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의 소리: 남북간의 언어 이질화 문제

주간 기획 '탈북자의 소리' 오늘은 남북간의 언어 이질화 문제에 대한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남북이 분단 된 지 반세기가 넘어가면서 남북 간의 언어의 차이가 매우 심각해 졌습니다. 최근 남한 국립국어원의 조사에 따르면, 북한에서 남한으로 이주해 온 탈북자들이 남한 언어에 적응하는데 3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탈북자가 남북한의 언어차이를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부분은 외래어로, 탈북자들 대부분이 남한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외래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탈북자 최청하씨는 북한말에 비해서 남한말에는 유난히 외래어와 한자가 많다면서 이 점이 남북간의 언어에 있어서 가장 다른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청하: 저는 한국에 온지 7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모르는 말이 많아서 대충 짐작하면서 지냅니다. 보통 외래어 때문에 그렇습니다. 북한 의사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 의사들이 써 놓은 처방전을 읽지를 못합니다. 언어가 많이 틀려서 처음에는 신문 읽기도 많이 힘들죠. 그리고 대화 과정에서도 문제가 제기되는데 그래도 대화 하면서 서로 무슨 말인가 물어보면서 통하고 있습니다.

또 올해 남한에 입국한 지 4년째 된다는 탈북자 김춘애씨 역시 외래어를 몰라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사지 못한다면서 생활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김춘애: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적에 문화와 언어의 차이, 특히 남한은 외래어가 많이 섞여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처음에 시장에 갔는데 '일없다'라고 했더니 상대방이 '무슨 일이 있어요?'하고 저한테 되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화장품 사러 갔는데 남한에서는 로션 이렇게 부르는데 북한에서는 '살결물' '물크림', '분크림'이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화장품 사러가서 '분크림' 있어요? 했더니 웃던 기억도 있고 아직도 저는 화장품을 잘 가리지 못해서 아직도 화장품을 잘 사지를 못해요. 그래도 젊은 애들은 빨리 배우는데 저희처럼 40-50 된 사람들은 떠요 (느려요).

탈북자 김춘애씨는 특히 북한말을 쓰고 말을 잘 못 알아듣는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홀대받을 때가 있다면서, 그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북한 말투를 고치고 싶어 하는 탈북자들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춘애: 무시하는 사람 많아요. 하루는 길가다가 커텐 가게를 들어 갔는데 참 이쁜 커텐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거 얼마예요 물었더니, 우리 말투가 다르니까 가게 주인이 자기네 가게는 비싸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사지 않는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북한 사람이라도 제 마음에 들면 비싸도 산다고 좋지 않은 말이 오고 갔는데 이럴 때 마다 기분 상할 때가 많아요.

또 5년 전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 김준호씨도 말 때문에 오해를 받을 적이 있다고 합니다. 김씨는 남한과 북한은 같은 말이라도 그 의미가 조금씩 다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준호: 대학교 올라와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예쁜 여학우한테 새침떼기라고 말했거든요. 나는 기분이 좋아서 말했는데 며칠 지나고 그 아이가 나를 대하는 것이 다른 거예요. 그래서 내가 실수한 것이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를 새침떼기라고 불러서 기분이 안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당황스러웠습니다. 제가 북한에서는 예쁘고 날씬하고 애교를 부리고 하는 여자들에게 쓰는 좋은 용어라고 했더니 오해가 풀렸어요. 남한에서는 자기만 알고 자기 것만 챙기는 이기주의 사상 여시처럼 행동한다는 뜻이더라고요.

탈북자 김은정씨는 남북한의 언어 이질화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민족의 언어인 만큼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김은정: 언어 문제가 어려운데요, 한반도가 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제가 느끼는 것은 외국 같습니다. 언어 때문에 남한에서 우리가 살아가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남한에서 힘든 것 못 이겨내면 다른 나라에서도 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탈북자 동지회의 이혜영 대표는 언어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문제라면서, 언어 적응은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겪는 어려움 가운데 지극히 작은 부분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혜영: 지방 마다 지역 마다 지역 말을 쓰듯이 북한 사람들이 북한 말을 쓰는데 이 문제는 교정하면 되고 이 문제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 안합니다. 전라도 사람은 서울에 와서도 전라도 말 쓰고 충청도 사람은 충청도 말 쓰고 그러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아닙니까? 처음에 오면 억양이 다르고 영어를 많이 써서 어리벙벙한데 한 1년 정도 지나면 대화가 다 가능하고 모든 말을 다 알아듣고 그래요. 언어는 먹고사는 문제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습니다.

워싱턴-이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