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한반도] "북 당국, 명분보다 주민 고통 헤아려야"

워싱턴-이장균 leec@rfa.org
2010.01.14
nk_ship_sokcho-305.jpg 북한산 아연 253t을 실은 북한 화물선 금강2호가 12일 새해 들어 처음 속초항에 입항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안녕하세요, 잘사는 한반도 이장균입니다. 새해를 맞을 때마다 많은 분이 새해 소원을 마음속으로 기원해 보지만 매년 가장 간절한 소원을 비는 분들은 역시 이산가족 여러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며칠, 아니면 한두 달이면 돌아가겠지 하고 떠난 길이 몇십 년이 흘러 가족과 생이별을 한 분들입니다만 올 새해에는 정치적 문제나 남북당국 간 이해관계 문제와는 별도로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산가족 상봉이 계속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때그때 일회성 행사로 언제 또 단절될지 모르는 그런 불안정한 만남이 아니라 상시로 또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확실한 약속이 남북 간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면서 오늘 잘사는 한반도 시작합니다.

지난해 남북협력기금 사용 10분의1에도 못 미쳐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한이 어떤 명분으로든 남한이나 미국 등 자유세계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할 때 결국은 주민들만 어려움을 겪게 되죠, 남한에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위해 마련된 남북협력기금이 있습니다만 지난해 책정된 기금 가운데 사용된 액수는 애초 계획의 9%가 채 안된 걸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남북협력기금 사업비로 책정된 액수는 1조1,600억 원 정도, 미화로 천3십억 달러 가량이었는데 실제로는 1,000억 원, 미화로 9백만 달러밖에 사용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남북교류협력이 본격화한 2000년 이후 남북협력기금 사용률이 10%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북한 주민의 어려움을 덜어줄 귀중한 돈이 남북관계가 원만치 못한 이유 때문에 쓰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죠.

그러나 남한 정부는 최근 2년간 남북협력기금을 10분의 1도 채 사용하지 못했어도 올해 예산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조금 늘렸다고 하는데요, 새해에는 북한당국이 정치적 명분을 떠나 주민들의 어려움을 생각해서 남한 측의 도움을 아무 사심없이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남한 지방자치 단체들 새해엔 남북관계 원만해지길 기대


남한의 강원도나 경기도 같은 지방 도나 광역시 등을 지방자치단체라고 부릅니다만 이런 곳 가운데 강원도와 충청북도에서는 새해가 시작되면서 올해는 남북이 좀 화해 분위기로 바뀌어서 남북교류가 다시 활발해졌으면 하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원도는 ‘남북 강원도는 하나’라는 목표 아래 ‘분단 1번지’를 ‘통일 1번지’로 바꾸려고 각종 남북 교류 정책을 펴왔는데요, 금강산에서 남한 관광객이 북한군 총에 맞아 사망한 금강산 피격사건과 북한 핵실험 이후에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남북의 강원 교류도 멈췄습니다.

남북 강원도는 2000년 12월 남북합의서를 교환하고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을 펴 왔죠, 2001년부터 남북 연어 부활 사업을 펴 연어 새끼 방류, 연어 부화장•사료 공장 운영 등을 함께 추진해왔습니다. 또 강원도 남북에 걸친 산림의 솔잎혹파리 같은 병해충 방제 사업을 함께해왔고, 오는 6월께는 북 강원도 안변에 송어 양식장도 만들 계획이었지만 모두 불투명한 실정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와 김진선 강원지사가 서로 주고받은 새해 인사에는 양측의 교류가 다시 시작될 수 있는 기대를 하게 해준다는 소식인데요, 김영대 북한 민화협의회장은 지난달 31일 강원도에 보낸 새해 인사에서 “새해에는 민족화합과 조국 통일을 위해 한걸음 다가가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강원도가 추진하는 일에도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고 하죠. 이에 대해 김진선 강원 지사는 “남북 강원도는 하나라는 생각으로 통일되는 그날까지 노력을 추진해가자”는 내용을 담은 답신을 보냈다고 합니다.

