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의 소리: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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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주 동안 화제거리가 됐던 주제에 대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솔직한 의견을 들어보는 ‘탈북자의 소리’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에 관해서 탈북자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북한은 올해도 노동신문과 조선인민군 등의 매체를 통해서 '승리의 신심 드높이 선군조선의 일대 전성기를 열어 나가자'라는 제목의 공동사설을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매년 언론사의 신년 사설을 통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한해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아가야 할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2007년도 신년 공동사설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예년과 크게 다른 게 없었습니다. 예년과 같이 선군정치를 지속하면서 사상통제를 강화하고, 농업 등 여러 분야에서 자력갱생으로 경제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만 특기할 만한 사항이 있다면 지난 해 핵실험을 통해 핵 억지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명시했고, 또 한 가지는 남한 야당 한나라당을 노골적으로 비난한 것이었습니다.

이 같은 올해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에 대해서 탈북자들은 한마디로 '관심없다' ' 의미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먼저 탈북자 지원단체 숭의동지회의 최청하 사무국장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최청하: 외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기 힘으로 주체적으로 하겠다는 것이 자력갱생인데, 자력갱생이라는 말은 70년대부터 오랫동안 북한이 강조하는 구호입니다. 이런 신년사 나오면 모여서 학습도 하고 있는데 그저 말뿐인 뜬 구호라는 것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1월달이 대충 지나가면 잊혀져가는 것이 신년사입니다. 그것을 시행할 수 있다는 힘이 없으니까 제대로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일반 주민들에겐 의미가 없습니다.

또 북한에서 경제 부문의 고위 관리로 일했던 탈북자 김태산씨 역시 북한의 신년사는 이제 주민들에게 공허한 메아리일 뿐, 주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은 지 오래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태산: 내가 이번에 북한에서 내놓은 공동사설을 보지 않은 것처럼 북한 사람들 중에 아첨쟁이들은 공동사설을 통달도 하고 토론도 합니다. 그러나 내용이 어찌됐건 통달과 토론에 대해서 끝나는 것이지, 그 집행에 대해서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력갱생이라는 것이 될 수도 없는 것이고, 강성대국이라는 것이 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오직 고난의 행군 때부터, 아니 그 전 김일성 때부터 계속 빈 구호만 외치고 있는 조선 노동당의 행적이 있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그저 하라면 하지요. 통달하라면 하지요. 그것으로 끝나지, 거기에 대해서 어떤 의미도 가지지 않습니다. 북한 사람들에게는 신년사건 공동사설이건 60년 동안 똑같은 되풀이기 때문에 이제는 의미를 가지지 않습니다.

김태산씨는 특히 김일성 사망 이전에는 그래도 김일성이 직접 신년사를 읽어 주민들에게 한가닥 희망이라도 줬었다고 회상하면서, 김정일은 주민들에게 새해 첫날 신년사조차 읽어 주지 못할 정도로 책임감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태산: 김일성 생전에는 김일성이가 신년사를 발표했습니다. 한마디로 책임질 발언을 한 것이지요. 대통령이 말한다는 것은 책임질 발언을 한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신년사는 1년 동안의 국책이며 꼭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발언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김일성이 죽은 후에 공동사설이라는 것이 나왔는데, 사실 김정일은 공동사설을 통해 자신이 하고픈 말을 하면서도 책임을 져야 하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미루는 것입니다. 왜냐면 김정일은 자기가 어떤 말을 해도 실현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은 왜 실현되기도 힘든 이런 신년 계획과 구호들을 매년 발표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탈북자 김용호씨는 북한의 신년사는 구체적인 목표나 계획을 내놓기 보다는, 주민들을 단속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용호: 주민들은 살기 어려우니까 그런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이 없지만 북한 자체가 조직에 매인 몸이기 때문에 해당 기관에서 새해 신년사의 내용을 가지고 투쟁을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한 해 동안 어떻게 당과 수령을 위해 일할 것인지, 그런 부분을 가지고 한 해의 정치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오는 정부에 대한 불신감, 이런 것을 해소시키느라고 신년사를 통해 김정일이 국민들의 경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정치적인 선전에 불과한 것입니다.

탈북자 김용호씨는 이어 북한 주민들도 이제는 개혁, 개방을 해야 잘 살 수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올 한 해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은 북한 주민들이 못 살게 된 원인이 북한 지도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는 비판을 회피하려는 데 그 목적이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용호: 우리 속담에 갈수록 험한 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이라는 것이 어느 시점에 오면 고난이 끝나고 경제가 좋아져야 하는데 계속 미국의 경제제재 때문에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할 수 없이 자력갱생이라는 구호를 가지고 살 수 밖에 없다’하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자기 정부의 실책을 회피하고 여러 가지 경제적인 어려움을 외부 세계에 돌리려고 하는, 말하자면 선전이나 같죠.

한편, 북한의 이번 신년 공동사설은 남한 야당 한나라당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는데요, 탈북자 김태산씨는 이에 대해 남한의 대통령선거를 겨냥해 남한 주민들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태산: 물론 김일성 때도 남한 얘기 꼭 넣었습니다. 북한 정치사업의 절반이 남한에 관련된 것이니까요. 그런데 김정일 때 들어와서는 남한 사업을 국가적 개입으로 이루려고 하는데, 이번에 한나라당 얘기를 한 것은 올해 대선을 놓고 한나라당에게 위협도 주고 남조선 사람들이 전쟁에 대해서는 겁먹는 비겁한 사람들로 북한에서는 인식되어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됐다가는 우리 다 죽겠구나.’ 그러니까 ‘한나라당 찍지 말고 다른 당을 찍자,’ 이렇게 남한 사람들을 겨냥한 공작입니다. 100% 남한을 겨냥한 말입니다.

김태산씨는 또 북한이 매년 발표하는 신년사가 북한 주민들에게 한 해 동안의 주요 정책계획을 보여주기 보다는 남한이나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선전물로 전락해 버렸다고 덧붙였습니다.

워싱턴-이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