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통신] 탈북청년들의 축구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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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통신, 이예진입니다. 탈북자의 숫자는 급격하게 늘어 현재 2만명에 가깝고, 그 가운데 20대와 30대의 비중이 60%에 달합니다. 하지만, 왕성한 사회활동을 할 나이의 탈북 청년들이 남한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도태 되는 일도 잦습니다. 지난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탈북 청년들로 구성된 여러 개의 조가 모여 그동안 쌓였던 피로와 긴장을 푸는 축구시합을 펼쳤는데요. 신나고 치열했던 그 현장으로 가보시죠.

L4 이영석 팀장: 형은이, 일남이, 석진이 수비, 강성이 하고 위로 올라가고 나머지 다 위로. 알았지?

윤석진: 그리고 경기장이 넓어. 급하게 할 거 하나도 없어. 중간에서 볼 올 때 움직이면서 받아줘.

팀장: 경기 재미있게 하자. 다치지 말고. 파이팅 한번 합시다. 하나, 둘, 셋 파이팅!

이예진: 그런데 안 추우세요? 반팔 입으시고.

일남씨: 괜찮습니다.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부는 봄, 하지만 아침 8시부터 시작된 축구시합의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첫 번째 경기가 막 시작됐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영석 팀장이 이끄는 L4축구단은 탈북 청년과 남한의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의 연합모임입니다. 오늘 상대편은 어떤 단체일까요?]

상대편 단장: 저희는 형제축구단입니다. 저희 형제축구단은 올해 창단해서 열심히 모여보자 하고 있는데 아직 공식적인 모임은 안 가졌어요. 오늘 우양에서 좋은 모임 있다고 해서 나왔어요. 청진에서 감독했던 분도 있어서 어떤가 보려고요. 오늘은 선수들에게 마음껏 누리라고 했어요.

[오늘은 L4, K1, 형제축구단, 엘림축구단이 모여 친선경기를 치르게 되는데요. 혼자 사는 노인들과 탈북청년들을 돕는 사회복지법인 우양에서 이번 경기를 주선했습니다. 현장에서 따뜻한 차를 끓이며, 다친 선수들을 돌보느라 여념 없는 우양의 노희정 팀장을 만나봤습니다.]

우양 노희정 팀장: 작년에 우양배 축구대회라고 처음 시작했는데 시작했던 계기는 새터민들이 축구를 유난히 좋아하고 무슨 일이 있다고 해서 모이는 건 어려워하지만 축구를 하자고 하면 잘 모이더라고요. 또 건강해지고 긴장을 풀 수 있다고 해서 기관들이 팀은 만드는데 연습 상대나 구장 구하기 어렵다고 해서 한번 모여서 대회를 하면 어떨까 해서 작년에 8개 팀이 모여서 축구대회를 했습니다. 작년에 참가했던 팀들이 대회는 좋은데 연습기회도 많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저희 기관에서 같이 뛸 수 있는 팀들을 모아서 친선경기를 하면 어떨까 해서 올해 3월부터 매달 넷째 주 토요일에 장소를 저희가 섭외해서 친선경기를 하는데, 오늘이 첫 날이에요.

이예진: 작년에는 어느 팀이 우승했나요?

노 팀장: 작년에는 연세대 새터민 학생동아리 통일한마당이 우승했고요. 준우승은 키사라고 외국인 유학생으로 구성된 축구팀이 준우승했습니다.

이예진: 이영석 팀장 팀은 어땠어요?

노 팀장: 작년에 정말 우승후보였는데 1차전에서 떨어져서요.

이예진: 무슨 우승후보가 1차전에서 떨어지십니까?

노 팀장: 연세가 좀 있으셔서 그런가 봐요.

이예진: 문제점을 좀 지적하신다면요?

노 팀장: 문제점을 지적하긴 뭐하지만 동점에 승부차기를 했는데 거기에서 실축을 하는 바람에 1차전에서 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도 9월에 탈북청년들의 각 단체가 겨루는 축구대회가 열리는데요. 벌써부터 열기가 달아오르는 것 같죠?]

[취재하러 다니는 사이, L4가 또 한 점을 내주고 맙니다. 현재 2대 0으로 지고 있는 L4. 그래서인지 자원봉사자 조미라씨는 L4축구단 곁에서 더욱 소리높여 열심히 응원을 하고 있습니다.]

조미라: 저는 그리스도 대학교 사회복지학과 4학년인데요. 실습중입니다. 이예진: 어떻게 탈북자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조미라: 저희 학교가 특성화 사업을 하는데요. 남북통합시대를 대비한 전문 사회복지사 양성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사업단에 참여하면서 북한이탈주민에게 관심을 갖고 그런 과목이 많이 개설되어서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해 많이 배우고 현장경험을 많이 쌓고 다양하게 배우고 있는 거죠.

[대학 과정에도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관심과 복지를 위한 수업이 늘고 있다는 얘기죠. 경기는 지고 있지만 마음은 훈훈해집니다. 그새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본부석으로 모입니다. 결과는 2대 0으로 지고 말았네요.]

이예진: 팀장님 어떻게 된 겁니까?

이 팀장: 주전이 없는 상태에서 졌는데 다시 다음 경기에 만회하겠습니다. 제가 원래 골키퍼인데 다시 공격해야겠습니다.

이예진: 후반 전략이 따로 있나요?