한편 충청북도는 2008년 3월에 황해북도 봉산군 천덕농장 농민들에게 옥수구 씨앗 350㎏, 비료 2,500포, 비닐 집 10동, 경운기 등 농기계 21대, 분무기 110대 등을 전달하고 남북 농업 교류를 해 왔는데요. 이에 앞서 제천시는 2004년 북한 고성군 삼일포에 사과•복숭아 과수원 5만㎡를 조성하고 가을 수확기에 북한 금강산에서 사과 축제까지 열었지만, 지난해 3월 이후부터는 교류가 끊겼습니다.

충청북도 역시 새해에는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풀려 그동안 펼쳐온 남북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남북 교류가 활발한 도 가운데는 제주도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제주도는 지난달 제주도의 남북교류협력 10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평화의 감귤, 한라에서 백두’ 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이번에 발간된 책자에는 제주도의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첫 걸음을 내디딘 1999년 북한에 감귤 보내기 운동부터 2009년까지 10년 동안의 제주 남북교류협력의 주요내용과 추진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계획이 실려 있습니다. 제주도는 이 책자에서 “제주도의 남북교류협사업은 협력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통일시대에 대비한 통일기반 조성이 그 목표라 할 수 있다”면서 “남북 사이의 심각한 이질화를 해결하는 동시에 사회•경제•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하는 일, 그리고 경제난으로 말미암은 북한 사회 내의 인도주의적 문제를 해결하며 상호 간의 이익창출을 통한 제주도와 북한 사이의 발전을 꾀하는 것이 목표”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속초항에 북한산 광물 첫 반입


이번 주에는 북한산 농수산물이 주로 들어오던 속초항에 광물이 처음으로 반입됐다는 소식이 있었죠. 아연 253t을 싣고 원산을 출항한 북한 화물선 금강2호가 지난 12일 속초항에 입항했습니다.

북한 선박을 이용한 속초항의 북한산 광물 반입은 지난 2004년 5월 체결된 남북해운합의서에서 속초항을 북한 선박이 입항할 수 있는 항구로 지정한 이후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속초항에는 그동안 북한산 수산물과 송이 등 농수산물이 주로 반입됐는데요, 이번에 광물이 들어오게 돼 앞으로 속초항에 북한산 광물과 골재반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원래 아연 같은 광물은 최종 도착지가 인천이지만 이번에 속초로 들어오게 된 것은 수송비 절감을 위한 것으로 보여서 앞으로 속초항이 남북 간 교역에 중요한 항구가 될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 과열에 따른 위험 요소도 많아


잘사는 한반도 이번엔, 중국 관련 소식입니다. 세계적인 경제침체에도 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중국 경제의 과열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그것도 다른 곳이 아닌 중국 내 경제학자들에게서부터 나온 소리라 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 사회과학원 소속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돈이 너무 풀리는 걸 억제하지 않으면 심각한 경기과열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중국정부가 통화정책을 느슨하게 하는 바람에 대출이 많이 늘어났고 그 대출금의 대부분이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 갔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계속 돈이 너무 많이 시중에 풀리고 또 그 돈이 부동산 시장이나 증권 같은 곳에 투기자금으로 몰리게 되면 그게 바로 거품이 되고 그 거품이 한꺼번에 꺼지면 중국 국가 경제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중국 인민은행의 판강 통화정책위원도 지난해 말 중국의 주식시장, 부동산시장, 물가에는 거품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죠.

