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초대석: 독재자들의 심리성격 분석가 제럴드 포스트 교수
2007.01.10
북한은 그동안 5년, 10년 단위로 소위 ’꺾어지는 해’에 기념할 만한 행사를 치르거나 중요한 정책을 발표해왔습니다. 올해는 여러 “꺾어지는 해”의 주요 정치기념일이 겹쳐 있어서 주목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5세 생일이 다음 달에 있습니다. 또 김일성 주석의 95회 생일과 조선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일이 오는 4월에 있습니다.

‘RFA 초대석,’ 오늘은 지난 몇 십 년간 독재자들의 심리와 성격을 분석해온 제럴드 포스트 조지 워싱턴대학교 교수댁을 방문해, 향후 북한의 변화에 대해 알아봅니다. 포스트 교수는 미국 중앙정보국에서 '인성ㆍ정치 행동 분석센터 (Center for the Analysis of Personality and Political Behavior)'를 창설한 후, 21년 동안 미국에 적대적인 사담 후세인, 피델 카스트로 같은 독재자들의 심리분석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미국 예일대와 하버드 의대에서 정신의학을 전공한 포스트 교수는 현재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정치심리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장명화 기자: 아시다시피 지난 수십 년간 이라크를 독재와 공포정치로 국민을 압박해왔던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에 처형됐습니다. 미국의 유력 신문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사설에서 후세인 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을 빼고는 그 누구보다도 더 많은 피를 손에 묻힌 사람이라고 평했는데요, 이 예상보다 빨랐던 처형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합니다.
Jerrold Post: That's a very interesting question. One can certainly make a case that part of the motivation for Kim Jong Il's push for nuclear program was being included in the axis of evil with Saddam Hussein...
향후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을 위협하지 않는 상황에서 명확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정일은 위협하면 위협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따라서 핵무기를 포기하면 얻게 되는 좋은 점과 핵개발을 계속 고집할 경우, 당면해야 되는 고립과 제재 등에 관해 이해시켜야 합니다...
참 재밌는 질문이네요. 김정일은 자기가 후세인 전 대통령과 함께 ‘악의 축’에 포함된 데다가, 이라크에 핵무기가 없었을 때, 미국이 순식간에 군사적 승리를 거둔 것을 보고,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던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즉, 김정일이 핵기술을 굳이 가지려는 주요 동기는 미국이 이라크에 했던 것처럼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한 억지력과 방어기제를 보유하려는데 있다고 봅니다. 이제 후세인이 처형당했으니만큼 김정일의 신경이 더더욱 날카로워 졌겠죠. 그렇지 않아도 어느 정도 편집증, 그러니까 지나치게 의심과 두려움이 많은 환자였는데 말이죠. “다음은 내 차례야” 하는 두려움이 더욱 심해졌을 테죠.
여태까지 독재자들의 정치행태와 심리를 분석해오면서, 정부나 의회에 분석 자료를 제공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후세인 전 이라크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을 비교해 주셨으면 합니다.
Jerrold Post: Each of these leaders, of course, has to be understood in his own unique cultural, and historical context. But they do have certain features in common. In particular, both of them have almost messianic self-concept...
후세인과 김정일은 각 나라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적 배경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이 두 지도자는 표면적으로는 구세주적인 자아상을 가지고 있고, 자신을 위대한 세계적 지도자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매우 불안정합니다. 후세인의 경우는 어릴 적에 매우 가난하고 불행했습니다.

이와는 아주 반대로, 김정일은 아주 특별하게 키워졌죠. 김정일은 태어날 적부터 후계자로 지목된 상태에서 자랐습니다. 김정일의 심리를 논할 때면 제가 꼭 빠뜨릴 수 없는 게 있죠. 현재 세계 지도자 가운데 적어도 네 명은 자기 아버지가 자신에 앞서 그 나라의 국가 원수였고 대단히 유명했었습니다. 미국의 조지 부시대통령,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 시리아의 하페즈 알-아사드 대통령, 그리고 북한의 김정일입니다.
그런데 김정일의 경우는 좀 특이합니다. 아버지 김일성의 경우는 단순히 주요 지도자 정도가 아니라 북한주민들에게는 거의 신과 같은 존재라는 데 있습니다. 신의 아들이란 게 매우 위험한 거죠. 김정일에게는 늘 이 아버지의 그림자가 머리 위에 떠돌아다니고 있는 겁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아버지 김일성의 이 거대한 존재에 걸맞게, 아니면 그보다 더 잘 살 수 있을까”하고 말이죠.
올해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을 보면, 지난해 핵실험의 성공으로 핵보유국으로서 소위 ‘군사강성대국’을 이루어낸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자신만만한 태도는 이라크전쟁 전 이라크 지도부의 태도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Jerrold Post: Well, let me add another member of the axis of evil to the equation, namely, Iran, whose leader Mahmoud Ahmadinejad has also boasted of and had a great pride in having nuclear capability...
