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장명화
주간 기획 '알기 쉬운 남북경제생활' 이 시간에는 최근 공개된 북한의 상업은행법에 대해 함께 알아봅니다.
장명화 기자, 북한이 상업은행법을 제정한 사실이 최근 뒤늦게 알려져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 법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네. 북한은 지난해 1월에 상업은행법을 제정했는데요, 상업은행이 기존의 중앙은행과 별도로 예금, 대출, 대내외 결제, 보증 등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에는 없던 법입니다. 특히 약 이 년 전에 중국의 방코 델타 아시아은행에 넣어둔 북한의 자금이 동결된 이후부터 1년 사이에 제정된 터라,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 법은 모두 6장 57조로 구성됐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투명한 금융체제를 확보하겠다는 정책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상업은행’이란게 뭔지 설명해주시죠.
네. 상업은행은 일반 개인이나 기업고객들을 상대로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줘서 이익을 얻는 시중은행을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씨티은행, 뱅크 오브 아메리카, 와코비아 은행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을 비롯한 전체 일반 은행이 상업은행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예금하고, 또 집을 살 때 대출도 받았죠. 예금을 하면 이자도 많지는 않지만 받구요.
그러면, 북한에서 이제 일반주민들도 상업은행에 가서 예금도 하고, 이자도 타고, 현금 대출도 쉬워진단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통상 쓰는 ‘예금’이라는 단어는 북한에서는 사실 ‘저금’을 말합니다. 기관이나 기업소가 계좌에 입금시키는 것을 '예금‘이라고 하고, 개인이 여유자금을 은행에 예치시키는 것을 ’저금‘이라고 합니다. 기관, 기업소의 소위 예금과 개인들의 저금의 차이에 대해 한국산업은행 경제연구소의 김영희 선임연구원으로부터 들어보시죠. 김 연구원은 북한에 있을 때 경제부문에서 일하다가 탈출해 4년 전 남한에 정착했습니다.
김영희: 기관, 기업소의 ‘예금’에 대해서는 이자가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들이 모아놓은 ‘저금’에는 이자가 있습니다. 그 저금이자가 3%로 되어있기 때문에 상당히 싼 편이죠. 그래서 북한에서는 이자를 바라고 저금하는 사람은 사실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상업은행법이 제정되면서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예컨대, 제 20조를 보면, “거래자의 예금에 대한 비밀을 철저히 보장하고 원금과 이자를 제때에 지불해야한다”고 되있거든요. 이 거래자에는 기관, 기업소, 개인이 모두 포함됩니다.
북한에서는 예금을 해도 인출, 즉 돈을 꺼내 쓰기가 아주 어려워서 북한주민들이 가능하면 현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높다고 하던데요?
맞습니다. 보통 원금을 은행에 넣어두면 자유자재로 꺼내 쓰고, 이자가 나오는 게 상식인데요, 북한에서는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조차 꺼내 쓰기가 아주 어렵다는 게 탈북자들의 말입니다. 자기 돈 맡겨놓고도 찾지 못하는 형국이죠. 정 돈이 급해서 찾을라 치면, 은행직원에게 원금의 20%에서 50%정도 가량의 뇌물을 주면 가까스로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상업은행법 제정으로 이것도 바뀌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김 연구원의 말입니다.
김영희: 상업은행법이 나오면서 원금과 이자를 제때 지불해라, 만약 너희가 이것을 지불하지 못하면 업무중지를 시킨다. 54조에 보면 ‘업무중지’라는게 나옵니다. 거기에 보면 2항에 ‘거래자 요구대로 지불하지 않았을 경우에 업무중지 시킨다’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담보하게끔 한 거죠. 원금과 이자를 정확히 지불하도록 만들어 놓고...
김 연구원은 특히 이자가 현재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이 법은 북한당국의 금융제도 개혁의 출발을 선언한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북한이 이런 법을 제정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지는군요.
여러 가지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방코 델타 아시아은행의 북한자금 동결을 계기로 정상적으로 경제 거래를 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합니다. 남한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의 말입니다.
동영승: 최근 북한경제가 변화되면서, 금융체제 정비가 필요했던 것으로 봐지고, 또 이번 BDA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북한 내부적으로라도 또 대외적으로라도 금융과 관련된 체제정비가 없이는 경제거래를 어려운 상황으로 진전이 되고 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때 단행된 재정개혁이후, 기업들이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지 않고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고 모자라는 경우에는 은행대출로 처리하도록 되면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빠졌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의 북한전문가 문성민 차장의 말입니다.
문성민: 2002년 7.1조치 이후에 매년 300%, 400%정도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있었거든요. 이런 것들이 금융제도가 개혁되지 않으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볼 수가 있는데,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재정개혁만으로는 조금 문제가 있고, 그래서 금융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금융개혁조치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 상업은행이 설립돼 정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겠지만,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어떤 게 있겠습니까?
무엇보다도 거래자들의 신뢰회복입니다. 북한주민들 대부분은 예금이나 저금하는 것이 정부에 돈을 세금처럼 바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어서, 전혀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은행에 저금을 하면 낮은 이자를 받는데 비해, 암시장에서 누군가에게 돈을 꾸어주면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과연 북한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현금이 은행으로 가겠느냐는 문제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