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기획 '탈북자의 소리' 오늘은 중국으로 탈북한 국군포로 가족 9명이 지난해 10월 강제 북송된 사건에 대한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특히 이들은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주 선양 남한 총영사관측이 주선한 민박집에 머물던 중 중국 공안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준 사건이었습니다. 최근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남한 정부가 국군포로 가족들에 대한 보호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니냐는 질책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이에 대해 남한 외교통상부는 국군포로 가족들은 엄밀히 말해 중국에 불법 입국한 북한인이기 때문에 당시 이들을 남한 공관으로 데려올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따라서 국군포로 가족들을 일단 민박집에 투숙시켜 놓고 남한으로 데려오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마침 탈북자 수색을 대대적으로 벌이던 중국공안에 의해 이들이 체포됐고 손쓸 겨를도 없이 일사천리로 이들은 북한으로 넘겨졌다는 얘깁니다.
이번 소식을 듣고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역시 남한에 이미 정착해 있는 국군포로와 국군포로 가족들이었습니다. 남한에는 현재 약 60여 명의 국군포로와 200여 명의 국군포로 가족들이 북한을 탈출한 후 입국해 살고 있는데요, 이들은 대부분 북한에 남겨두고 온 가족들이 있고, 또 언젠가는 그 가족들을 남한으로 데려오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3년 반세기만에 남한에 귀환한 국군포로 김규환(가명)씨는 과거에도 국군포로 본인이나 그 가족들이 강제 북송되는 일들이 있었다면서 이런 일이 반복해서 일어난다는 것은 남한정부의 국군포로 보호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규환: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에 공백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영사관까지 찾아간 사람이 왜 붙들려 갑니까? 나도 지금 북한에 가족을 두고 왔기 때문에 항상 마음이 무겁고 계속 걱정이 됩니다. 그러니까 여기 와서 편안하게 산다고 말을 해도 늘 불편한 마음입니다. 중국 사람이라는 것이 한국하고 북한하고 가운데 놓고 저울질하는데, 한국하고는 경제교류를 위해서, 북한하고는 같은 공산권이니까 양쪽에 반발을 안 일으키고 조절하자는 것이 중국의 입장인 것 같습니다.
특히 김규환씨는 앞으로 북한에 있는 자식들을 남한으로 데려오고 싶지만 남한 정부의 도움 없이 개인적으로 데려오는 일은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얘기했습니다.
김규환: 아직 북한에 아들 하나하고 딸 둘이 있거든요. 실제로 데리고 오고 싶어도 정부에서는 못 해주니까 나 혼자 힘으로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현실적으로 돈을 많이 들여서 데리고 올 형편은 못 되잖아요.
국군포로 가족모임의 이연순 대표 역시 정부를 믿고 국군포로 가족들의 남한 행을 맡겼던 것이 실수였다면서, 앞으로는 국군포로 가족들을 데려오는 일을 철저히 개인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연순: 이번 사태는 정부가 무책임한 것이 첫째고, 둘째는 우리 가족들이 정부만 믿었던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차라리 우리가 브로커 통해서, 제 3국을 통해서 태국이나 몽골 쪽으로 오는 것이 더 낫죠. 정부를 믿고 의탁을 했는데. 정부를 믿으면 잡혀 나가는 것이 지금 상황입니다. 정부를 어떻게 믿겠습니까? 정말 중요한 영웅, 국군포로들도 잡히는 판에 탈북자라든가 국군포로 가족들은 파리 목숨보다 못하게 여기는 정부를 어떻게 믿겠습니까?
또 사망한 국군포로의 딸인 탈북자 이은경(가명)씨 역시 남한 정부가 국군포로와 그 가족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서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은경: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죠. 민박집에 방치해 놓고 이들이 붙잡혀서 북한에 까지 북송된 사연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니. 너무 심하고 도저히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일어나서 안타깝고 분노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군포로 문제는 정부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정부에서 이런 일을 터뜨렸으니까 할 말이 없네요.
현재 국군포로와 그 가족들은 고향이 남한인데다가 한국전쟁에서 인민군들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반동이라는 이유로 북한에서 최하급 계층으로 분류되어 평생을 감시 속에 살고 있는 형편입니다. 국군포로 김규환씨는 따라서 이들이 탈북했다가 다시 북송될 경우 일반 탈북자들과는 달리 큰 처벌을 받게 된다며 우려했습니다.
김규환: 국군포로는 북한에서 43호라는 호수를 가지고 생활하는데 어디를 가든지 43호라고 하면 국군포로라고 다 압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보이지 않는 감시망입니다. 국군포로 가족들이 강제 북송되면 생명은 붙어 있다고 해도 죽은 목숨보다 못합니다.
특히 탈북자 이은경씨는 강제 북송된 국군포로 가족 9명이 다시 탈북하는 일은 불가능하며 이들은 평생을 정치범수용소에서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은경: 이것은 단순 탈북이 아니고, 한국하고 연계된 것이고, 또 국군포로 가족이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나라에 대한 배신으로 간주되어 북한의 보위부에서 엄격하게 단속을 해서 좀 더 처벌 수위가 높아진 것 같습니다. 100% 이제 다시 탈출할 상황이 아닌 것 같고 생존도 보장할 수 없게 된 것이죠.
이번에 얘기를 들어본 남한에 귀환한 국군포로와 그 가족들은 무엇보다도 이번 일로 아직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과 친척들의 고통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이연순씨의 경우에는 안 그래도 자신이 탈북한 이후 북한에 있던 어머니가 조사를 받던 중 사망하는 등 집안이 풍지박살 났다면서, 이번 일로 인해 북한 당국이 앞으로 국군포로 가족들을 더 철저히 단속하고 감시할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워싱턴-이수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