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의 소리: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 청소년들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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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관련해 화제 거리가 됐던 주제에 대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솔직한 의견을 들어보는 ‘탈북자의 소리’ 시간입니다. 오늘은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 청소년들의 문제에 관해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최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혜란 교수가 제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를 따라 혹은 혼자서 남한에 입국한 탈북 아동과 청소년들의 상당수가 남한 생활에 동화되고 남한 사람처럼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에 조사 대상이 된 탈북 아동과 청소년 65명 가운데 3분의 1이 남한에 살고 있지만 항상 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으며, 북한에서 살던 때를 그리워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리고 이중 80%는 현재 남한 생활에서 걱정거리가 있다고 대답했으며, 이들의 가장 큰 걱정은 학업문제였으며, 그 다음으로 북한에 있는 가족걱정, 부모님의 건강, 그리고 진로 문제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한편, 커서 남한 사람처럼 되고 싶다 라고 응답한 탈북 아동 청소년은 전체의 10%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지난 2000년 당시 15살의 나이로 부모와 함께 국경을 넘어 중국을 거쳐 남한에 입국해 현재는 남한에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문혜철(가명)군은 당연한 조사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혜철군은 탈북 아동과 청소년들은 대부분 자신의 의지가 아닌 부모나 타인의 의지로 고향을 떠났기 때문에 고향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혜철: 저는 북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태어난 곳이 북한이고 거기서 십여 년을 살다왔고 거기가 내 고향인데 아무리 고향을 등지고 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떠난 것이고, 여기서 주민등록증 받고 산다고 해도 저의 정체성은 북한 사람이죠. 한국 사람이 한국을 떠나서 산다고 해서 한국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는 고향을 언제 가볼지 모르고 고향에는 친척과 가족이 다 있는데 누가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겠어요? 고향 생각도 하고 밤에는 눈물도 많이 흘리고 그러죠. 특히 동거 동락하던 친구들이 많이 보고 싶죠.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온 친구들이니까 서로가 잘 알잖아요. 절대 못 잊죠.

또 14살에 북한을 떠나 제 3국을 떠돌다 2004 남한에 정착한 홍수철(가명)군 역시 탈북자들은 북한의 정치가 싫어서 떠난 것이지 북한의 사람들이 싫어서 남한에 온 것은 아니라면서, 지금도 북한에 있는 친척들과 어린 시절 함께 지내던 고향 친구들이 보고 싶을 때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홍수철: 저는 제가 북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 물건 사러 가면 '말씨가 좀 다르네요. 어디서 왔어요?' 하고 물으면 북한에서 왔다고 해요. 50년대에 북한을 떠난 실향민들도 아직까지 이북사람이라고 그러잖아요. 저는 특별히 남한에 동화되기 위해 노력한 적도 없고 바란 적도 없어요. 그런 생각은 안 해본 것 같아요. 남한 사람처럼 살고 싶고 남한사람으로 행세하고 싶은 사람들은 자신감이 없다고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 땅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렇지 못한 친구들은 그 땅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것을 저주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죠.

또 먼저 탈북 해 남한에 정착한 어머니의 도움으로 지난 2005년 남한에 입국한 올해 16살의 김태성(가명)군은 북한과는 너무 다른 남한 친구들과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에 더더욱 고향이 그립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태성: 친구들도 없고 하니까 밖에 나가려고 해도 못나가요. 한국 친구들도 있지만 많이 틀려요. 생각이 다르니까. 한국 애들은 경제적으로 많이 발전했으니까 틀리고,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노력해야 하니까 다르고, 북한에서는 못살아도 잘살아도 다 똑같이 먹잖아요. 북한에 있을 때는 한국 애들이 많이 신기했었는데 지금은 기대도 되고 두렵기도 해요.

한편, 올해 20살로 남한에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윤지숙(가명)양은 한때 북한에서 온 것을 감추고 남한사람인 것처럼 행동했던 때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지숙양은 하지만 그렇게 행동했던 것은 남한 사람처럼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북한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지숙: 저도 처음에는 북한에서 온 것을 얘기 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아직도 한국은 북한이라고 하면 안 좋은 인식이 많아요.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일단 안 좋은 시선으로 봐요. 하지만 내 의지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감추고 싶다고 감춰지는 것도 아니였습니다. 내 말씨도 북한 말이 남아있고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감추고 했는데 나중에는 내가 간첩도 아닌데 왜 감춰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고 부담스럽고 힘들었습니다. 처음에는 후회도 하고 왜 북한에서 태어났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저는 북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물어보면 북한에서 왔다고 해요.

지숙양은 이어 앞으로 탈북 2세대 청소년들은 남한 내 북한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워싱턴-이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