 같은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영화는 북한에서도 큰 파문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집니다. 북한군 민경부대에서 근무하다 탈북해 남한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에도 장진호 전투가 상영되어 북한 주민들 속에서 큰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안박사는 “중공군이 자랑하는 장진호 전투 하나만 놓고 6.25 한국전쟁사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합니다.

안찬일 박사 : 6.25 전쟁은 북한 정권이 일으킨 남침 전쟁입니다. 김일성의 남침 전쟁 도발이 없었다면 애당초 장진호에서 중국군과 미군이 전투를 벌일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만약 중국 인민지원군이 북한에 진주하지 않았다면 그때 대한민국은 북한 지역도 자유민주 국가로 통일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은 이 점에 대해 분명한 역사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오늘 헐벗고 굶주리는 북한, 핵무기 개발에 전념하며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 결국 이 참담한 결과를 창출하고자 중국 인민지원군이 장진호에서 피 흘리며 싸웠단 말인가요?

이 영화를 본 유튜브 시청자는 “영화에서 나오는 장진호 전투가 내가 아는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며 정확성이 왜곡되었다고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당시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던 미군 군인들의 증언들과 미군 역사자료에 따르면 중국군이 장비도 매우 열악하고 수적 우세를 믿고 달려들다 인명피해도 적지 않았지만, 영화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중국에서 한국전쟁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영화를 보면서 혼란스러웠다”며 “전투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국전쟁에 어떻게 되어 중국군이 개입되었는지 청중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계속하여 “중국의 개입으로 북한의 은둔의 왕국이 얼마나 부실하게 운영되는지,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를 중국이 보고, 다시는 북한을 대신해 개입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동영상 웹사이트가 반미 소재의 중국 영화 ‘장진호 전투’를 막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최근 미국 서남부 국경에서는 불법 입국하는 중국인들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 뉴스 전문 텔레비전 방송CNN 보도를 들어보겠습니다.

(CNN 보도 일부 녹취)

건장한 남성들이 손을 뒤로 한 채 한 줄로 길게 늘어져있습니다. 미국 서남부 캘리포니아 국경을 넘다 미국 국경당국에 단속된 중국인들입니다. 미국 CNN은 미국 정부의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1월부터11월까지 중국인 3만1000명 이상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체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지난 10년간 불법입국하려던 중국인에 비해 20배 가량 늘어난 것입니다.

한 20대 후반의 중국인 밀입국자는 미국으로 오기 위해 중국을 떠나 울창한 정글을 지나 강을 건너 태국으로 도착했고, 이어 모로코와 ,스페인을 거쳐 멕시코 국경에 도착했다고 CNN은 보도했습니다. 미국으로 몰래 입국하기 위해 지구를 한바퀴 돈 셈입니다.

현재 아메리카 대륙의 중남미 에콰도르는 중국인 불법이민자들의 탈출관문으로 됐습니다. 불법입국자들은 미국으로 향하는 이유에 대해 청년 실업과 엄격한 공산당의 통제 등을 꼽았습니다. CNN에 따르면 3년 동안 코로나 봉쇄로 중국인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점점 더 엄격하게 통제하는 공산당에 환멸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속에서는 불법 입국하는 중국인들을 동정하는 대신 의심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대부분 미국 시민들은 팍팍한 생활 난 때문에 미국으로 몰래 입국한다는 데 대해서는 십분 이해를 할 수 있지만, 갑자기 몰려드는 이민자 행렬에 대해서는 경계하기도 합니다.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중국 홍콩 출신 중국인은 “중국 내부에서는 홍콩과 대만을 장악하려는 중국 시진핑 정부의 권력야망에 대해 중국인들이 불신하고 있다”면서 그 실례로 홍콩시민들의 시위와 코로나 기간 봉쇄령을 반대한 중국 베이징 시민들의 백지시위 등을 들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중국의 반미 영화 ‘장진호 전투’가 미국 동영상 사이트에서 공개되고 있다는 소식과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중국인들의 실태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