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통신] 탈북인단체총연합 ‘사랑의 김장 전달’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0.12.23
defector_kimchi1_305 탈북인단체총연합은 최근 탈북인자활센터 '평화의 집' 에 사랑의 김장을 전달했다.
RFA PHOTO/ 이예진
안녕하세요? 희망통신 이예진입니다.

연말이 되면 남한은 축제 분위기입니다. 특히 성탄절, 종교적으로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12월 25일에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선물을 주고받으며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은데요. 홀로 사는 노인들이나 가족이 없는 사람들은 그래서 더 외로워집니다. 최근에는 남한 사람들 뿐 아니라 탈북자들도 남한의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서는 일이 많은데요. 오늘 희망통신은 탈북자 뿐 아니라 남한의 어려운 이웃돕기에 앞장서고 있는 탈북인단체총연합의 한창권 회장을 만났습니다.

한창권: 탈북인단체총연합은 탈북자 28개가 연합해서 인권을 찾고, 남북통일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만든 단체입니다. 현재 대북전단지도 보내고, 예술단, 권익을 위해 싸우는 단체도 있고 여러 가지로 기본적으로 탈북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는 단체입니다.

[탈북자들의 권익 뿐 아니라 서로 돕고 나누는 단체인 탈북인단체총연합은 얼마 전, 서울시 도봉구 우이동에서 코리아미래재단과 이디야 커피 등의 후원으로 탈북인자활센터 '평화의 집' 에 사랑의 김장을 전달하는 행사를 함께 했습니다.]

한창권: 올해 2번에 걸쳐 사랑의 김장 행사를 했고요. 가양동과 강남의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행사를 했습니다. 봄, 가을에 10년간 해온 연례행사인데요. 특히 올해는 배추가 금값이라고 할 정도로 김장하는 데 돈이 많이 들어서 김장을 담그기 어려워하는 탈북자들이 많이 생겼고, 김장해서 주면 서로 가지겠다고 하는 탈북자들이 많아서 다른 때보다 양은 많지 않지만, 2번에 걸쳐 나눠줬습니다. 북한에서 김장은 한 해 농사죠. 다른 반찬이 없어서 김치만 먹으니까요. 한국에선 김치냉장고가 있으니까 욕심을 부리지 않지만, 실제 올해는 김장 가격이 올라서 보탬이 되겠다고 생각해서 양을 늘렸는데 마무리는 잘 됐습니다. 강서는 10킬로그램씩 300 가정에 나눠 줬고요. 강남과 중계동에 250가정에 나눠 줬습니다.

[올해는 배추 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한 달 전보다 김장재료 가격이 점차 하락하면서 김장비용은 4인 가족 기준 평균 15만 원, 130달러 정도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서민들이 느끼는 물가는 꽤 높은데요. 그래서인지 올 겨울, 김장을 담글 형편이 안 되는 이웃을 위해 김장을 담궈 나누는 행사가 많았습니다.]

한창권: 김치부터 시작해서 추석에는 쌀도 나눠주고, 떡집을 하니까 떡을 나눠주죠. 북한이 식량사정이 어렵다는 걸 다들 알고 있잖습니까. 그래서 여기처럼 수십 가지 들어본 적도 없는 떡이 있거든요. 북한에는 함경도의 송편이 유명한데, 적적한 늙은이들에게 다양한 떡을 나눠주기도 하죠.

[한창권 회장은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예원떡집을 운영하며 그 수익으로 탈북자와 어려운 남한의 이웃을 위해 돕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한창권: 실제 돈을 벌자면 비밀 얘기지만, 주문을 많이 받아야 합니다. 한국은 쌀이 넘쳐 주변에 떡집도 많고 경쟁이 치열하죠. 낱개로는 큰 수익을 낼 수 없고, 단체 행사에서 수익을 창출하죠.

[떡집은 아직 정상 궤도에 들지는 않았지만, 서울시에서는 우수기업에 들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탈북자의 정착을 돕기 위해 시작한 떡집은 탈북자뿐 아니라 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실천하고 있는데요. 한창권 회장은 앞으로 사회적 기업이 되어 더 많은 떡집을 운영하는 게 꿈이라고 합니다.]

한창권: 사명감 없이는 그냥 주어진 여건이 좋아서 하는 건 아니고요. 일을 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기고, 아는 사람들을 통해서 지원도 해주는 거죠. 제가 노동을 해서 벌어 하는 것도 아니고, 칭찬받을 만한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베푸는 기쁨이 있고, 어려움 속에서 도와준 분들이 고맙다고 인사하면 뿌듯하죠. 그래서 10년 가까이 일하고 있습니다.

[떡집을 하기 전까지 가락시장에서 행복나눔식당을 하면서 탈북자와 남한의 독거노인, 결손가정의 아이들을 돕기도 했는데요. 한창권 회장은 어려운 사람들을 알게 되면 그저 줄 수 있는 도움을 주는 것이지 대상을 정하거나 여유가 있어 돕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한창권: 2만 명 시대가 되다 보니 도움을 받아온 탈북자들이 거꾸로 흔해서, 여유가 있어서 돕기보다 사명감이나 타고나서 돕기도 하죠. 여기에선 헌 옷인데 북한에서 살 수 없는 옷을 수거해서 전단지를 보내듯이 풍선에 보내기도 하고, 탈북자와 나누기도 하죠. 탈북자들 중에서도 나누다 보면 기쁨이 두 배가 되는 걸 느끼기도 하죠.

