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초대석: 데이비드 애셔 전 미 국무부 자문관
2007.02.14
미국은 3-4년 전부터 미 국무부내에 ‘북한실무그룹(North Korea working group)’이라는 특별팀을 만들어 운영해왔습니다. 이 실무그룹은 북한의 위조달러, 마약, 불법무기 제조, 유통 등 여러 국제범죄 행위를 추적하는 것이 주요 임무입니다.

RFA 초대석, 오늘은 지난해 중순까지 미 국무부에서 이 팀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애셔 전 국무부 자문관을 모시고, 북한의 불법자금 문제, 북한의 대중국 경제의존도, 변화 가능성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애셔 박사의 주요저서로는 '일본의 21세기를 향한 경제적 과제' 등이 있습니다. 애셔 박사와의 회견은 지난주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핵문제에 관한 6자회담이 진행될 당시에 한 것입니다.
6자회담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그동안 북한이 문제삼아온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BDA) 문제가 어떻게 풀려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David Asher: I have a sense that there needs to be a clear understanding that there really is two issues regarding Banco Delta Asia. One is the activities of the bank...
우선, 방코 델타 아시아에 동결된 북한계좌와 관련한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명확히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하나는 방코 델타 아시아은행이 북한을 포함해 자금세탁활동에 연루됐냐는 점입니다. 또 하나는 이 은행이 적절한 통제나 관리 없이 금융계좌를 운용했느냐는 점이죠.
이 두 가지 사항은 이미 미 재무부의 조사에 의해 어느 정도 확인이 됐습니다. 제 자신이 과거 미국의 애국법의 311조항에 따라, 방코 델타 아시아은행에 금융조치를 가하는데 관여하기도 해서 하는 말인데, 지금도 미국의 애국법에 따라 이 은행을 돈세탁 우선 우려 대상기관으로 영구 지정할 근거는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은행의 북한돈은 마카오의 돈세탁 방지법에 따라 동결된 것입니다.
물론 미국이 방코 델타 아시아은행을 우려 대상기관으로 지정함에 따라 나온 결과이긴 합니다만.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조사는 마카오 당국의 법에 따라 결정될 겁니다. 제가 알기로는 상당한 액수가 불법 활동에 연루된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만, 요즘 언론의 보도를 보니, 일부자금은 풀어줄 모양이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별로 권할만한 방법이 못됩니다. 그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해 찬성하지 않지만, 일부 동결된 계좌를 해제하는 방향으로 갈 모양입디다.
방금 언급한 언론보도는 지난달 미국과 북한의 회담대표들이 베를린에서 만나 협상하면서 나왔는데요, 이런 미국과 북한의 양자회담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과거 6자회담의 미국 대표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하시면서, 미국 부시 대통령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핵심역할을 한 사람으로 말입니다. 사실상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양자회담을 반대해왔잖습니까?
David Asher: I have never had problems with bilateral talks with North Korea. I engaged in many bilateral discussions with North Korean government officials...
저는 미국이 북한과 양자회담을 갖는 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제 스스로도 북한정부관리들과 수시로 양자협의를 해봤거든요. 어떨 때는 상당히 도움이 되기도 했죠. 하지만 북한이라는 공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변국가가 같이 일하는 데서 오는 장점도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주변국들은 북한이 비핵화와 변화의 길로 나아가기만 하면, 북한을 도와줄 것이며, 북한의 주권을 존중하리란 것을 함께 보여줄 수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존재에 대해 본질적으로 적대적이지 않습니다. 6자 회담을 통해 전하려고 하는 내용이 바로 이겁니다. 북한이 일단 이걸 이해하면, 회담이 어떤 형식으로 열리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6자회담이 유용할 수도 있고, 양자회담이 유용할 수가 있고, 또 유엔에서 북한 문제를 다룰 필요성이 제기될 수도 있고, 뭐든지 효과적인 형식을 택하기만 하면 되는 거죠. 문제는 북한이 이미 북한에 전할 내용들을 충분히 알고 있어왔다는 거죠.
이번에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이 되면서 민주당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미국과 북한의 직접대화도 개의치 않는다, 이렇게 이해하면 됩니까?
