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남북경제생활: 북한의 ‘양식 수매상점’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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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기획 '알기 쉬운 남북경제생활' 이 시간에는 북한의 양식 수매상점에 관해 알아봅니다.

최근 남한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에 소위 ‘양식 수매상점’이 등장해서 주목을 끌고 있는데?

네. 지난해 말부터 평양을 비롯한 북한의 대도시에 나타났는데요, 쌀과 옥수수가 공산품처럼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정부가 시장기능을 통한 쌀 거래를 일정수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남한말로는 ‘슈퍼마켓’인 수매상점은 이미 있던 것 아니었나?

네. 그렇습니다. 북한의 수매상점은 원래 주민들로부터 사들인 중고품이나 고물을 재활용해 다시 판매하는 기능을 갖고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차츰 개인으로부터 도매가격으로 물건을 사들여 소매가격에 판매하는 일종의 유통 상점으로 기능이 변질돼왔던 게 사실입니다. 특히 지난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와 2003년 3월 종합시장의 등장 이후 많은 국영상점들이 이득금의 일부를 국가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경영권을 얻어 수매상점화하는 추세를 보여 왔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최근까지도 쌀의 민간거래는 암거래로 단속대상이 아니었나?

네. 맞습니다. 북한은 배급소인 ‘양정사업소에서 kg당 8전에 쌀을 배급해오다가, 지난 2002년 7.1 조치이후 44원씩 받았습니다. 하지만 식량부족 때문에 이 같은 배급체계는 사실상 제한적으로만 가동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대북 지원사업을 하는 남한의 민간단체인 ’좋은 벗들‘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서 배급 쌀의 혜택을 받는 것은 당 간부, 군인, 군수공장 직원 등 권력기구 내 일부뿐입니다. 일반주민들은 장마당에서 kg당 800원에서 900원씩 주고 몰래 쌀을 사다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 이 수매상점에서 쌀은 어떻게 구매해 판매한답니까?

남한의 연합뉴스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수매상점은 국가 또는 농촌에서 직접 쌀을 사서 국가에서 정한 가격기준에 따라 쌀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당국은 양식 수매상점이 외화를 가지고 외국에서 쌀을 수입해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어떤가?

엇갈린 반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남한의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에서 쌀은 주민을 장악하는 수단으로서 정치적 의미가 강했다”면서 “북한이 쌀의 시장유통을 허용하는 것은 계획경제가 시장경제에 밀리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습니다. 양 교수는 “북한이 쌀을 통한 주민통제를 사실상 포기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까지 말했습니다.

반면, 북한 경제전문가인 박형중 통일 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봐야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말했습니다. 박 연구원은 현재 미국 민간 브루킹스연구소의 객원연구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박형중: 이 조치가 얼마만큼 현실성 있는지 조금 더 두고봐야합니다. 북한에 경제정책, 특히 시장관련 정책, 곡물 정책이라는 것이 하도 오락가락했었고, 현실적으로 봤을 때 말도 안 되는 정책을 한 적이 많습니다.

박 연구원은 그 구체적인 예로 북한이 2002년에 배급제를 전면 폐지한다고 했다가, 삼 년 후인 2005년에는 배급제를 다시 전면적으로 도입한다고 발표한 것을 들었습니다. 북한은 애당초 배급제가 불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배급제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설명입니다.

배급제가 불가능한 이유가 뭔가?

일단 북한당국이 곡물을 완전히 사들여야 되고, 이 사들인 양이 북한주민들에게 나누어줄 만큼 충분해야 되는데, 지금 북한이 국가의 강제력을 사용해서 구매할 수 있는 양과 실제로 줄 수 있는 양이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북한은 지난 1995년 이후 남한을 포함한 국제사회로부터 매년 100만-200만 톤의 식량을 차관 또는 무상으로 들여가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남한이 약 40만 톤을 보낼 계획입니다.

이번에 북한당국이 양식 수매상점을 통해 쌀 거래를 허용한 조치는 잘 실시될 것으로 보는가?

관건은 쌀의 구매가격과 판매가격입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수매상점이 현재 농촌에서 직접 쌀을 사서 국가에서 정한 가격기준에 따라 판매하고 있는데요,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파느냐가 결정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박 연구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박형중: 수매상점이 시장가격에 거의 가깝게 쌀을 구매해서 조금 이윤을 붙여서 파는 정도라면 쌀이 수매상점으로 모이겠죠. 그런데 국가고시가격에 맞추다 보니까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수매해야 되고, 그러면 수매상점에다 쌀을 안 팔려고 하겠죠? 쌀을 국가고시가력에 맞게 판매하는데 그 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너무 낮다, 상당히 많은 차이가 난다고 하면, 그러니까 팔 수 있는 쌀은 1kg뿐인데, 사려는 사람이 100명이 줄서있으면, 이것은 상점 자체가 기능이 안 돼는 거죠.

결국 수매상점의 사고파는 행위가 얼마만큼 시장기능에 맞느냐 하는 게 이 조치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