[나누는 기쁨이 더 커지는 시기가 바로 요즘입니다. 특히 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 크리스마스라고 하는 축제와 연말을 앞두고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 모금과 김장, 연탄 나누기 행사들이 많은데요. 크리스마스, 알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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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자활센터 '평화의 집' 에 전달할 김치를 담그고 있다.
RFA PHOTO/ 이예진
한창권: 크리스마스라는 것 자체가 영화가 있긴 한데, 그게 무슨 뜻인지 북한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여기에 와서 크리스마스가 예수의 탄생이라는 걸 알게 됐는데 아직 한국을 비롯한 민주사회는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해서 눈이 오나 안 오나 이런 것 까지 신경 쓰면서 열광적으로 기다리는데, 탈북자들도 여기에 있다 보니 그 날이 오면 마음이 흐뭇해지고, 색다른 편안한 감정을 느끼죠. 저희는 떡집이 있어서 송년회를 할 계획입니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길 바라는 건 남한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소망하는 일이기도 하죠. 그래서 남한은 이미 반짝이는 불빛 전구와 예쁘게 장식한 전나무가 거리를 수놓고 있는데요. 이럴 때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은 좀 더 외롭겠죠?]

한창권: 아까도 전화가 왔는데 한국 분이 결혼할 여자를 얻어달라고 하던데, 제가 결혼 중개업을 하지 않지만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그런 소개도 해달라고 합니다.

[봉사하랴, 중매 서랴 바쁘기만 한 한창권 회장은 최근 서로 다른 국적과 인종, 문화를 가진 남녀가 이룬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는 남한에서 북한마저 다른 나라로 취급받는 것은 아닌가 염려하고 있었는데요.]

한창권: 다문화는 아직 귀에 설지만 저희는 한 민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새로운 사회에 정착하고 있으니까 잘 살아야 통일돼서 북한에 가서 할 말도 있고, 저희 때문에 가족이 고생했으니까 나중에 위로할 수 있겠죠. 세상살이는 얼마나 많이 체험할 수 있는가, 느끼는가가 중요하거든요. 어렵지만, 자유를 만끽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만치 않은 남한살이를 하면서도 많은 체험을 통해 더 큰 자유를 만끽할 있다고 말하는 한창권 회장은 내년 설이 되면 떡국을, 봄에는 햇김치를, 또 옷을 모아 북한 동포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여름 휴가철에는 탈북자들과 휴가지로 여행을 가는 등 할 일이 많다고 말합니다. 그 중에서도 내년에 가장 바라는 일은 바로 떡집을 널리 알리는 일인데요.]

한창권: 떡집을 열어서 각 구마다 분점을 내고 싶습니다. 지금도 잘 되고 있는데요. 앞으로 탈북자들에게 떡으로 성공했다고 알리고, 혜택을 더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으로선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기업으로 가려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탈북자가 떡집으로 성공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은데요. 탈북인단체총연합의 사랑을 나누는 떡집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한창권: 저희가 자유를 찾아 자연산천을 버리고 한국에 와서 어렵게 정착했는데 보람이 있습니다. 한국은 먹고, 입고, 쓰고, 사는 건 북한에서 보면 천국입니다. 풍요로운 음식을 보면서 북한에선 명절에 술 한 병, 1인당 계란을 하나 주지 않습니까. 여기에선 아무 때나 사먹을 수 있죠. 좋은 음식을 마주할 때 마다 가족이 생각납니다. 한국은 북한과 수백 배의 경제력 차이가 납니다. 210여개 나라 중에 10위 안에 드는 경제 강국으로 발전했습니다. 연평도 폭격사건도 내부적으로 3대 세습을 감추려고 하는 것이지, 남한 사람은 전쟁할 생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다 개인재산이기 때문에 전쟁이 나면 서로가 피해를 보니까 전쟁할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있다 보면 10년 안에 통일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한에서도 연평도 사건을 계기로 안보의식이 높아졌고, 전쟁이 일어나도 북한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북한보다 수백 배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날까지 힘을 잃지 말고, 통일만 되면 여러분도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습니다. 그 때까지 용기를 잃지 말고 새해 복 많이 받고, 새해에도 열심히 희망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연말이 되면 탈북자들은 고향에 남겨진 가족 생각이 더합니다. 그나마 가족만큼이나 든든한 동료들과 크리스마스에 훈훈한 시간을 보내며 고향의 가족들을 그리워하죠. 한창권 회장의 말대로 희망을 가지고 있으면, 함께 연말을 보낼 날도 곧 오겠죠. 희망통신도 반짝이는 전구로 장식된 성탄 나무 아래에서 여러분과 함께 잔을 부딪치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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