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읽은 뒤 지울 수 있어 손전화 문자 선호’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8.02.27
py_cellphone_b 북한 평양시내에서 주민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 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세계적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최근 공개한 연례 인권보고서의 북한편을 들여다 봅니다.

(아놀드 팡) 북한이 지난해 인권과 관련한 여러 유엔 조약기구들과 관여(engagement)를 한 점은 중요한 긍정적 움직임입니다. 북한 정부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국가보고서를 제출한 지는 꽤 오래됐었거든요. 북한의 참여와 두 유엔 기구의 보고서 심사로, 북한의 인권문제와 관련해 국제기구와 북한 정부간에 새로운 대화창구가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국제앰네스티의 아놀드 팡 동아시아 조사관이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밝힌 말인데요, 팡 조사관은 전 세계 159개국의 인권 상황을 담은 연례보고서에서 동아시아 부분을 작성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국가권력에 의해 투옥ㆍ구금된 각국의 정치사상범의 구제를 목적으로 1961년에 설립된 세계최대의 순수 민간차원의 인권운동단체인데요, 1962년부터 매년 각국의 인권상황을 보여주는 인권실태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팡 조사관은 또 다른 긍정적 움직임으로 유엔 장애인 인권 특별보고관의 지난해 방북을 꼽았습니다. 카타리나 데반다스 아길라 유엔 장애인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2017년 5월 방북해 평양과 황해남도 봉천을 방문했습니다.

(아놀드 팡) 이는 유엔의 고위 인권 관리가 북한을 방북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이에 따라 다른 영역의 특별보고관들도 앞으로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앞으로 주시할 분야라고 봅니다.

실제로, 북한은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을 포함해 역대 북한인권 특별보고관들의 방북을 한 차례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지난 12월 서울을 방문해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유엔의 다른 독립적 전문가들을 받아들이도록 가능성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다른 전문가들과 공동의 전략을 마련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는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 움직임들에도 북한 내 인권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대 12만 명의 북한 주민이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돼 강제노동과 고문, 부당대우를 당하는 등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인권유린 중 일부는 반인도 범죄에 해당하지만, 지난해에 책임 규명과 처벌을 위한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습니다. 토니 김과 김학송 씨 등 외국 국적자가 장기간 체포, 구금되는 일도 계속됐으며, 북한에 수감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혼수상태로 미국에 송환된 지 엿새 만에 사망했지만 북한은 그의 건강상태가 악화된 원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 해외 노동자 문제를 주목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노동자의 통신과 이동을 엄격히 통제했고, 노동자들이 파견된 국가에서 노동권에 대한 정보를 접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는 겁니다. 아놀드 팡 조사관의 설명입니다.

(아놀드 팡) 북한 해외 노동자들은 과도한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휴일도 없이 일하는데, 이런 상황이 몇 주, 혹은 몇 달간 지속됩니다. 그 결과, 최소 두 명의 노동자가 특정국가에서 과로로 건강이 나빠져 사망했습니다. 때문에, 북한 해외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파견된 국가의 현지법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북한 노동자들이 파견된 폴란드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들의 취약한 보건과 산업안전 상황은 조속히 개선돼야 합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여전히 북한 주민들과 외부 세계 사이의 정보교환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국경과 가까운 지역의 주민들은 체포와 구금의 위험에도, 밀수된 손전화로 중국 손전화망에 접속해 해외에 있는 사람들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놀드 팡 조사관의 말입니다.

(아놀드 팡) 최근에는 북한 주민들이 전화뿐만 아니라 손전화로 문자까지 보냅니다. 손전화로 보내는 문자는 북한 당국의 전화 감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선호합니다. 보낸 문자를 읽고 난 뒤 문자는 쉽게 지울 수도 있구요. 이 밖에도 북한주민들이 해외에 사는 사람들을 접촉할 다양한 경로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북한 정부가 감시 받지 않는 합법적이고 자유로운 경로를 개방하도록 촉구하는 바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캐나다가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과 학살을 지휘한 미얀마군 마웅 마웅 소 소장을 제재하기로 했습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최근 성명을 통해 마웅 마웅 소 소장이 "미얀마에서 로힝야족 인권유린과 68만8000명이 넘는 로힝야족의 국외 탈출을 강요한 폭력과 박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마웅 마웅 소 소장은 캐나다 내 자산이 동결되고 캐나다인과 거래, 입국 등이 금지됐습니다. 캐나다 외무장관은 “로힝야족에 대한 인도적인 범죄를 행한 것에 좌시할 수 없다”며 “마웅 마웅 소 소장을 제재함으로써 캐나다는 로힝야족과 미얀마 내 다른 소수민족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항구적이고 확고한 약속을 과시하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웅 마웅 소 소장은 서부관구 사령관으로서 로힝야족 반군 토벌을 지휘했습니다. 작년 8월 라카인 주에서 활동하는 로힝야족 반군이 미얀마에 대한 항쟁을 선언하고 경찰초소 30여곳을 습격하자 주변 지역을 봉쇄하고 반군 소탕에 나서 무차별 학살을 자행했습니다.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을 빚는 미얀마군의 최고사령관에게 태국이 왕실 최고 훈장을 수여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미얀마 일간지 '더 글로벌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 보도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최근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에게 '기사 대십자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이 훈장은 태국 국왕이 수여하는 최고의 훈장입니다. 그러자 인권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인권단체 포티파이 라이츠는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엄청난 잔혹 행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은 미얀마군을 책임진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에게 훈장을 줄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지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얀마군은 무장봉기한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 소탕을 빌미로 로힝야족을 탄압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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