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남북경제생활: 돈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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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제생활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알기 쉬운 경제생활’, 오늘은 돈 관리에 관한 얘기를 전해드립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한 주간 경제생활 잘 하셨습니까? 이미 ‘북한주민들은 시장경제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게 많은 탈북자들의 전언입니다. 극심한 경제난을 계기로 번창해지고 있는 농민시장, 암시장 등 시장경제 요소를 지닌 경제활동이 최근 들어 북한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경제와 돈벌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말이죠.

하지만,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무서운 문맹은 ‘돈맹’이라고 합니다. ‘문맹’이란 배우지 못해 읽거나 쓸 줄을 모르는 것을 뜻하는데요, ‘돈맹’은 그러니까 돈을 제대로 잘 관리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돈을 관리하는 측면에서 어쩔 수 없는 ‘돈맹’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최근 한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자들의 사기피해율은 20퍼센트가 넘어, 한국인 전체 사기 피해율보다 무려 43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사기피해를 입었다고 대답한 사람들 대부분은 사업과 투자 관련 부문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개인 간 돈 거래 미수금, 그러니까 꿔주고 못 받은 돈 등의 순서로 피해를 봤습니다. 그런데, 사업과 투자 관련 사기피해의 대부분이 다단계 판매업체에 투자를 했다가 돈을 잃은 경우였습니다.

참고로, 다단계판매란 제조업자→도매업자→소매업자→소비자와 같은 일반적인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고, 해당 상품을 사용해본 소비자가 다단계판매 조직의 판매원이 돼서, 다른 소비자에게 제품을 권하고, 이런 권유를 받은 소비자가 다시 판매원으로 활동하는 과정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판매조직이 확대되는 판매방식입니다.

북한에서 한의사, 즉 동의사로 일했던 탈북여성 김지은씨도 다단계로 크게 피해를 입은 탈북자 중 한 사람입니다. 김 씨는 지난 2002년에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교회에서 알게 된 사람이 한국사회를 잘 알려면 자꾸 사람들을 접해야 한다며 데려간 곳은 다름 아닌 다단계 판매업소였습니다.

김지은: 일단 다단계라는 말을 처음 들었어요. 아 그런데 들어보니까 굉장히 이상적이더군요. 북한에서는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죠. 그래서 ‘아, 이렇게 이상적인 직업도 있구나’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야. 나는 한국에 오자마자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났구나. 실업자들이 그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이런 장소가 차려진 게 나한테는 정말 행운인가보다’라고 생각했었죠. 그래서 무슨 물건을 사야 된다고 해서 물건도 샀고, 그때 정착금 1000만원을 다 날렸어요.

(기자: 모두 다요?) 예. 그러니까 한국에 와서 보름 만에 그 일을 시작했고요, 한 석 달을 하는 과정에서 점차 생각이 달라졌죠. ‘아,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그래서 돈을 떼었다면 떼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떼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그저 ‘내가 한국사회를 이해하는데 학비로 보탰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착금 1000만원이면, 미국돈으로 1만 달러가 좀 넘는 돈인데요 그렇지 않아도 한국사회에 적응하기 힘든데, 정착금으로 받은 귀중한 돈을 날리게 된 겁니다.

김지은: 탈북자들중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일단 다단계 사업은 한 번씩 다 거친다고 하더군요. (기자: 천만 원이면 적은 돈이 아닌데요) 네. 그럼요. 하마터면 정착금을 다 떼인 후에 자살할 뻔했어요.

그럼, 소위 ‘돈맹’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답은 그리 멀리 있지 않습니다. 얼마 전 한국의 북한연구소의 김승철 연구원이 “돈 관리를 잘해야 성공적인 정착을 할 수 있다”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거든요. 김 연구원 자신도 1992년 러시아 벌목공으로 갔다가 그 다음해에 탈출해 1994년에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출신입니다.

그의 따끔한 충고는 이겁니다. “3년까지는 50만 원 이상의 돈을 쓸 때 10번 생각하고, 2번 이상 남한사람의 조언을 듣고 결정할 것” “돈으로 돈을 벌려고 무모하게 투자하지 말아야한다” “어떤 경우에든지 돈을 빌려주면 이를 확인하는 차용증을 써야한다” 등입니다.

옛말에 “돈 벌기는 어려워도 쓰기는 쉽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벌기 어려운 돈을 쓸 때는 벌 때 생각을 하고 아껴 쓰라는 뜻이죠. 많이 벌지는 못해도, 최소한 돈 관리라도 잘 하면, 돈맹에서 벗어날 수는 있지 않을까요?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