미국 언론도 중국의 경기과열 위험 경고


그런가 하면 미국 언론들도 잇따라 중국의 경제위기를 경고하고 있는데요, 뉴욕타임스는 12일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로 성장한 중국이 일련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중국 붐이 지속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의 지적 역시 정부의 통화공급 정책이 주택을 비롯한 임대 투기 거품을 만들어냈고 결국 폭발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투기를 잡기 위해서는 이자율을 올리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데 이렇게 할 경우 성장의 핵심 동력인 투자와 산업확장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경기부양자금을 수익이 나지 않는 프로젝트에 투입했으며, 부실채권이 조만간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생산•판매량이 급증하고 주택가격이 두 배로 뛰어오른 것은 심각한 위험을 예고하는 과열 경기의 신호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1일 자 ‘중국에서 부동산 거품 공포’ 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 주요 도시에서 자산가치가 폭등하면서 많은 투자가와 은행가들이 부동산 거품이 터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 당국 간 대화와 별도 추진 – 유종한 대한적십자사 총재


새해 들어 또 마음 졸이는 분들이 바로 북쪽에 가족과 친지들은 두신 이산가족 여러분이겠죠, 남북관계 경색으로 중단된 이산가족상봉이 올해는 다시 이루어질지 걱정하며 애타게 가족 상봉을 기다리는 분들인데요, 이산가족상봉 사업을 담당하는 대한적십자사 유종하 총재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산가족상봉은 조속하게 상시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유종하 총재: 지금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이산가족상봉에 대한 움직임은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적인 상황이나 남북당국 간 대화와도 별도로 추진 돼서 고령 기에 있는 이산가족 당사자 분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한을 풀어주는 일이 시급하다 그렇게 보고요, 적십자로서는 이러한 방향에 최대한 노력을 할 겁니다.

유종하 총재는 음력설에 상봉을 추진하는 방안도 시간이 좀 급하긴 하지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 총재는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지난해 추석 이산가족상봉 이후에 인도적 지원 문제로 남북 적십자 간 대화도 진전이 없는 상태라면서 적십자사 차원에서 인도적 사업이나 인도적 지원은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종하 총재: 우리가 작년 11월 제안한 옥수수 1만t 지원에 대한 북측의 반응이 아직 없습니다. 지원 제의를 했을 때 이것은 옥수수 1만 톤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양자 간의 대화와 협의가 진행됨에 따라서 우리가 좀 더 실질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의도는 북측에 알린 바 있습니다. 또한 적십자 차원에서 가능한 의료제품, 의약품 등은 어느 정도의 양을 가지고 지금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구촌공생회, 캄보디아 우물 1천 개소 완공


남한이 6.25전쟁으로 폐허가 됐을 때 여러 나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 새롭게 일어서는 데 큰 도움이 됐었죠, 그로부터 불과 반세기만에 세계에서 주목받는 잘사는 나라 대열에 들어서게 됐습니다만 이제 한국은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바뀌었죠,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인 원조사업도 시작하지만 여러 사회단체, 비정부기구단체들이 세계 곳곳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에 있는 캄보디아는 주거환경이 열악한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인데요, 특히 사람들이 마시는 식수가 오염돼 있어서 병이 자주 발생하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잃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캄보디아에 위생적인 우물을 파주는 일을 4년째 하는 단체가 있죠.

국제구호 비정부기구(NGO)인 지구촌공생회라는 단체인데요 지난 4년간 캄보디아 캄폿주와 타케오주에 1천 개의 우물을 파는 대공사를 지난 11일 끝냈다고 합니다.

한국의 지구촌공생회는 캄보디아 전체 인구 약 1천400만 명 가운데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는 이들이 수도 프놈펜 등 대도시 거주자들뿐이라는 점에 착안, 농촌 지역 주민들을 위한 `생명의 우물 1000' 사업을 시작해 이번에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이제는 과거처럼 웅덩이에 고인 물이나 논두렁의 물을 식수로 사용해 설사병에 걸리거나 수인성 질병에 시달리다 죽는 경우가 없어지고 많은 사람이 새로 판 우물 덕분에 건강 상태가 좋아졌다고 합니다.

지구촌공생회측은 이번 천 개의 우물파기 사업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캄보디아에서 우물을 파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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