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생활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알기 쉬운 남북 경제생활’ 오늘은 경조사비에 대해 알아봅니다.
얼마 있으면 따뜻한 봄이 오고, 그러면 덩달아 ‘결혼의 계절’이 오게 되겠죠? 한국에서는 ‘청첩장’ 북한에서는 ‘초대장’이라는 게 ‘세금 고지서’처럼 느껴지는 계절이죠. 이곳저곳 챙기자니 주머니가 헐렁하게 됩니다. 눈 딱 감고 갈 자리만 가려니 사람 사는 도리가 아닌 것 같고. 삶의 작은 축제라고도 할 수 있는 경조사의 부조, 남북한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한국의 서울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양민씨. 각종 경조사 때문에 주말에는 무척 바쁜 편입니다. 회사직원들, 거래처 사람들, 고향후배, 학교 후배, 다니고 있는 교회의 교인들 등등. 그러다보니, 결혼의 계절이 되면 결혼식이 줄줄입니다. 벌써 4월말에 있을 결혼 청첩장을 받아 놓은 상태입니다.
양민: 현재 개인적인 경우에는 보통 5만 원 정도 합니다. 회사의 거래처에서 일하는 누가 결혼한다 그러면 기본이 10만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3만원 할 수도 있고, 5만원 할 수도 있구요. 저 같은 경우, 제가 좀 아끼는 후배다 그러면 좀 많이 하죠. 10만원까지도 개인적으로 할 때가 있습니다.
‘큰 일이 닥쳤을 때 서로 돕는다’는 상부상조의 정신이 곧 부조, 경조사 문화입니다. ‘사람인’이라는 한국 회사에서 지난해 직장인 668명을 대상으로 경조사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요, 10명 중 9명이 경조사비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양씨처럼, 한 번에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경조사비는 10명 중 5명이 5만원에서 10만원을 꼽았습니다. 5만원 미만은 34%, 10만원에서 15만원은 약 11%, 15만원에서 20만원은 5%정도로 조사됐습니다.
게다가 예고 없는 초상이나 집들이, 돌잔치, 회갑, 칠순까지 포함하면 일주일에 한두 번의 경조사는 기본입니다. 양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양민: 그 경우에도 금액은 동일합니다. 거래처 분들의 경우에는 기본이 10만원이구요. 그 이상 갈 수도 있구요. 그런데 그게 꼭 돌아가시는 것뿐만 아니라, 칠순잔치 등의 경우로 해서 또 부조가 나가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장례식의 경우 개인적으로 하면 5만원, 10만원 내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는 어떨까요? 북한에도 결혼이나 장례 등의 큰일을 치룰 때 이웃과 친척이 서로 돕는 부조문화가 살아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1996년에 독일에 거주하고 있던 사회학자 송두율교수의 부친이 사망하자, 친필지시로 독일주재 북한이익대표부에 조의금으로 1500마르크, 미화로는 약 1000달러를 전달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송 교수는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북한 노동당 고위간부라고 인정하기도 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1000달러는 북한주민들에게 너무나 큰돈입니다. 북한에서 국군포로의 가족으로 살다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이연순씨는 직장의 회의실, 신랑이나 신부의 집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가서 조촐한 축의금을 내곤 했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말합니다.
이연순: 국군포로나 일반시민이나 부조금은 거의 비슷합니다. 제가 2000년도에 한국에 왔는데요, 제가 북한에 있었을 때는 북한 돈으로 100원을 많이 내구요, 평민들은, 그러니까 우리처럼 가난하고 아무것도 없는 분들은 북한 돈으로 50원, 좀 더 형편이 괜찮은 분들은 100원, 또 높은 직위에 있는 분들은, 왜 북한은 계급사회잖아요? 그런 분들 하는 것 보면 500원, 1000원도 합니다.
조의금의 경우에는 돈보다는 쌀이나 술 등을 가져갔었다고 이 씨는 전했습니다.
주위의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남북한의 부조문화. 이런 한민족의 상부상조 문화에 대해서 일찍이 청나라 사상가인 캉유웨이는 “조선인이 갖고 있는 뜨거운 마음의 표시”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가정경제에 너무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마음의 정성을 담아 서로 정을 느끼는 문화로 잘 가꾸어나가야겠습니다.
워싱턴-장명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