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생활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알기 쉬운 남북 경제생활’, 오늘은 주부의 명절가사노동에 관한 얘기를 전해드립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한 주간 경제생활 잘 하셨습니까? 기쁨으로 새해의 첫날을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음력설을 맞게 되었네요. 북한은 18일인 음력설 당일부터 3일간을 쉬도록 되어있지만, 올해에는 16일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과 이어지면서 16일부터 20일까지 휴식을 취하게 됩니다. 닷새 동안이나 연속해서 노는 소위 ‘대형명절기간’을 맞게 된거죠. 한국은 18일이 일요일이기 때문에 덤으로 놀 수 있는 날은 월요일 하루뿐입니다.
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좋은 명절기간임에도 기분이 언짢고 짜증이 난다, 가슴이 답답하다, 머리가 아프다, 팔다리가 쑤시고 아프다, 입맛이 없고 소화가 안 된다는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이맘때면 한국에는 많습니다. 누구냐구요? 바로 주부들입니다. 이들이 겪는 증상을 소위 ‘명절증후군’이라고 하죠. 주부들에게 명절날에 하는 노동은 아직도 피해가고 싶은 괴로움인가봅니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30대의 이윤선씨. 아들 둘에 딸 하나를 둔 집안의 둘째 며느리로 역시 ‘명절증후군’을 해마다 앓고 있습니다.
이윤선: 저희는 제사는 없는데, 가족끼리 다 모여서 같이 전부치고, 만두를 만드는 정도로 해요. 제가 제일 화가 나는 점은 저도 며느리로서 그 집의 새로운 사람이고, 시누이의 남편도 새로운 사람이고 한데도, 저 같은 경우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쭈그리고 앉아서 전부치고, 만두 빚고 하는 둥 힘든 와중에, 상을 막상 차려놓으면 시누이 남편이나 남자들은 마치 손님처럼 싹 먹고 일어나거든요. 저희는 전 부치는 와중에 그 분들이 먹은 것까지 다 치우고, 그러고 나면 ‘아니, 같은 가족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야하나’ 하는 화가 속으로 많이 치밀구요,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편이에요.
여기서 ‘스트레스’란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 느끼는 심리적, 신체적 긴장상태를 말하는 영어단어입니다. 한마디로 골치아픈 일을 당할때의 심적인 상태이죠.
한국의 주부들이 이토록 싫어하는 명절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최근 한국의 롯데백화점이 고객 32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응답자 절반정도가 명절 가사노동을 돈으로 셈하면 하루에 10만원 정도는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돈 10만원이면, 미국돈으로는 108달러정도 됩니다.
또 다른 응답자들은 노동의 가치를 20만원 혹은 30만원이라고 대답해 명절때 주부들의 집안일이 보통 때 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나타냈습니다. 일각에서는 파출부의 일당이 8시간 근무에 3만원에서 5만원인 것을 염두에 둔다면, 명절날 새벽부터 밤늦도록 일하는 주부의 노동에 대한 평가는 한마디로 부당하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참고로, ‘파출부’란 돈을 받고 남의 집에 출퇴근하면서 집안일을 해주는 여자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그럼 이미 지난 1940년대 후반에 여성해방문제가 완전히 실현되었다고 선전해오는 북한의 사정은 어떨까요? 평양에서 시인으로 활동하다가 탈북한 최진이씨는 북한주부들의 경우, 일 년에 몇 차례 명절 쇠는 것을 무슨 엄청난 고난의 행군으로 여기지는 않는다고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전합니다. 최 씨는 지난 1998년에 탈북해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최진이: 가사노동, 뭐 며칠씩 하면서 할 재료가 없죠. 너무 없다가 갑자기 명절에 차려지면 스트레스가 아니라 그게 오히려 즐거움이 되는 거예요. 고부갈등이야 물론 있죠. 시어머니 싫어하고, 시누이 미워하고 그러는 것 다 같거든요. 남쪽은 그런데 조금 더 보수적인 성향이 있더군요. 며느리들이 대체로 남편의 친지 쪽을 방문해야 되는게 하나의 일과나 풍습인 것 같아요. 그런 게 고정되있쟎아요. 여기는 가부장제적인 틀이 딱 짜여있으니까 답답한데요, 북은 오히려 그런 측면에서는 깨어있거든요.
자신과 피한방울도 섞이지 않는 시댁을 위해 먼 길 내려가서 음식준비하고 손님 치르고, 돈쓰고 하다보면 제 아무리 사람 좋은 며느리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시댁식구들이 조금 열린 생각을 갖고, 눈치 빠르게 스트레스를 덜어준다면, 며느리들의 명절나기는 훨씬 수월하겠죠? 하지만, 만들 재료만 있어도 행복하다는 최 씨의 말도 틀리진 않습니다. 가족과 친구, 이웃 간에 오가는 애정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그것이 삶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것, 불변의 진리가 아닐까요?
워싱턴-장명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