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마라톤 대회처럼 북한 평양마라톤대회에서도 마스크 써야 하나
2019.10.31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올 겨울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 한반도 미세먼지 상황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마라톤과 호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겠죠? 그런데, 최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4만여명이 참가한 마라톤 대회에 방독면 같은 대형 방진 마스크로 중무장한 참가자들 모습이 주요외신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마스크를 쓰면 호흡이 크게 방해 받게 되는데 왜 그랬을까요? 백명수 소장은 뉴델리의 심각한 대기오염 탓이라고 설명합니다.
(백명수) 뉴델리 인근 지역의 여러 주에서 농부들이 추수가 끝난 후 다음 파종기까지 논밭을 태우기 때문에 다량의 재가 집중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낡은 경유차가 뿜어내는 매연, 도심 빈민들이 난방과 취사를 위해 타이어와 같은 폐자재를 태우면서 발생하는 연기, 건설공사현장에서 날리는 비산 먼지 등으로 이 시기 뉴델리의 대기상태는 매우 심각합니다. 특히, 10월 하순부터 11월 초까지 열리는 디왈리 축제가 있는데요, 이 때 대규모 폭죽을 터뜨리기 때문에 먼지가 무더기로 방출되면서 대기 질이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디왈리를 전후해 뉴델리의 미세먼지 수치는1500∼3000㎍/㎥까지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인도환경과학센터는 ‘나쁨’ 수준의 대기 질 상황에서 여러 시간 운동을 하면 오염물질에 더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대회는 디왈리 축제보다 앞당겨 열었고 대기 질도 과거에 비해 나아졌지만 마라톤과 같은 장시간 운동에 따른 건강 영향 우려가 발생함에 따라 일부 참가자들이 방진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참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먼지로 PM 10이라고 합니다. 자동차 배출가스나 공장 굴뚝 등을 통해 주로 배출되죠. 미세먼지 중 입자의 크기가 더 작은 미세먼지를 초미세먼지라 부르는데요, 지름 2.5㎛ 이하의 먼지로서 PM 2.5라고 합니다. 초미세먼지가 미세먼지보다 더 위험한 것은 허파꽈리 등 호흡기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투하고, 여기서 혈관으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돼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 질환, 피부질환, 안구질환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인도는 그렇다 치고요, 북한이 내년 평양마라톤대회를 2020년 4월12일로 확정하고 관광객 모집에 나섰는데요. 북한은 1981년부터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기념해 국제 마라톤대회를 개최해 왔습니다. 2014년부터 외국인 참가를 허용하고 있는데요, 중국에 기반을 둔 북한전문여행사 고려투어의 웹사이트는 얼마 전 “2020년 평양 마라톤대회가 4월12일로 공식 확정됐다”며 관련 여행상품 광고를 게재했습니다. 북한 내 자동차 수는 지난 몇 년 간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인도 뉴델리만큼 많지는 않을 테니 대기 질이 좋은 편이 아닐까요? 백 소장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잘라 말합니다.
(백명수) 북한도 대기 중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생물성 연료와 석탄의 사용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연료 소비량이 남한보다 적다 하더라도 미세먼지 배출량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내 한 연구에 의하면, 2015년 기준 북한 에너지 소비량은 남한의 1/25에 불과하지만, 2008년 기준 미세먼지 PM 10과 PM 2.5 배출량은 북한이 각각 2.6배, 2.3배 높았습니다. 이렇게 북한의 미세먼지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2019년 3월 내 북한의 조선중앙 TV에서 미세먼지 주의 보도가 여러 차례 언급된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북한 산업지구의 오염처리장치가 낙후됐고, 주민들이 나무와 질 낮은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 질이 더 나빠지는데요, 북한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 TV 미세먼지 주의보를 방송하고 황사철 건강관리법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산림복구와 나무 심기 등을 독려하고 모든 공장에 먼지잡이 장치와 공기여과장치를 갖추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music) 여러분께서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를 듣고 계십니다.
북한이 미세먼지 주의보를 방송하듯, 남한 주요 도시들도 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하는데요, 가장 최근인 지난 29일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습니다. 미세먼지 주의보는 농도가 ㎥당 150㎍을 2시간 이상 초과했을 때 발령됩니다. 봄도 아니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왜 갑작스레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졌을까요? 백 소장은 국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합니다.
(백명수)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대륙에서 한반도로 바람이 불어오고 미세먼지가 서해를 넘어온 것으로 추측됩니다. 국외에서 유입되는 길목에 위치한 백령도의 PM 2.5의 농도는 지난 20일부터40㎍/㎥을 넘어섰습니다. 공기 질이 깨끗했던 지난 10월 중순보다 7배 더 높은 수치입니다. 겨울철에는 주로 계절적으로 북서풍이 자주 불어서 외부에서 먼지가 날아옵니다. 여기에 국내 대기정체가 발생하면서 오염물질도 쉽게 쌓이기 때문입니다. 다음달부터는 중국이나 남한도 본격적인 난방에 들어가면서 공기 질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올해 겨울 미세먼지는 더욱 심해질 전망입니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겨울철 미세먼지 저감 목표를 대폭 낮추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 발생 전까지 겨울철 석탄 난방을 중단시키고, 석탄을 원료로 하는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는 등 대책으로 미세먼지를 크게 줄였었는데요,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기가 둔화하자 겨울철 미세먼지 저감 목표를 대폭 완화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은 중국과 미세먼지에 관한 공조작업을 벌이고 있을까요? 백 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남한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양자협의, 나아가 동북아 관계국들과 다자협의를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 1월 환경협력 국장회의와 공동위원회를 열어 대기 질 예보정보와 예보기술 교류프로그램, 즉 미세먼지 조기경보체계 공동구축 등과 같은 미세먼지 관련 협력강화에 합의했습니다. 또,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한국과 중국은 미세먼지 관련 별도 전문가 분과를 창설하고 한중공동연구사업, 청천 프로젝트 범위를 확대하고 지방정부간 미세먼지 교류협력 확대지원 등에 합의했습니다. 한중일 장관회의를 통해서도 미세먼지와 황사 등 3국간 동북아 역내 환경문제의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한중일은 지난해 6월에 열린 제 20차 환경장관회의에서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를 토대로 올해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21차 환경장관회의 전까지 정책결정을 위한 요약보고서 발간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나아가, 한국과 중국, 일본, 몽골, 북한, 러시아 등 6개국은 지난해 10월 동북아 청정대기 파트너쉽을 공식 출범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은 다자간 협력강화로 미세먼지 등 역내 대기오염 문제를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올 겨울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 한반도 미세먼지 상황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