David Asher: But again, what we do does not particularly matter to the extent that North Korea's leadership is not taking any fundamental actions...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미국이 무얼 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북한지도부는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려 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북한이 대단한 성명을 발표하는 둥 법석을 떨지만, 저는 별로 기대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크게 변할 것처럼 수많은 협의를 체결하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법석을 떨었지만, 번번이 약속을 어기지 않았습니까?
애셔 박사께서는 지난해 초에 미국의 민간연구기관인 기업연구소 (AEI)에서 행한 연설에서 북한의 지도부가 바뀌지 않아도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셨는데, 지금도 그렇게 보십니까?
David Asher: I don't think it's probable. I think it's extremely unlikely, but we're not stopping that...
지금은 그렇게 되리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럴 가능성은 아주 희박합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을 막을 수는 없겠죠. 예를 들어, 북한정부가 당장 내일이라도 내부체제와 대외관계를 위에서 아래로부터 (하향식) 철저히 개혁하겠다고 한다고 합시다. 마치 등소평이 지난 1970년 말에 했듯이 말입니다. 개혁한다고 선언하고 매우 빠른 속도로 개혁을 단행하기 시작했다고 하면, 미국은 북한과 함께 일할 겁니다. 북한과 손잡아야죠. 특히 그런 개혁을 지지하는 북한 내 세력과는요. 하지만, 김정일이 그런 개혁을 단행할 수 있냐? 김정일은 그렇게 못할 겁니다. 그의 후계자나 북한 지도부의 누군가 그런 개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김정일이 북한을 떠나고 누군가가 권력을 이어받을 날이 올 겁니다. 이런 날이 온다고 해서 북한에 종말이 오느냐? 그건 아닙니다. 이런 날이 오면 한반도에 전쟁이 나냐? 아닙니다. 그런 날이 오면, 개혁을 포함한 변화의 기회가 생긴다는 것뿐입니다. 김정일은 한마디로 자기가 묻힐 관을 만들고 있습니다. 주체라고 불리는 관 (coffin)인데, 언젠가 그 관에 묻히겠죠. 김정일은 변화할 필요조차 못 느끼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북한내부에서는 적지 않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David Asher: The system itself is weakening. Even with the billions of dollars of potential economic assistance that go through the leadership, the rest of the country is not particularly to benefit...
맞습니다. 북한체제가 약화되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를 통해 앞으로 수십억의 경제원조액이 들어가겠지만, 이게 북한 전역에 도움이 되냐? 아닙니다. 하지만 지도부를 뺀 북한전역은 변화의 물살을 이미 타고 있습니다. 시장의 힘이 북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공산주의 체제를 잠식하고 있는 형국이죠. 일단 시장의 힘이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정권의 본질적 속성이나 지도부에 변화가 오게 마련입니다.
역사상 공산주의 지도부가 권좌에 남았던 경우는 이런 변화를 주도해나갔을 때뿐입니다. 구소련의 고르바초프대통령이 그랬고, 중국의 등소평이 그랬습니다. 다시 말하면, 외부의 세력이 변화를 좌지우지 하는 게 아닙니다. 선택은 자신이 하는 겁니다.
지난해 10월에 미국의 보수적인 연구단체인 헤리태지 재단에 기고하신 글을 보니까, 북한이 중국의 시장 세력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위안화가 이미 북한의 주요통화다, 또 이런 현상은 바람직하다고까지 했는데, 중국의 북한시장 잠식은 정말 긍정적으로 봐야합니까?
David Asher: Yeah, possibly. I mean it should. And what's going to do and what it does is that it helps Chinese who serve power and influence over what it really matters from...
네. 아마도 그렇겠죠. 또 응당 그렇게 나가야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중국이 자기나라에서 점점 더 소외되고 있는 북한정부에 경제적, 사회적 안정을 가져다줌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말입니다.
사실상 북한이 점점 중국에 상당히 의존함으로서, 중국의 위성국가가 되어가고 있는 셈인데, 이건 북한의 지배이념인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에 완전히 반대되는 거죠. 얼마나 경제적으로 파탄이 됐으면 그랬겠읍니까만은. 하지만 중국 쪽에서 보면, 상당히 현명한 접근법입니다. 솔직히 저는 중국의 그런 전략 (strategy)에 대해 전혀 반대하지 않습니다.
워싱턴-장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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