참, 이란을 ‘악의 축’의 하나로 추가해야겠습니다. 이란대통령 아흐마디네자드도 마찬가지로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자랑하고 큰 자부심을 갖고 있죠. 게다가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 핵능력을 갖는 것은 한 나라의 주권이다, 또 핵무기를 갖는 것은 나라의 큰 자랑거리라는 둥 떠들고 다니죠. 현재 이란이 떠드는 자부심과 김정일이 취하고 있는 태도 사이에 아주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이런 거죠. “유엔이, 특히 미국이 뭔데, 우리와 같은 위대한 독립국에 뭐하라 말라 난리냐”는 거죠. 이란이 이런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의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봐라, 우리는 할 수 있다’하면서요.
그럼 향후 협상에서 미국이나 남한 등이 어떤 자세로 핵능력을 보유했다고 주장하는 북한을 다루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Jerrold Post: In many ways, this very difficulty foreign policy dilemma is impeded by a rather one-dimensional style of Krim Jone-Il. He brandishes this nuclear weapon, "See what I have"...
여러 가지 면에서, 참 북한문제는 외교정책상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어려운 문제는 김정일의 일차원적인 행태로 인해 더 어렵게 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핵문제만 해도, "내가 가진 것 봐라"하고 핵무기를 마구 휘둘러서, 남한이나 중국 등으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탈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김정일은 늘 주체사상을 자랑해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재정적 도움을 달라고 요구하고 앉아있는 거죠. 내참. 그래놓고 북한주민들에겐 이렇게 말하죠. 자기가 너무나 위대한 지도자여서 외국에서 공물을 바친 거라구요.
어쨌거나, 향후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을 위협하지 않는 상황에서 명확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정일은 위협하면 위협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따라서 핵무기를 포기하면 얻게 되는 좋은 점과 핵개발을 계속 고집할 경우, 당면해야 되는 고립과 제재 등에 관해 이해시켜야 합니다. 동시에, 미국, 남한, 중국, 러시아, 일본이 서로 일치된 입장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 그러면 여태까지 성공해왔던 것처럼, 북한이 이들 관련국들 사이를 이간질할 수 있으니까요.
네. 그런데 포스트 교수님, 아시다시피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공식 추대된 것은 김 일성이 62세 때인 1974년입니다. 김 위원장이 올해로 65세인만큼 김 위원장의 후계자도 곧 결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홍콩의 월간지 광각경은 지난해 11월에 김정일 위원장이 11월 중 후계자를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만, 어떻게 보십니까?
Jerrold Post: Certainly, to go back to the relationship between father and son, that was one of Kim Il sung's way of ensuring continuity of his name. And after all, as the president for eternity...
다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돌아가서요. 김일성은 자기 이름을 계속 남기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자기 아들을 후계자로 삼았죠. 김정일도 물론 그렇게 하고 싶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누가 김정일의 뒤를 이을 것인지 확실치 않습니다. 제가 그동안 나이가 지도자들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도 했는데요, 지도자들은 보통 늙으면, 역사가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지, 얼마나 더 시간이 남았는지 등에 관해 심각히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또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으면, 되도록 해결하려 들죠. 그런데 김정일은 현재 그와는 반대로 오히려 분쟁을 더 심화시키고 있으니, 참.. 하긴, 옛말에 이런 게 있습니다. ‘사람이 나이가 먹을수록, 점점 자기와 비슷해진다 (As a man grows older, he becomes more like himself)’구요. 사람의 어릴 적 목적이나 태도 등이 원숙하고 부드러워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거칠게 된다는 거죠. 김정일의 경우가 바로 그거죠. 더구나 어떤 경우에는 지도자들이 자기 자신을 신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가 결국에는 죽는다는 생각을 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 고위급으로 일했던 탈북자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이 분이 하시는 말씀이 김정일 위원장이 사태를 알게 되면, 반성할 것이고, 그러면 북한은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수십 년간 독재자를 연구해오시면서, 독재자가 자신이 저지른 일을 반성하고 정책노선을 바꾼 사례가 혹시 있습니까?
Jerrold Post: I see no reason of likelihood of him not continuing to be like Kim Jong Il. I mean it would be a.. he has from childhood on been in this image, been regularly reinforced in this image. And that he's going to make up one day, say, "Oh, my goodness, what have I done?" Repent and beg for people's forgiveness and be a fine and loving leader? I think this is silly...
김정일이 앞으로 김정일처럼 행동하지 않을 가능성이나 이유는 전혀 없다고 봅니다. 어릴 적부터 그런 식으로 계속 살아왔고 오히려 점점 심화되고 있는 마당에, 어느 날 갑자기 “맙소사,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거야?”라고 하겠습니까? 회개하고 사람들에게 용서를 빈 후, 훌륭한 지도자가 된다구요? 웃기는 이야깁니다. 김정일은 자기가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오히려 북한을 위해서 훌륭한 일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마당에 반성하다뇨. 현재 자기 자신을 너무나 훌륭한 지도자로 여기고 있는데, 반성할 건더기가 어디 있습니까?
워싱턴-장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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