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장명화
오늘, 이밥 한 공기에 고깃국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북한이나 남한이나 쌀은 한국인의 주식쟎아요. 저도 하루에 한 끼는 꼭 쌀밥을 먹습니다. 이 쌀은 삼국시대부터 재배된 것으로 전해오지만, 비교적 최근까지도 풍족하지 못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쌀밥이 ‘옥밥’ ‘백옥밥’으로 불릴 정도로 명절이나 제사, 생일에나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죠. 남한도 1970년대 초만 하더라도 “쌀을 튀겨 뻥튀기를 만들지 말자!”는 공익광고가 있었을 만큼 쌀이 아주 귀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강산도 바뀐다더니, 이렇게 귀하던 쌀이 남한에서는 넘쳐나 창고에 쌓이고 있습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남한 쌀 재고량은 700만 섬으로 적정수준인 600만 섬을 훨씬 초과한 상태입니다. 그러자 남한정부는 최근 쌀이 넘쳐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정범위안에서 쌀 수출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남한 농림부 최도일 식량정책국장의 말입니다.
최도일: 우리 쌀 생산량도 많아지고 품질도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대외협상도 마무리됐기 때문에 수출을 개시하게 됐습니다.
현행 양곡관리법상 쌀 수출은 농림부의 추천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남한정부는 지금까지 FTA, 즉 자유무역협정 협상 등에서 쌀 개방 예외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실제로는 쌀 수출을 꺼려왔습니다. 그러나 농림부는 최근 그동안의 입장을 바꿔 적극적으로 쌀 수출을 검토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2만 톤가량의 쌀 수출 상담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당장 다음 주에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영농조합이 신청한 200톤의 스위스 수출 물량에 대한 추천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덕양영농조합 이원일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죠.
이원일: 200톤을 (스위스에서) 요청해 농림부에 신청해 놨다. 5월경이면 끝날테니, 라고 했습니다.
200톤이면, 어림잡아 2400가마 분량입니다. 결코 적지 않은 양이죠? 농림부 관계자에 따르면, 남한 쌀은 미국이나 태국 쌀에 비해 3배에서 5배가량 비싸 가격 경쟁력은 거의 없지만, 거의 농약을 쓰지 않는 소위 ‘친환경 재배’를 통해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유럽 등지에서 인기가 높다는군요. 현재 진행 중인 수출상담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올해 최대 2만 톤 이상의 쌀 수출계약도 가능할 전망입니다. 해방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남한 쌀의 해외수출. 하지만 북한은 이미 20여 년 전에 쌀을 수출한 경험이 있습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박사의 말입니다.
권태진: 북한이 1980년대 쌀을 수출하고 옥수수를 수입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북한이 80년대 식량자급을 달성했다고 이야기했는데, 실상을 알고 보면 쌀을 수출하고 옥수수를 수입한 것 입니다. 그 당시에 쌀과 옥수수 가격이 3-4배 차이가 났었거든요.
엄밀히 말하면, 쌀이 남아돌아 수출한 게 아니라는 지적이죠. 쌀 일 톤을 수출하면, 옥수수 3-4톤을 수입할 수 있어서, 이것으로 식량을 자급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옛날 속담에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죠. 다행히 남한에서 쌀 재고량이 많은 덕으로 현재 남한은 북한에 한해 40만 톤씩 쌀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내가 먹고 살 만큼 넉넉해야만 남도 도와줄 수 있는 법이죠? 북한도 어서 식량사정이 넉넉해져서 주민들이 먹을 걱정 없이 살고, 또 그러고도 남아서 살기 힘든 다른 나라를 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