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탈북자들: 중국을 떠돌며 남한행 기다리는 리영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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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비롯한 제3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은 지금도 남한이나 미국으로 갈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탈출 길을 찾아 헤매고 있는 ‘제3국을 떠도는 탈북자들,’ 진행에 이원희입니다. 오늘은 북한을 탈출한 지 9년째 중국 곳곳을 떠돌며 남한행을 기다리고 있는 가명, 리영옥씨 얘기를 전해 드립니다.

40대 초반의 리영옥씨는 지난 1998년에 북한을 탈출해 9년째 이리저리 중국 곳곳을 숨어 다니며 식당일을 해 오고 있습니다. 리 씨는 지난해 조선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하다 같이 일하던 종업원과 다툼이 일어 또 다시 근거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조금씩 모아 두었던 탈출 경비를 몽땅 잃어 버렸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리영옥: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 식당에서 말다툼이 일어나서 다른 곳으로 옮겼습니다. 2:31 그때 민박에서 신분증 검열을 하더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밖에서 자다 잠이 드는 어간에 가방을 다 잃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핸드폰도 잃어버리고 돈도 다 잃어버리고 해서 할 수 없이 이곳으로 왔습니다.

그는 새로 옮긴 식당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고된 일을 하면서 제대로 대우도 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영옥: 아침 8시부터 일하면 밤 10시에 끝납니다. 돈은 한 달에 1천 원 받고 있는데 여기는 다른 지방과 달라서 사람이 없어요. 그만두고 나가겠다고 하면 다른 사람을 들여 놓고 그만두어야 하는데 사람이 없어서 구하지 못하고 나가면 반 달치는 돈을 안 줍니다.

리영옥씨는 다른 탈북자들과 마찬가지로 공안에 탈북자라는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 조선족 남편과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남편이 놀고 있어 탈북경비를 처음부터 다시 모아야 한다며 걱정했습니다.

리영옥: 중국생활이 이제 9년째입니다. 지금 내가 기술도 배우고, 할 만 한 것은 다 하는데... 돈을 좀 모으면 좋겠는데... 조선족 남편이 일을 안 하고... 보다 못한 이웃의 한국 사람이 색시는 일 하는데 어째 너는 일 안하고 여자 등쳐먹느냐고... 한국 사람에게 얻어 맞아서 형편도 없었습니다. 한 달에 천원 돈 타면 조금씩 이라도 모을 수 있는데 남편이 일을 안 하고 있어 돈을 모으려고 해도 모을 수가 없었어요.

이 조선족 남편은 아는 한국인의 소개로 겨우 직장을 얻었지만 임금이 적다며 그만두는 바람에 살기도 바빠 언제 경비를 모아 남한으로 갈 지 답답하다고 말했습니다.

리영옥: 조선족 남편은 한국 사람이 소개를 해서 거기서 700원을 받았는데 그것이 적다며 도로 나와... 기술이 없으니까 다시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냥 저러고 있으니. 야,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리영옥씨는 2년 전 아는 사람을 통해 북한의 아들을 데려오려고 했지만 그 사람이 잡혀갔다는 소식을 한 브로커, 중개인이 전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중개인들과 접촉을 하면서도 그 사람들을 얼마만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리영옥: 우리 북한 아들을 데려 오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중개인을 통해 그 여자는 나가다 잡혔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년에 한 중개인에게 집에 돈도 좀 보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우리 집에까지 갔었다는데... 북한에서 그 중개인이 편지를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사망하고 어머니하고 아들하고 오빠하고 다 잘 있다며 북한 식구는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사람마다 다 말이 달라 믿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나 최근에는 브로커 도움이 없이는 지원단체와도 연결이 어려워 어느 중개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남한행의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곳저곳으로 계속 옮겨 다닐 수 있는 것은 다행히 임시 통행증이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에 새로 일하기 시작한 곳에서도 북한 사람임을 절대로 나타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영옥: 지금 이동증을 임시로 해서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 북조선 말씨라는 것이 다 나타나기 때문에 중국말은 해도 조선말 하는 것이 잘 안 되어서... 그래 여기서 나는 연변에서 왔다고 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리영옥씨는 자신이 옮겨 가는 곳마다 탈북자들이 없는 곳이 없다며 거의 다 여성들 이라고 전했습니다.

리영옥: 북조선 사람들이 많아요. 지난번 식당에서 일할 때도 중국아이들이 누가 찾는다고 해서 나갔더니 북조선 사람들이었어요. 그래서 상해로 가겠다고 해서 내가 상해에서 왔는데 그곳은 못 간다고 하니까... 여기 교회를 대달라 그래서 조선족 교회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강원도 고산에서 왔다는 19살짜리 조그마한 여자가 왔는데 차림새 하고 너무 형편없이 몇 끼를 굶었는지... 그래서 된장국도 끓여주고 김치도 주고 밥도 주고 그런데 식당에서 좋아하지 않아 교회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혹시 가까운 곳이나 같은 식당에서 일을 하더라도 서로가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많은 탈북 여성들은 일도 하지 않으면서 폭력을 일삼는 중국인 남편들과 할 수 없이 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리영옥: 중국말 하는 것이 서툴러 알게 되는데... 그런데 그 여자도 내가 북에서 온 것을 모르고 말하는 것이 한족을 얻었는데 이불 속에서도 혁대로 맞았대요. 처음에는 너무 맞아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맞았다고... 그 여자가 너무 맞아가지고 보기에도 형편없었어요. 그런데 그 여자는 식당에서 한 달에 500원 받고 일했습니다. 그래서 하나하나 모두 배우라고 하면서 김치 담그는 방법, 깍뚜기 담그는 방법을 다 적어 주었어요.

한편 리영옥씨는 최근 북한에서 찾아온 현재 남편의 친척을 만났는데 그는 북한에서 중국으로 오는 길에 북송당하는 탈북자들을 직접 목격했다는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리영옥: 그 할아버지는 중국에 올 때 북조선 돈 100만원을 모든 수속비로 다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자기가 올 때 단둥 앞에서 자동차 두 대에 가뜩 실은 북조선 사람들이 잡혀 나가는 것을 자기 눈으로 직접 보았다고 했습니다.

또 북한주민들이 이제는 북한의 정치를 믿지 않고 있다며 그래도 중국으로 탈출한 사람들이 북한에 남아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낫다는 말을 하더라고 전했습니다.

리영옥: 핵무기 개발 아무리해도 이제는 김정일 말을 안 듣는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이제 살면 얼마만큼 살겠나, 지금 배만 부르면 된다고... 이 친척이 정주에서부터 신의주 까지 기차를 몰았습니다. 그 사람이 이전에 기차를 몰면서 김정일 정치를 믿었는데, 모두가 거짓이었다며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습니다. 또 나에게 중국에 잘 왔다면서 이제 북조선 사람들은 중국에서 도와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겠느냐, 여기 외국에 와서 방조받는 사람 들은 그래도 나은 편인데 북한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겠느냐며 걱정을 했습니다. 북조선 사람들은 이제는 자력갱생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북한 사람들은 얼마나 불쌍한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그 친척은 중국을 떠나며 부디 공안에 잡히지 않도록 신신 당부를 했다고 리영옥씨는 전했습니다.

리영옥: 건강에 주의하고, 공안에 잡히지 말고... 이제는 중국말도 할 줄 아니 잘 있으라고 작별 인사를 해 나도 같이 울었습니다. 얼마나 안타까운지...

워싱턴-이원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