이 팀장: 죽도록 뛰겠습니다.

이예진: (다른 선수에게) 다치셨어요?

형은씨: 좀 까져서요.

이 팀장: 잘 들어. 형은이, 진석이, 일남이, 수민이. 사람만 따라가라. 광성이, 게임은 즐겁게 하는데 편하게 맞춰줘. 재미있게. 무조건 질러버려. 최종은 무조건 걷어내야 돼.

윤석진: 공을 띄울 거야 .무조건 비슷하게 던져놔.

[음, 큰 전략은 없는 것 같지만 앞선 경기에서 최선을 다했던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나니 괜히 찡해집니다.]

이예진: 왜 이렇게 많이 다치셨어요?

진석씨: 견제에 걸려서요.

이예진: 오늘 왜 늦으셨어요?

수민씨: 서울역에서 전철을 잘못 타서 늦었습니다.

이예진: 주전인가요?

수민씨: 전혀 그렇지 않아요.

이예진: 지고 있는데 어떤 각오로 임하시겠습니까?

수민씨: 이영석 팀장님한테 맞지 않을 각오로 하겠습니다.

심판: K1과 L4의 경기 시작할게요. 상호간에 경례할게요.

선수들: 반갑습니다. 파이팅.

호각 소리.

[호각과 함께 K1과의 새로운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쌀쌀한 휴일 아침의 공기 속에서도 얼굴이 상기된 선수들의 발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데요. 상대편, K1은 젊은 혈기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K1 선수: K1이 막강하죠. 젊잖아요. 저희는 저희끼리 만든 모임인데요. 나이는 상관없고요. 주말마다 모여서 축구해요. 저희는 게임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냥 재미있게 차는 거죠. 잘하는 사람만 축구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저희가 만든 지 1,2년밖에 안돼서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알리려고요. 거의 대학생활하면서 주말에 모여서 재미있게 축구하고 그래요. 운동도 되고 좋잖아요.

[정말 축구가 좋아서 모였다는 K1. 18살부터 27살까지 젊은 선수들로 구성되어 그런지 경기 내내 펄펄 나는 것 같았습니다. K1의 선수들은 거의 매주 사비를 모아 축구를 하며 우정도 쌓고 서로 정보도 공유하면서 타향살이를 견디고 있었습니다.]

심판: 한 줄로 모일게요. 상호간에 경례.

선수들: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경기는 체력전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K1이 2대 0으로 L4를 가볍게 이겼습니다.]

이예진: 오늘 골을 제일 많이 넣으신 거 같은데 왜 이렇게 잘 하세요?

K1 선수: 오늘 좀 컨디션이 좋은 거 같아요.

이예진: 다리를 절룩거리는 데 다치셨어요?

K1 선수: 좀 밟혀서요.

이예진: 오늘 몇 골 넣으셨어요?

K1 선수: 2골요.

이예진: 원래 체력이 좋아요?

K1 선수: 네. 어려서부터 축구를 해서 좋아해요.

[오늘 경기를 보니 남북 공동축구단이 결성되면 세계 1위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 팀장: 첫 경기치고 잘한 거야. 계속 호흡 맞춰가자. 알았지? 즐겁게 해라. 졌다고 큰일 나는 거 아니잖아. 수고했다. 파이팅 한번 하자. 파이팅.

[승패보다 만남이 더 소중하다는 L4 축구단의 이영석 팀장이 지친 선수들을 다독입니다.]

이 팀장: 탈북대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처음 만난 친구들도 있으니까요. 친해지는 게 목적이지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라서 이런 편하고 즐거운 추억 만드는 게 좋은 거 같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오늘 열심히 경기에 나섰던 광성씨, 이 모임에서 형들의 조언을 듣고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선택할 수 있었죠. 지금은 대학 1학년, 신입생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광성씨: 시간 나는 대로 주말에 축구하고 그래요. 모르는 사람들과 축구란 운동을 통해 친해지고 연대의식을 만들어 가니까 좋고 제가 좋아하는 축구라서 더 좋아요.

[살아 온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은 달라도 한 조 안에서 축구경기를 하고 있는 동안은 하나가 됩니다. 몸으로 부딪치는 일, 동질감을 빨리 느끼게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이 팀장: 한 달에 두 번씩 축구를 하고 있는데 예전엔 탈북자들끼리 했는데 그러다 보니 과열돼서 남한 친구들을 적으로 대해더라고요. 그래서 섞어서 해야겠다 싶어서 하다 보니 양보하는 마음들이 큰 거 같아요. 재미있게 경기해요. 지면 다음에 잘 하자. 이렇게 하다보면 친해지고 형님 동생 되고. 그런 식으로 학습지도에 대한 지도도 받고 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거 같습니다. 대회나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탈북동포들을 만나 경기를 가지면서 인맥을 넓히려고요. 경기 끝나면 밥 먹고 술도 한잔해요. 그렇게 친구도 늘고 관계형성이 돼서 좋습니다. 6,7개 정도 탈북 동포들팀이 있어서 앞으로 정기적으로 경기를 하려고 합니다.

[탈북 청년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어 오늘은 그리 춥지 않았습니다. 늘어가는 탈북청년들의 숫자 만큼이나 탈북청년축구단의 규모도 점점 커질 것 같은데요. 올해 9월, 과연 L4가 우승할 수 있을까요? 오는 9월, 그 현장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