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남북경제생활: 기러기 가족 현상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언제부턴가 한반도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가족이 떨어져 사는 소위 ‘기러기 가족’들이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급증하고 있는 기러기 가족 현상에 대해 한번 알아봅니다.

한국의 ‘기러기 가족’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합니다. 미국의 유력 신문 ‘워싱턴 포스트’는 이미 일 년 반전에 ‘한국의 기러기가족’을 주제로 한 면을 할애해 특집기사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kirogi’라는 한국어가 그대로 사용되었습니다. 신문기사가 쓰였던 당시, 한국의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조기유학생은 모두 2만 920명에 이르렀습니다.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6년 1월 이전 한해 동안 유학과 연수비용으로 해외에 나간 돈이 무려 4억 1000만 달러로 그 전년도에 비해 40%나 뛰었습니다. 그러니, 외국인들의 관심은 당연해 보입니다.

지난 2004년에 세 남매를 중국 베이징에 유학 보낸 회사원 이 모 씨. 이 씨의 아내 류미앵씨는 작은 아파트에서 아이들 공부와 식사 뒷바라지를 하면서 하루 일과를 보냅니다.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를 위한 선택. 하지만 남편을 생각하면 늘 안쓰럽습니다.

류미앵: 옷이나 잘 입고 다니는지, 밥은 먹는지.. 목소리만 들으면 술 먹는 횟수가 조금씩 느는 것 같아요.

이런 기러기 가족 현상은 남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한국 서울대학교 통일연구소의 김병로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최근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사회에서 북한에 있는 가족을 한국으로 데려 가는 게 아니라, 그냥 남아있으라고 하는 ‘기러기 가족’ 현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병로: 최근에 올수록 북쪽에서 한 두 가족이 먼저 한국에 왔다가, 한국생활이 워낙 힘들고 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기왕에 자기가 여기서 고생하는 것을 다른 가족도 다 같이 오면 다 고생하기 때문에, 자기 혼자 혹은 가족 중에 한 두 사람이 먼저 와서 고생을 하고, 여기서 돈 번 것을 가지고 북쪽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을 하거나 또 인편으로 돈을 전달해주면서 가족들을 좀 행복하게 살도록 그런 현상들이 나타난다는 것이죠.

장사민씨는 한국에서 번 돈으로 북한의 가족들에게 자주 송금하고 있는 탈북자 중의 한 사람입니다. 장 씨는 지난 1998년에 북한을 탈출했습니다.

장사민: 3개월에 한번 씩 보냅니다. 한국돈으로 250만원에서 300백만 원 정도를 보내요. 3개월에 한 번씩 통화가 될 때마다 보내는데, 수입이 있는 대로 보내고, 모자라면 저한테 조금씩 있는 돈 붙여서 다 보내고 그래요. 제가 여기서 2500달러를 보내면, 북한에서 3식구 사는 사람을 한 가구라고 봤을 때, 4가구는 3개월을 충분히 편하게 살 수 있어요. 이밥에 고기국 먹으면서 살 수 있단 말입니다.

김 교수는 탈북자 사이에서까지 이같이 ‘기러기 가족 현상’이 늘어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탈북자들이 북에 두고 온 가족을 탈출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노력과 돈이 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는 마영애씨도 자신의 외동아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거금을 들여야 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마영애: 한 3,000만원 썼죠. 남편 같은 경우에는 부모님들 다 살아계시죠. 그래서 우리 단체에서 그걸 (부모님을 모셔올) 준비를 하고 있어요. 우리 같은 경우에는 협조해 주실 분도 있지만, 다른 탈북자들의 경우에, 브로커들에게 잘 못 걸리면 왕창 뜯기게 되고 하겠죠.

희생과 사랑으로 핏줄의 연을 이어가는 기러기 가정. 이제는 남북한 사회가 낳은 새로운 가족형태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